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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bbie Jun 01. 2021

스웨덴 유학, 실제로는 어땠는데?

일 년을 정리하며, 룬드대학교 한국 학생들의 유학 중간점검

유학을 시작하고 나서, 아니, 그 전에도 사실 많이 말하긴 했지만, 입에 달고 살았던 "시간 정-말 빨리간다"는 말. 그리고 그 말을 최근 들어 더 자주 쓰고 있다. 벌써 5월의 끝자락. 석사 생활의 두 번째 학기가 다음 주면 끝나게 되고, 이것은 곧 고작 새내기에 불과해 석사생활에 적응하느라 바빴던 1학년 생활을 마무리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다른 글들을 통해 필자에게는 스웨덴 유학이 어땠을지 어느정도 짐작하셨으리라 생각한다.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생각보다 할 만 했다. 생각보다 힘들었지만, 생각보다 즐거웠다. 코로나 시국 석사생활도, 비록 아쉬운 점들은 있었지만, 꽤 괜찮았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마다 느꼈던 것은 전혀 다를 것이다. 이번에는 그래서 필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룬드대학교에서 석사생활 1학년을 마무리해가는 한국인 유학생들 두 명, '현'과 '빈'의 이야기를 가져왔다.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전공 중이기 때문에, 같은 도시, 같은 학교이지만, 우리의 석사 생활 이야기는 조금씩 달랐다.


참고로, 빈은 룬드대학교에서 Industrial Design 석사 프로그램을 전공하고 있으며, 현은 룬드대학교에서 Environmental management and policy 석사 프로그램을 전공하고 있다.




Photo: Sofia Sabel/imagebank.sweden.se


Q: 1년 동안 전공 프로그램에서 만족스러웠던 점은 어떤 게 있나요?


: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대만 정부에서 일을 하다 온 친구도 있고, 변호사, 회계사를 하다 온 친구도 있어요. 환경 이슈나 환경관련 규제들, 녹색 금융, 혹은 기업의 ESG 경영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다뤄지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가진 친구들을 통해 더 많은 지식을 얻게 되죠. 학생들끼리 다양한 분야의 주제로 자체적으로 세미나를 열기도 했어요. 또 과 졸업생들과의 네트워킹도 하나의 장점이었어요. 저희 프로그램은 매년 Alumni conference 를 열고, 그 외에도 자주자주 특강이나 세미나를 통해 졸업생과 재학생의 네트워킹을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졸업 후 구직을 할 때 학과 인연을 통해 형성된 네트워크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디자인 공부에 있어서, 학교에서의 인풋이 많아진 것을 느껴요. 코로나 시국에도 불구하고 프로젝트 외에 지속적으로 워크샵, 강연 등을 계속 제공 받았거든요. 이를 통해 제가 꿈 꿔왔던 기업, 잡지에서 보았던 디자이너들을 워크샵,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고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또한 프로그램 외적으로도, 이곳에서의 디자인 공부가 졸업 이후에도 디자인을 하는데 위치상 좋은 조건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느꼈어요.


Q: 그렇다면 전공 프로그램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나요?


: 스웨덴 교육의 특성 상, 한 수업이 한 달에서 한달 반 이내에 끝난다는 것이 좀 아쉬웠어요. 뭔가를 알아간다는 생각이 들 때 쯤에 수업이 끝나고 새로운 수업이 시작되니, 그 분야에 대해 완전히 알 지 못했다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었어요.


: 저는 학부 당시의 한국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교수님들의 빠르고, 다소 직설적인(?) 피드백이 그리워 질 때가 있었어요. 제 전공은 스웨덴 또는 독일 교수님들이 대부분인데, 예를 들면 메일 답변을 느긋-하게 해주시는 편이예요. 그래서 오랜 시간 기다려야할 때도 있죠. 피드백에 관해서는, 학생 개개인을 디자이너로서 존중해 준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교수님의 열렬한(?)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학생 본인이 더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의 것들을 챙겨야 해요.


