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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Apr 26. 2023

드러내지 않아도 아는 일

번외: 중간고사를 앞두고 심난하여

 Yoon은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그 아이의 성격이 어찌 그리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말하지 않아도 단번에 알아채는 엄마다.

 그런데, 문제는 어렸을 때야 눈앞에 훤히 보이는 일들이었지만, 이팔청춘을 넘은 고등 아들의 속은 그 깊이가 어디까지인지 이제는 가늠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엄마는 늙고 아들은 깊어지고, 드러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영역이 점점 넓어져만 간다.


 오늘 아침 문득 그림을 그리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연필을 고르고 색을 칠하고 덩어리를 표현하면서 자연스럽게 덧칠을 한다. 어떤 공식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본능적인 감각으로 손을 움직여본다.

 누군가 나에게 어째서 그렇게 그렸어?라고 묻는다면 사실 나는 마땅한 대답은 없다. 그냥 그렇게 보여서라고 얼버무릴 것 같은데.

 나 역시 이런 쪽으로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 않는 것을 보니, Yoon은 내 아들인 건 틀림이 없다.

김홍도 <자리 짜기>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그림이다.

 그림 속에는 3명의 인물이 등장하고 각자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모습이다.


 조선시대 양반은 가난하더라도 대외적으로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워, 저렇게 집안에서 자리짜는 소일을 했다고 한다.

 그림 속 아버지는 묵묵히 자리를 짠다. 그 옆 어머니 역시 지아비를 따라 조용히 물레질을 한다. 뒤돌아 글을 읽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살짝 먹먹하기만 하다.

 자세히 보면, 아랫도리를 입고 있지 않다. 비록 가세가 기울어 몰락한 양반이지만, 아들의 글공부마저 놓을 수는 없기에, 부모는 한마음으로 일을 하며 아들을 지지해 준다. 아들 역시 이런 부모의 마음을 아는지 막대기를 집어가며 한 자 한 자 글을 익힌다.

 실로 아름답다.


 변덕스러운 봄날의 날씨도 중간고사만 끝나면 다 지나갈 것이다.

 초등 가정에서는 황금연휴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날짜를 세고 있겠지만, 그들도 이제는 멀지 않았다.

 자신이 노력한 만큼 너무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중간고사를 앞둔 아들들이여,

 화이팅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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