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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Aug 21. 2024

여름이 간다

여느 일요일 오후,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다

저녁 다 되었을쯤

철제테이블 모서리에 발을 부딪혔는데,

음... 상당히 아프더라.

급하게 파스를 잘라 붙이고

다음날 아침 떼었더니...

시퍼렇게 멍이 들었다.


"발가락 미세 골절이네요. 다행히 움직임이 없는 부위라, 환자분 나이에 흔히 있는 일입니다."

아, 슬프다.

여드름도 아닌데, 내 나이가 어때서.

억울하기 짝이 없었다.


며칠 전, Yoon이가

엉덩이에 종기가 났는데,

상처가 나서 피가 난다는 거다.

근 십 년 만에 아들 팬티를 깠다.

엄마에게 보이기 멋쩍음보다

자신의 상태가 더 심각한 거다.

우리는 망설임 없이 치료에 들어갔다.


그런데,

양쪽 엉덩이가 어찌나 까맣던지...

(청결의 문제가 아니라, 의자에 오래 앉아 생긴 자국)

종기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더운 여름날,

아들은 진심을 다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검은 엉덩이를 보고

마터면 눈물을 쏟을 뻔했는데,

언제나

참 과분한 아들이다.


수능 시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게 돌아간다.

우리 반 상담 스케줄을 보니,

9모 다음 날은 꽉 찼더라.

나는 차마 아들의 성적표를 담임과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맨 앞 칸에 신청했다.

고3이지만, 여전히 일상 상담이다.


더운 여름이 간다.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잘도 흘러간다.


결과가 중요해?

네가 열심히 했다는 게 중요한 거지!

라고 말하고 싶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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