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깔깔마녀 Feb 17. 2023

나의 상상여행은 현실이 된다.

여행은 꿈꿀 때부터 시작이다.


  날이 조금씩 풀리는 게, 이제 봄이 오려나... 하더니, 오늘 다시 추워졌다. 하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왜? 추위도 많이 타는 내가? 



  지난 3년간, 여권을 들여다본 적이라곤 없었다. 3권이나 되는 내 여권이 어디에 있는지는 잘 알지만, 꺼내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가끔 나는 여권 속 도장을 보며 흐뭇해하곤 했기에...

  travel bug라고... 역마살 핑계 대며 참 많은 곳을 다녔다. 구석구석 아주 디테일하게 보기 위해, 갔던 곳도 여러 번. 블로그 이웃도 , 몇몇을 제외하곤, 항공사나 여행 관련 사이트가 대부분일 정도다. 

가끔 새로운 명소에 관한 소식이나 메일을 받으면 설렌다.

앗, 특가 요금이? 지금 가야 하는 걸까?  이렇게 시작된 여행도 있었다. 




  며칠 전 생각지도 못했던, 마일리지 항공권 할인 소식을 들었다. 잠자던 여행 세포가 살아나 움직이기 시작, 

괜히 바쁘다. 마음이 분주해지고 둥실둥실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마침 새로 개관한 미술관이 너무너무 궁금했던 차에, 망설임 없이 사이트에 들어가 본다. 

날짜 검색을 하니, 돌아오는 편이 대부분 매진. 출발일을 바꿔가며, 이래저래 조합, 드디어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발견.   

  곧바로 리무진 시간표까지 검색, 집에서 도보 15분 정도 거리에 리무진 타는 곳이 있다, 공항 도착 시각까지 계산하니, 가능할 것 같다. 이제 티켓팅할까...


  , 호텔은?

호텔 수배 시작.

아고*에  들어가려니 계정이 기억나지 않는다... 3년간 묵혀두었다. 내가 가입한 호텔을 비롯, 모든 여행 관련 사이트의 계정도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물론 크*은 알아서 저장해 주고, 자동로그인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멤버십 이메일을 더는 사용하지 않아, 호텔에 문의했다. 락 상태라고 한다. 휴면계정은 풀면 되지만, 나의 경우는 신규가입을 해야 한다고.

어렵지 않다. 과거의 마일리지는 이미 다 사라졌으니, 손해 볼 것도 없다.

  , 이 모든 일을 처리하는 데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네! 늘 준비돼 있던 나의 순발력이 이렇게 통하는구나!

이제 정말 드디어, 비행기를 타는구나. 다음 주 화요일이면 아직 여유가 있으니, 천천히 하자.


여행은 공부이자, 명상과 같다. 고로 여행비용 지출은, 카드를 상납하는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합리화하며 살았다.

  음날, 오전. 집을 나설 무렵, 문자가 온다.

'인터뷰 날짜가 21일 2시로 변경~~'

지금, 이 타이밍을 반가워해야 할까... 출발일이랑 겹치는 순간, 머릿속이 또다시 분주해진다. 

얼른 컴퓨터 앞에 착석, 한시가 급하다. 아직 확정된 것은 없으니, 빨리 바꿔야겠다. 

그런데 그 많던(?) 좌석이 더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비싼 표는 아직 있다. 그것도 어느새 매진사례에 이르겠지만. 결국, "일단 취소"를 택했다. 

사실, (취소까지) 주저하지 않았다. 취소해도 페널티는 아직 없으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자.


  그래, 아무리 잠깐 바람 쐬러 간다지만 1박 2일은 좀 빠듯했어. 호텔에서 가고 싶은 곳까지는 대중교통으로 70분이 넘는다. 자주 오는 버스도 아니다. (나는 타지에서 운전하는 것에 두려움이 많다. ) 버스 시각 맞추다 보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 다음 목적지는, 돌아오는 날 시간을 계산하면 이것도 동선이 애매하다.

게다가 내가 아무리 일찍 가고 싶어도, 문을 여는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이동거리만 보면, 아무래도 무리다.

호텔은 적립금으로 사면되지만, 사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곳은 아니다. 4성급이라고 하는 데도 비즈니스로 보인다. 

  1박 2일 여행이라도 여유 있게 다니고 싶다. 여행이 숙제도 아니고, 이렇게 강행군할 이유는 없다.

물론 당일치기도 하고, 무박여행도 있다지만, 그럴 체력도 안된다.


  결국, 나의 여행은 상상으로 끝났다. 하지만 잠깐이나마 무척 행복했다.

지나가는 리무진 버스만 봐도 신나고, 여행도서가 나오면 무조건 찾아보며 업데이트된 곳을 기억해 두곤 했던 나, 그럼에도 언제나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밤에 잠자리에 들 때는, 3월로 다시 알아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나의 루틴을 따라가는 데만 집중하게 된다. 게다가 지금은 벼락치기 공부라도 해야 할 상황이니, 자꾸 생각이 분산되면 안 돼!  자, 집중~~~!










  이번 여행은 상상으로 벌써 다녀왔다.

이럴 땐 방법이 있다. 가고 싶은 지역의 음식을 먹으면 아쉬움이 조금 사라진다. 물론, "이 맛이 아니야'라며 더 간절해지는 경우도 있다. 


  음 주 날씨도 오늘보다 더 춥다고 한다. 여행 경비는 얼마 들지 않지만,  현지에 가면 예산보다 늘 지출이 많다.- 물가가  올랐습니다 라는 말과 함께 앞 숫자가 다 바뀌어 있으니까.  

음, 결과적으로 손해 본 것도 없네? 

아직 걷는 것도 불편한 데, 괜히 무리해서 아프면, 이야말로 시간낭비! 

이번 여행을 미룬 건 잘한 일이야. 마일리지 할인은 꽤나 매력적이지만, 돈을 더 내더라도 편하게 여유 있게 다녀와야지.


  , 여우의 신포도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런데 여우야말로, 자기만족을 제대로 보여준 것 아닌가. 자기 합리화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여우는 이미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아는 것 같다. 포기라고 하지만 실은 상황 판단을 (자신의 현재 능력을 파악) 제대로 했단 생각이 든다. 

달리 표현하면, 행복지수가 높다고 할까. 쉽게 포기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실은 안 되는 일에 미련을 갖지 않고, 현 상황을 받아들이는 자세... 그 여우는 집착할 시간에 차선책을 강구했을지도 모른다.




  여행을 목적으로 사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여행을 도장 깨기 식으로 할 마음은 없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은, 어딜 가도 "순간이동"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걷기 좋아한다지만, 그것도 마음만으로 안된다.)  SF영화처럼, 순간이동이 가능한 날이 올지라도, 대중화되는 데는 또 시일이 걸리겠지. 비용도 엄청날 텐데... 우주여행처럼. 아.... 벌써부터 밀려드는 소외감.

뭐지. 이런, 너~무 많이 와 버렸다.  

나의 여행은 꿈으로 끝나버렸지만, 꿈이 이뤄질 날이 "곧 " 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장소: DDP 나의 소망을 담은 장미가 반짝이며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영감을 준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은 다시 찾아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