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실에서 배우는
자녀 양육의 지혜

: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를 이해하며

by 진현정

상담실에서 다양한 연령층의 내담자들을 만나 그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 현재 어린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양육의 기본은 결국 ‘존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자주 느낍니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에 나오는 “당신의 자녀는 당신의 자녀가 아닙니다. 그들은 삶이 스스로를 갈망하는 아들딸입니다. 그들은 당신을 통해 오지만 당신에게서 오지 않습니다. 그들은 당신과 함께 있지만 당신에게 속하지 않습니다.”라는 구절을 자주 생각나게 합니다.



1. 감정은 훈육의 도구가 아니다.

자녀를 기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매 순간 자신과 싸워야 하고,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운 순간도 생깁니다.
때로는 순간적으로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일이 불가피할 때도 있습니다.

후회가 되기도 하지만, ‘부모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기거나, 그 순간 자녀가 받는 상처와 영향을 간과하기도 쉽습니다.


부모가 크게 화내거나 야단칠 때, 자녀는 생각보다 깊은 공포를 느끼고 큰 상처를 받습니다.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나는 소중한 존재가 아니다’라는 잘못된 믿음이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부모는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 그것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를 연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완벽할 수는 없지만, 영국의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컷(Donald Winnicott)이 말한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를 목표로 해보면 어떨까요?


부모가 지치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지지할 힘도 자연히 줄어듭니다.
따라서 부모 자신도 정서적으로 지지받을 수 있는 체계—배우자, 가족, 친구, 혹은 상담자—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자녀의 생각, 감정, 욕구를 인정하기

자녀의 생각이 부모와 다를 때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그건 틀렸어.”
“왜 그렇게 생각하니?”

또한, 자녀를 위로하거나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그렇게 느낄 필요 없어.”
“아이, 괜찮아, 신경 쓰지 마.”
“별거 아니야.”
라고 말하며 자녀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축소할 때가 있습니다.

어린 자녀의 생각과 감정은 미숙하게 보일 수 있지만 그들만의 내적 경험과 세계를 인정해 주는 것이 존중의 출발입니다. 물론, 이것이 무조건 공감해주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또한 행동을 제지하고 통제하기 전에, 자녀의 욕구를 먼저 인정해 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게임에 빠져 있다면 행동을 제한하기 전에 게임을 좋아하는 마음과 하고 싶은 욕구를 먼저 인정해 보세요.
“너는 게임이 재미있구나.”
행동은 제지하더라도, 좋아하는 마음과 느끼는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각, 감정, 욕구가 반복적으로 부정당하면, 자녀는 자신이 느끼고 원하는 것에 확신을 갖지 못하게 되고, 수치심과 무기력을 발달시키며,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잘 알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욕구를 인정하는 것과 행동을 허용하는 것은 다릅니다. 욕구와 감정을 인정하되, 행동은 조절하도록 돕는 것 — 그것이 부모의 역할입니다.



3. 자녀를 진심으로 기뻐하기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그 존재 자체를 기쁨으로 바라보는 마음’입니다.

자녀는 부모를 만족시키거나 욕구를 채워주는 대상이 아닙니다.

단지 그 자체로 소중하고,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되는 존재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바라볼 때, “너는 나를 행복하게 해 줘서 사랑스러운 게 아니라, 그냥 너라서 사랑스럽다.” 이런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자녀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사랑을 배웁니다.

자녀를 있는 그대로 기뻐할 수 있는 힘은 부모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돌볼 때 비로소 생깁니다. 자신을 수용하는 부모만이 자녀를 온전히 수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자녀는 닮았지만, 서로 다른 인격체입니다.

“나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중한다.” 이 단 하나의 원칙만 마음에 새겨도 부모-자녀 관계는 훨씬 따뜻해질 것입니다.


우리가 언제나 완벽하게 이 모든 것을 지킬 수는 없지만, 이러한 지침을 마음에 두는 것만으로도 힘든 양육의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다음 세대를 길러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 2025 진현정. All rights reserved. 본 글의 내용은 저자의 창작물로, 무단 전재 및 복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