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식대로의 행복
헉... 전 세계 인구수가 81억을 육박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충격이 크다.
60억 인구 운운하던 때가 기억난다.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사실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저조하다는 이야기가 집중 조명되다 보니, 세계 인구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여하튼, 이 많은 사람들 중 내가 만나온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선택이든 우연이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해 온 사람들은 꽤 많다.
그중, 한 번이라도 말을 섞은 관계라면, 그야말로 대단한 인연이 아닌가 싶다.
물론 지금은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도 온라인에서 대화할 수 있고, 직접 만남을 갖지 않아도 연결은 되니, 굳이 자연스러운 인연을 따져볼 필요는 없을지도. like for like 시대 아닌가.
4월 초, 명동의 백화점에 다녀왔다.
온라인에서 주문하던 화장품이- 입고된 매장은 유일하게 이곳 백화점- 품절, 수입 여부를 알 수가 없다고 한다. 마침, 그날은 근처에서 볼일이 있었기에, 집으로 곧장 돌아오지 않고, 중간에 노선을 바꾸었다.
평일이라, 직원과 상담하기도 편했다. 매니저님이 직접 응대해 주셨고, 늘 궁금하던 제품에 대해, 거의 30분 이상을 비교 설명해 주셨다. 온라인에서 직원과 상담할 때보다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고, 여러 가지 테스트도 해 보며, 결국 구매에 이르렀다. 그리고, 제품관련된 사은품이 아닌 선물까지 주셨다. 뭐라도 더 챙겨드려야 할 거 같아요 라며... 그렇게 무겁지만 기분 좋은 선물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문제는 영수증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에, 결국 내가 다시 매장에 들러야 할 일이 생겼다.
7일 이내 방문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매니저님은 다시 영수증 처리를 연장해 주셨고, 직접 본인의 휴대전화로 연락, 사진도 남겨주셨다.
그렇게 일은 처리했고, 며칠이 흘렀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니, 그저 다 잊고 지냈다.
그런데 어제, 토요일 저녁 갑자기, 매니저님의 응대가 무척 남달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간단하게 답글을 보냈다. "여러 가지로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 마침 내가 문자를 삭제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그것으로 부족해, 백화점 온라인 사이트에 들어가 직원칭찬글을 남겼다. 주말이라 답은 기다리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일요일) 낮에 내게 장문의 답이 도착했다.
" 제가 지금 집에 일이 생겨 답을 늦게 드립니다...." 그리고, 고객님 피부에 잘 맞지 않아 미안하다는 말도 포함... 정성스러운 문자에 내가 오히려 미안했다. 집안일에 신경 써도 피곤하고 바쁠 텐데, 참으로 고객까지 챙기려 드니... 아, 돈 버는 것도 참 힘들다... 하지만 이내, 이런 행동이 반드시 비즈니스 마인드는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진짜 신기한 건, 온라인상에 남긴 내 글에 대한, 관계자의 답을 옮기자면, " 오늘 ** 매니저님은 개인사정으로 출근을 못했으니, 내일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였다.
결국 내가 칭찬글을 남겼기에, 당사자가 답을 준 것은 절대 아니란 말이다.
뭘까... 왠지 내 글이 너무 시의적절한 것 같은...(끼워 맞추려 든다고 말해도 된다.)
살면서 악연은 절대 만들지 말라고 하지만, 때론 모르게 모르게 타인에게 나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기분 나쁜 표정만으로도, 오해하기 십상이다. 그리고 다툼과 분쟁을 원치 않아도 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나와 안 맞으면 무관심하기 마련이다. 솔직히 이제는 누군가와 말 섞는 일도 조심스럽고, 때론 무섭다.
그럼에도 직접 대면할 경우엔 서로 예를 갖추는 게 기본인 만큼, 직원과 손님의 관계도 소중하게 여겼다.
나중에 다시 방문할 일도 생기고. 그러다 보니 오래전부터, 친절하게 대해 준 직원은 무조건 당사에 연락하여 감사하다는 말을 남기곤 했다. (처음엔 엄마의 조언으로 시작된 행동)
그렇게 하면 직원의 사기도 충천되지만, 분명 직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귀찮을 때도 있지만, 뭐라도 도움 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행동이란 것은, 진심이다. (할 줄 아는 일을 하려고)
내가 누군가를 도와주지 못하니, 이렇게라도 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뭐 반드시 내게 돌아오는 게 있어서는 아니다.
그냥 상대가 기분 좋게 나를 대해주었고, 나도 기뻤으면 그만이다.
그게 함께 어우러져 사는 맛 아닐까.
지난주, 오래된 친구와의 감정을 정리했는데, 그래서인지 요즘 새로운 사람들이 보인다.
뭐 그게 꼭 친한 사이가 아님 어떤가. 깊은 관계가 아니고 스쳐가는 것도 괜찮다. 일일이 다 알 필요도 없다.
다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게 당연하니까. 그래도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싶다.
생각이 많으면 피곤해지니, 이런 일도 직관에 맡겨야겠다. 붙잡고 싶은 인연이란 촉이 느껴지면, 이제부터는 놓치지 말아야지. 사람이든, 기회든, 뭐든!
**매니저님, 짧은 봄을 만끽하시길 바라요.
지구상의 81억 인구를 떠올린다면, 우리 인연도 생각보다 가볍진 않죠?
참으로 나는 돈 안 되는 일에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