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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May 10. 2023

현인들과 벗이 되는 법

도예가 Eva Hild

 며칠 전부터 집 근처 초등학교에서 튜터로 일하게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9개월이며, 내년 1월까지는 이곳에 몸담아야 한다.

 주변인들은 나에게 전공을 살리지 않아서 아쉽지 않냐고 묻는데,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굉장히 이기적인 도예가이다.

 겉으로는 '전 국민의 도예화'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나만을 위한 도자기'를 품고 있으니 말이다.


 등교 후, 날마다 '오늘의 사자성어'를 익히는데, 오늘 글귀는 내가 도자기를 대하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어 글을 쓴다

 독서상우(讀書尙友)

 - 책을 읽음으로써 옛날의 현인들과 벗이 될 수 있음


 나는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하는 우리들의 세계가 참 좋다. 그들이 몰두한 무언가를 나만의 시각으로 탐구하고, 정진하면서 성장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중 대학원 논문을 쓸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인물이 있는데, 오늘은 그녀를 소개하고자 한다.

Eva Hild(1966~), 스웨덴

 그녀는 물리치료사였다. 취미로 시작한 도예에 흠뻑 빠져 대학에 재입학하게 되고, 유기적인 형태의 무언가를 만들게 된다.

 그녀는 매우 건설적이다. 도예계에서는 보기 드문 스타일이며, 그녀의 전직과 건축가인 남편의 영향이 가미된 것으로 보인다.


 '내면세계와 외부 세계의 복잡한 관계'

 그녀가 표현하고 싶은 무언가이다.

 유기적인 선들의 움직임이 마치 뫼비우스 띠를 여러 개 겹친 듯한 느낌이 있다.

 백색의 태도와 어우러져 마치 척추나 갈비뼈 같아 보인다. 얇지만 덩어리가 느껴지고,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워 보인다.

 내가 아는 그녀의 초기작은 덩어리에 가까웠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좀 더 선이 강조되어 이제는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그녀도, 그녀의 작업도 성숙해져 가는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흙이 주는 무게감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그때 나는 그녀를 만났고, 그녀의 작업에서 소재의 한계를 넘는 경쾌함을 배웠다.

Cho, MIRA with Paperclay 2004, 통인화랑

 그녀를 보면서 부러웠던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스웨덴에서 시행하고 있는 예술가 복지정책이다.

어느 인터뷰에 의하면, 스웨덴 등록 예술가는 하루 8시간 정도 자신의 작업에 대한 페이를 인정받는다고 했다. 공공프로젝트 참여와 개인작업이 적절하게 병행되는 것이다.

 부럽다. 유명해서 그런 건지, 유명해져서 그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시스템이다.

Wave at Alfred Univ. @evahildart

 2004년 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 입선을 했을 때, 그녀 역시 입상자였다. 혹시 만날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그녀가 시상식에 불참하여 이뤄지진 못했다.

 나보다 9살이나 많은데, 여전히 열정적으로 작업을 한다. 나도 다시금 분발해야겠다.

 공공프로젝트는 어렵지만, 우리 아빠 팔순기념 선물 'Family Cho' 머그컵은 가능하니,

 여전히 우리는 오랜 벗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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