Q. 스웨덴 생활에서 '이건 정말 좋았다!'라는 것을 꼽는다면?


: 맑은 하늘, 푸르른 자연, 자전거와 채식 친화적인 사회! 스웨덴의 맑은 하늘과 다양한 하이킹 장소들 덕분에 친구들과 룬드 밖으로 나가 하이킹을 하거나 바비큐를 하며 학업의 스트레스를 날릴  있었어요. 또한 자전거를 타고 이곳 저곳   있는 것도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채식을 지향하는데, 스웨덴에선 어떤 식당에 가든 채식 메뉴가 있고, 식료품 점에서도 채식 식재료가 많이 있어서 채식을 지향하는 식생활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던 점이 좋았어요.


: 저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그 중 첫 번째는 구름입니다. 정말 사소하지만, 비올 때를 제외하면 공기가 정말 상쾌하고, 매일 다른 형태로 아름다운 구름을 만날 수 있어요. 나중에 돌이켜 보아도, 스웨덴의 구름이 많이 그리울 것 같아요. 그리고 두 번째는 문화적 다양성인데요. 살면서 이보다 더 많은 국가의 사람들과 이야기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덕분에 스웨덴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Photo: Tina Stafren/imagebank.sweden.se


Q. 스웨덴에서의 유학 생활, 한국의 어떤 것이 가장 그리웠나요?


: 한국의 가족들과 친구들이요. 아무래도 코로나 시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다 보니 사람과의 접촉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외로웠는데, 그래서 가장 그리웠던 것은 가족들, 한국의 친구들이랍니다.


: 한강에서 치킨 먹으면서 친구들과 수다 떨기가 너무 그립고... 동네 카페에서 팔던 딸기케이크 먹으면서 쉬고 싶어요.


Q. 이제 곧 종강인데, 방학은 어떻게 보내실 계획이신가요?


: 방학이 되면, 일단 많이 쉬고 놀 거예요! 책도 많이 읽고 싶고요. 6월 초부터 인턴생활을 시작하는데 원격근무라 나름대로 여유로울 것 같거든요. 또, 미뤄뒀던 논문들과 ‘나중에 다시 봐야지’ 생각했던 수업 주제들을 복습하며 슬슬 졸업 논문도 구상해야 겠네요.


: 인턴을 곧 시작하는데 설레기도 하고 부담감이 많네요. 일 관련 외에는 시간을 내서 안 가본 도시도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전시도 보러 가려고 합니다. 북유럽의 여름을 만끽 해야지요!


Q: 마지막으로, 2학년을 맞이하기 전,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 저에게 석사 1년차는 참으로 '우당탕탕', '어리둥절'이었어요. 그래서 2년차에는 조금 더 능숙한 석사생이 되고 싶어요. 연구적으로도, 생활적으로도! 2학년 때는 학교 공부뿐만 아니라 제가 관심있는 분야에서 보다 능동적으로 정보를 찾고, 시간제 인턴 같은 활동도 하며 졸업 이후를 대비하고 싶습니다.


: 많은 준비를 통해 이 곳에 온 만큼 돌이켜보았을 때 후회가 적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졸업 이후에는 완전한 경제적 독립을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코시국에 유학 생활을 시작한 우리. 덕분에 탈도 많았지만, 딱 이 때만 할 수 있는 코로나 학번 만의 유니크한 경험도 얻었다. 1학년을 마치는 이 시점에서, 서로의 경험을 공유해 보며 우리는 각자 다른 아쉬움과 행복, 희망을 되짚어보았다. 1학년을 마친다는 것에 스웨덴 유학 생활을 반이나 끝마친다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겠으나, 사실 고작 새내기 졸업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앞으로 맞이할 새로운 학년과, 새로운 1년에서 우리는 또 무언가에 부딪히고, 힘들어하고, 사소한 것에 행복해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분명한 한 가지는, 우리는 내년 이맘 때 쯤, 지금 나누었던 것과는 또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과연, 우리의 생각은 어떻게 변해있을지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커버이미지 Cover Image (Photo: Sofia Sabel/imagebank.swede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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