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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bbie Jan 03. 2022

사실 난, 나의 30대가 너무 설레

29살에서 30살이 된 그 찰나의 순간에

매년 12월부터 1월에는 인터넷 여기저기에 나이에 관한 무수한 짤들이 돌아다닌다. 각자 본인 혹은 친구들의 새로운 나이에 맞추어 센스 있게 짤들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역시 한국인들의 드립력과 응용력은 최고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도 새 해를 앞두고 몇 가지를 찾아보았는데, 생각보다 30살에 해당되는 짤은 재밌는 것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그렇다. 나는 2022년이 되면서 한국 나이로 30살이 되었다. 20대 초반에 보던 30대는 굉장한 어른 그 자체였고, 나는 어찌 보면 그 모습을 일부를 동경하기도 했고, 그 멋짐을 인정하면서도 나에게는 저 멋짐이 그래도 조금 느리게 찾아왔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은 너무나 빨랐고, 나에게도 그 순간이 찾아왔다.


한 두어 달 전부터 30대를 처음으로 맞이하는 내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30대가 기어코 찾아와 내 방문을 두드린다. 나는 잠시 방에 아무도 없는 척을 할까 아니면 아주 바쁜 일을 하느라 못 들은 척을 할까 싶었지만, 바로 생각을 접고 거울을 보며 표정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웃는 연습을 한다. 이 친구는 내가 혹여나 본인을 싫어할까 혹은 겁내 할까 걱정하면서 몇 번이고 그 문을 두드리는 걸 망설였겠지 생각한다. 그러니 나는 누구보다도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 줘야지. 어차피 너는 나니까.


연말연시에는 여러 가지 일들이 일어났다. 30대가 찾아오기 며칠 전, 딱 2박 3일의 굉장히 짧은 일정으로 스웨덴 북부인 키루나로 여행을 다녀왔는데, 마지막 밤, 오로라를 보았다. 인생 첫 오로라였다. 말과 글로는 절대 설명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그렇게 운명처럼 나타났던 오로라가 나에게 좋은 기운을 가져다 주기라도 한 걸까. 크리스마스에 브런치에 2021년 마지막으로 발행했던 글이 브런치 메인과 카카오 뷰에 뜨면서 생전 처음 경험하는 반응을 얻었다. 한편, 그동안 연휴라고 핑계를 대며 늦장을 부리다 졸업논문 전 마지막 코스에서의 마지막 에세이 작성도 많이 늦어졌는데, 시작하자마자 하루에 천 단어 씩 써지는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니, 이건 현재 진행 중이다. 4,500 단어 분량의 에세이니, 4-5일 넉넉잡아 일주일이면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퀄리티도 엄청 좋아진 것 같지는 않지만.


이렇게 12월 말과 1월 초의 짧은 기간 동안만 해도 신나는 일이 얼마나 많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덕분에 30대를 맞이한다는 생각이 조금 옅어지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이 즐거운데, 나이가 바뀌는 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물론 나이의 앞자리가 바뀐다는 것은 인생에서 큰 이벤트는 맞다. 19살에서 20살이 되던 순간에 내가 생각했듯이. 솔직히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이가 바뀌는 것에 그렇게까지 큰 의미를 부여할 이유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더 중요한 것은 바뀐 숫자를 달고 앞으로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가 아닐까.


하지만 여전히 알고 있다.  찰나의 설렘은 어쩔  없었다.  순간에 나는 '청춘'이란 단어에 꽂혀있었고, 20대를 청춘  자체로 살아가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같다. 그러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분명히 20대를 맞이하는 마음은 설렘이었는데, 30대가 되는 것은  달라야 하지 싶다. 30, 내가 상상하던 어른으로서의 성숙함과 책임감? 사실 그런  진작에 있었어야 했다. 아직 미숙한  보면,  그걸 나이가 만들어주는 아닌  같다. 10 전과 크게 바뀐 것은 없다. 다만 나의 상황이 바뀌었을 . 나는 안다. 나는 앞으로도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에 드는 상황으로 바꾸기 위해 뭐든  것이라는 . 나의 20대가 그랬듯, 30대도 같은 것이란 . 그게 나란 사람이니까.


그러니 나는, 나의 20대에게 그랬듯이 30대도 역시 설레는 마음으로 두 팔을 활짝 뻗어 껴안아주어야겠다.


웰컴, 더욱 찬란하게 빛날 나의 30대.




커버이미지 Cover Image (Photo: Debb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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