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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송곳 Nov 15. 2019

소울푸드, 내 영혼을 부탁해

세상을 살아갈 힘과 위로가 되어주는 맛

소울푸드 : 먹는 이의 영혼을 감싸주는 음식


인생의 쓴맛을 경험한 어른이라면 마음을 달래줄 소울푸드 하나쯤은 있는 법

보통은 술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나에게는 술보다 더 위로가 되는 음식들이 있다. 슬프거나 화날 때는 물론 기쁠 때 먹으면 더 기분 좋아지는 나의 소울푸드, 바로 떡볶이와 새우튀김이다. 따로 먹어도 맛있고 같이 먹으면 더 완벽한 이 음식들은 나의 소울 푸드다.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면 3가지 후보들이 머릿속을 스쳐 가는데 1. 떡볶이 2. 새우튀김 3회 이것들을 꼽을 수 있겠다. 늘 우선순위가 엎치락뒤치락할 정도로 모두 없어서 못 먹는 음식들이다.      

이중 떡볶이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함께 해온 영혼의 동반자 같은 존재였다.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있는 데다가 자극적인 양념은 기분을 up 시켜주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나는 특히 쌀떡을 더 좋아했는데 쫄깃한 식감의 떡에 양념이 제대로 배인 꾸덕한 스타일의 떡볶이를 선호했다. 안타깝게도 손맛 좋기로 소문난 우리 엄마는 분식에만 소질이 없어 나는 늘 떡볶이를 사 먹어야 했고 이내 서울 곳곳의 떡볶이를 점령하기도 했다. 나아가 대학생 때는 떡볶이를 잘 만드는 남자가 이상형이기도 했다. 지금은 각종 떡볶이 전문점에 다양한 메뉴까지 등장해 삶의 질이 향상된 기분까지 든다. 단지 가격이 비싸진 게 아쉽지만 떡볶이의 발전이 무한하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 새우튀김에 제대로 빠졌는데 바삭한 튀김옷 속에 부드러운 새우 살의 조합이 간식은 물론 술안주로 최고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후 명절에는 무조건 대하 50마리를 손질해 튀겼고 심지어 집 앞에 찾아오는 새우튀김 트럭 아저씨를 보고 우리 아빠는 ‘너네 아저씨’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처음 나간 소개팅 자리에서 2차로 새우튀김을 시켜 그 자리에서 한 접시를 혼자 다 비운 적이 있다. 바삭하게 튀긴 일본식 새우튀김 앞에 체면이나 이미지 관리 따위 아무 필요 없었다. 결국 성공적이지 못한 시간이었지만 그 집에서 주문한 새우튀김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그러다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몇 년 전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것! 우리 가족은 원인을 모두 새우튀김으로 지목했고 엄마는 나에게 새우튀김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여전히 나는 피를 맑게 하기 위해 양파즙을 먹어가면서까지 새우튀김을 놓지 못하고 있다.      


내 인생에서 회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다. 살 안 찌는 음식 중 하나로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하고 단맛까지 품는 고단백 영양식이 아니던가. 상추쌈이나 다른 고명 없이 오직 초장이나 간장에만 회를 두 점씩 찍어먹는 게 내 스타일인데 회 본연의 맛을 다른 것에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덕분에 어른들로부터 나는 ‘회 좀 먹을 줄 아는 애’로 인정받았고 엄마는 나름 희고 깨끗한 내 피부의 비결의 일부는 회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많이 먹어댔다. 어릴 때부터 앉은자리에서 회 한 접시를 국수 먹듯 흡입하는 나를 보고 아빠는 위협감을 느꼈는지 어느 순간부터 회를 두 접시로 나눠 가져올 정도였으니... 얼마나 회를 좋아했는지 원 없이 회를 먹기 위해 바닷가 어부한테 시집을 간다고 했을까...      


놀랍게도 이 음식들은 서로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떡볶이는 탄수화물, 새우튀김은 지방, 회는 단백질. 영양 3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지 않은가? 이 얼마나 완벽한 만남인가! 

또한 나는 이 음식들로 인해 수 십 년 동안 소소한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고 배는 물론 마음까지 채우고 있다. 나는 지금도 이 음식을 사랑하며 부디 미래의 내 남편도 이 음식을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 그도 떡볶이의 깊은 양념 맛과 바삭한 튀김옷 속의 적당한 기름 맛, 그리고 씹으면 씹을수록 달달한 회 맛의 묘미를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래오래 나의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음식이 되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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