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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Apr 26. 2024

바람wish을 타고 이뤄지는 어린이들의 바람wind

2024 송도 바람축제

*이 글은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통신 3.0>의 원고청탁을 받아 제작된 콘첸츠이며, 원본은 글 하단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인천광역시는 송도·영종·청라라는 세 개의 국제도시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이 세 개의 도시를 거점으로 매년 IFEZ 대표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송도 <바람의 연 축제>, 영종 <세계전통음식 축제>, 청라 <뮤직&와인 페스티벌>이 바로 IFEZ의 대표축제다.


연수문화재단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전 세계 공통 전통문화인 ‘연’과 송도의 지리적 특징인 ‘바람’을 연계한 축제를 개최해 왔다. 3년간의 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송도 구민과 인천시민에게 인지도를 높여갔지만, 축제를 주최하는 연수문화재단에서는 여러 가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축제 장소인 송도달빛축제공원은 일정한 방향으로 바람이 부는 것이 아닌, 돌풍 형태로 바람이 불어 연을 날리기에 그리 좋은 장소가 아니라는 것이 가장 큰 고민 지점이었고, ‘연’을 대표적인 콘텐츠로 내세우는 것이 ‘송도 국제도시’와 어떠한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이러한 고민으로부터 2023년 9월 16~17일, 2023 IFEZ 대표축제 <바람의 연 축제>가 끝남과 동시에 2024년 IFEZ 송도 대표축제 <송도 바람축제>를 향한 비행(飛行)이 시작되었다. 사실 누군가가 봤을 때는,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같은 이름과 형태로 개최하던 축제를 새로운 이름과 콘텐츠로 변화를 준다는 것이 비행(非行)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축제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기억을 제공하고, 축제를 만들어가는 우리 또한 즐거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 보자는 뜻이 팀장님과 통했기에 새로운 축제를 기획하는 일이 그리 어렵거나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2022 IFEZ 국제도시 지정기념전통문화행사 <바람의 연 축제> / 2023 IFEZ 대표축제 <바람의 연 축제>  ⓒ연수문화재단


<바람의 연 축제>라는 새로운 비행의 첫 번째 목표는 주제의 재정립이었다. 기존의 축제가 ‘바람’과 ‘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송도의 지리적 특징인 ‘바람’은 그대로 살리되, ‘연’은 축제를 구성하는 하나의 콘텐츠로만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바람’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뜻인 ‘바람(wind)’과 ‘바람(wish)’을 새로운 주제로 내세우기로 했다. 전자인 바람은 송도에서 부는 바람이라는 게 명확했지만, 후자인 바람은 누구의 바람, 즉 희망인지를 설정해야 했다.


이러한 고민은 자연스레 축제의 주요 대상을 재정립이라는 두 번째 목표로 향하게 되었다. 송도는 인천의 다른 국제도시와 비교했을 때, 평균 연령이 36.8세로 가장 젊은 도시로 꼽힌다. 또한,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수가 35개로 타 국제도시보다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두 가지 통계자료를 종합했을 때, <바람의 연 축제>의 주요 타깃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로 맞춰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2024년 2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데이터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통계로 보는 IFEZ’


세 번째 목표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을 축제장으로 어떻게 유입시킬지에 대한 숙제로 연결되었다. 연수문화재단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축제를 위탁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어린이날이 포함된 주말에 <바람의 연 축제>를 개최해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를 남겼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IFEZ 개청 기념일이 포함된 10월에 축제를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으나, 많은 축제나 행사가 가을에 집중되어 있고, <바람의 연 축제>가 어린이 축제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 공감해 어린이날 개최되는 축제로 개최 시기를 변경하는 것에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었다. 어린이날에 축제를 개최함으로써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을 자연스럽게 축제장으로 유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마지막으로 고민해야 할 건 축제장을 채울 ‘콘텐츠’였다.


마지막 목표인 ‘바람(wind)’과 ‘바람(wish)’를 주제로 한 콘텐츠 기획은 그동안의 축제에서 부모-자녀 세대 간의 소통을 책임져주었던 ‘연날리기 프로그램’과 ‘바람’을 주제로 어린이들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체험하는 프로그램인 ‘바람 놀이터’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것 외 신규 콘텐츠는 2023 <바람의 연 축제>가 끝나자마자 서울 영등포, 강원도 춘천, 충청남도 서천 등으로 떠난 자문회의와 벤치마킹에서 얻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 만난 ‘팹브로스제작소’와는 연수문화재단-연세대학교 메이커스페이스 사업단 공동 기획 사업인 ‘상상오름 예술 제작소’를 통해 사전 프로그램인 <철새 DIY 키네틱 아트 제작 워크숍>을 진행하여 결과물을 ‘철새 군집 비행’ 전시로 축제장에서 공개하기로 했다. 100개의 목재 철새가 위아래로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바람을 타고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실제 철새의 군집 비행을 보는 듯한 장관을 선사할 예정이다.


‘춘천문화재단’의 <석사천 재즈 페스타>를 기획한 담당자와의 미팅은 그동안의 축제에서 아쉬움으로 느껴졌던 ‘축제 대표 마스코트’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 주었고, 충청남도 서천에서 만난 ‘MEET GREEN’은 인간과 함께 송도를 거주지(서식지)로 하는 ‘대형 저어새 공기 조형물’로 실현해 주었다. 또한, 철새에 대한 생태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여 멸종위기종인 다양한 철새에 대한 인식 개선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같은 충청남도 서천에서 미팅을 가진 ‘벌룬어드벤처코리아’는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의 꿈을 열기구 비행으로 이루어 준다. 총 4대의 열기구는 송도의 아름다운 노을과 도시의 야경 사이로 떠오르고, 지상에는 열기구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보고,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운영된다.


이러한 콘텐츠 외에도 개막식 식전 공연은 연수구립소년소녀합창단, 알펜로제어린이요들단 등 연수구 관내 어린이 공연단의 무대로 채워지고, 개막 축하 공연 또한 ‘어린이 뮤지컬’이 펼쳐져 그야말로 어린이가 주인공인 축제가 될 예정이다.




2024 문화예술교육 상상오름 예술 제작소 ‘철새 DIY 키네틱 아트 제작 워크숍’ / 2024 IFEZ 송도 대표축제 <송도 바람축제> 바람 열기구 ⓒ연수문화재단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운동장에서 공 하나, 고무줄 하나만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던 아이들. 학교 앞 문방구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미니카를 만들고, 낮은 의자에 앉아 오락기를 흠씬 두들기던 아이들. 놀이터에서 누가 처음 만들었는지도 모르는 다양한 놀이 하다가 저녁 먹자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에 내일을 기약하며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


나는 <송도 바람축제>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리고, 잊어버린 그 아이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으면 좋겠다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그 나이 때만 누릴 수 있는 커다란 자유로움과 무한히 꿈꿀 수 있는 희망을 느끼면서 축제장 곳곳을 누볐으면 좋겠다.


아이들 자체가 콘텐츠인 그런 축제가 되기를. 아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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