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oem Kim Feb 12. 2021

클럽하우스, 사용자는 무엇에 이끌려 쉼 없이 이야기할까

서비스 리뷰 & 사용자 경험

몇 년 전부터 친구들과 자주 얘기하던 주제가 있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다음의 SNS는 무엇일까?"

지금의 SNS와 얼마나 더 다른 플랫폼이 가능할지 궁금했는데 그 다음이 오디오 기반의 SNS일 거라고는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클럽하우스가 SNS인지 의심이 들었지만 단톡방에서 H의 릴레이 초대로 클럽하우스에 입성했다. 내일이면 딱 7일째다. 클럽하우저로서 직접 방을 들락날락하며 사용자 경험의 측면에서 생각했던 부분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클럽하우스 Clubhouse

클럽하우스는 이미 지난해 4월경 시작된 서비스지만 올 1-2월을 기준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사람들이 '테멘'을 외치는 바로 그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해당 서비스에 접속하면서 더욱 알려졌고, 일명 '인싸 앱'이라는 별칭부터 오디오 기반이라는 신개념 SNS는 사람들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현재 iOS에서 영어로만 서비스되고 있으며 서비스의 핵심은 관심사와 팔로우한 사람을 기반으로 대화방에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Photo by William Krause on Unsplash


초대장의 비밀

단시간에 클럽하우스에 가입한 사용자가 늘어나고 검색어에도 등장한 것은 초대장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사용자에게 2장의 초대장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 중 2명을 ‘Invite’ 할 수 있다. 단 2장의 초대권은 프라이빗하면서도 가입 과정 자체를 재미있는 사건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수많은 앱의 홍수 속에 사는 요즘, 새로운 앱을 다운받고 회원가입까지 하는 일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닌데도 클럽하우스에 입성하는 건 인스타 스토리에 남길 정도로 즐거운 과정이 된 것이다.


2장의 초대장 (현재는 1장만 발급되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 초대장으로만 가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초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가입을 하면 나의 연락처를 보유한 클럽하우저에게 알림이 간다. 클럽하우저가 “Let them in” 버튼을 누르면 나도 클럽하우저가 될 수 있다. 이런 방식을 두고도 제한된 2장의 초대장을 발급하고, 초대장을 추가로 얻으려면 적극적으로 대화방을 열거나 참여하고 모더레이터가 되어야 하는 클럽하우스의 룰은 사람들이 클럽하우스 서비스에 더 깊이 몰입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단호한 디폴트의 힘

클럽하우스에 가입할 때 친구들과 채팅으로 떠들며 가입을 진행했는데 C의 표현을 빌리자면 '단호하다'고 느낀 지점이 있었다. 특히 연락처 접근 권한 설정 단계에서 그 단호함을 처음 마주했다. (알림 허용 단계에 한 번 더 등장)

십 년 가까이 카카오톡에서 원치 않는 연락처의 ‘친구’를 거르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한 탓에 필터링 없이 모든 연락처에 대한 접근 권한을 위임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보다 단호하고 명확한 안내로 사용자를 이끌었다. 손가락 이모티콘 하나로 클럽하우스는 OK를 가리키고 있었다. 마치 “어이 신입, 네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면 날 따라와봐” 이런 느낌이랄까.


다음 단계에서도 내 연락처에 있는 사람들 중 클럽하우스에 미리 가입한 모든 사람을 보여주고 새로운 사람들을 팔로우하도록 제안한다. 이 두 가지 단계에서도 긍정적으로 제안을 수락하는 의미의 'Looks good'과 'Follow' 버튼은 다른 선택지에 비해 유난히 크다.


요즘 클하 리뷰 글에 하도 클하 캡처본을 막무가내로 (프로필 사진과 실명인데 하나도 안 가리고) 올리는 것이 좀 그래서 얼굴이라도 블러처리.


사실 이러한 디폴트가 무조건 옳거나 편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를 팔로우해야만 더 많은 방을 들여다볼 수 있는 클럽하우스의 특징을 고려했을 때는 영리한 설계라고 볼 수 있다.


클럽하우스는 COVID-19에 감사하라

'콜 포비아(call phobia, 사소한 통화도 불편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현상)'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화로 질문하고 은행 업무를 보고 배달을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음성 UX에 관심을 가졌다가 결국 모빌리티로 관심사가 이동했던 이유도 자동차처럼 프라이빗하고 핸즈프리로 음성이 필요한 상황이 아닌 이상 실제로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잘 없으며, 프라이버시가 노출될 염려도 있어 전문가들의 예측보다 음성 UX가 실생활에서 잘 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디오로만 모르는 사람들과 의사소통 하는 것이 이렇게나 활발할 수 있다니, 왜일까?


그건 COVID-19로 약 1 년간 Zoom에서 낯선 사람들과 대화하는 경험 자체에 익숙해졌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 나 혼자 떠들어도 되는 환경이 갖춰진 지금이기 때문이다.


많은 학회나 스터디, 모임 등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면서 온라인에서 마이크를 켜놓고 크고 작은 규모에서 어떻게 소통이 이루어지는지 학습한 것이다. 처음 Zoom을 사용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마이크를 껐다 켜는 것이 불편했고, 서로 발언하려다 말이 부딪혀 미안한 상황, 갑자기 정적이 흘러 어색한 상황 등이 있었다. 말이 겹치지 않게 발언권을 순서대로 주는 방향으로 인터페이스가 개선되어야 하나라는 고민도 있었지만 근 며칠 클럽하우스를 이용해보니 사람들은 이미 그런 상황을 다 이해하고 인지하고 있었다. 잠깐씩 오디오가 끊기는 상황에 대해서도 크게 노하지 않고 그런가보다 하고 기다려주더라.


그리고 음성으로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려면 내 프라이버시가 노출될 염려가 없는 개인적인 공간인 동시에 잡음이 없는 환경이어야 한다. 그건 내 방 아니면 내 차 둘 중 하나인 경우가 많은데 지난 주말, 그리고 때맞춰 찾아온 명절은 클럽하우스 서버가 터지기 딱 좋은 때다. (실제로 오늘 클럽하우스 서버도 터지고 앱 내 여러 기능들도 오류 파티였다.)


연결에 대한 욕구가 곧 이용 동기

"저 방에 노홍철 있대" "나 쌈디랑 말해봄" "헐, 내 친구 오늘 마크주커버그 봤대"

인플루언서가 가는 플랫폼이라면 대개 팔로워들은 따라가게 되어있다. 그런 점에서 유명인들이 있다는 소식이 클럽하우스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핀 것도 맞다. 하지만 기존의 블로그,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은 SNS가 하나 더 생겨났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열광할까는 모르겠다.


사용자들이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동기 밑에는 연결에 대한 욕구가 깔려있다. 이것을 두 가지 관점에서 풀어보자면 1. 경계 없는 참여 2. 다시는 없을 실시간 대화 로 나눌 수 있다.

발 그림 죄송.. (일러 켜기 귀찮아서...) / 스피커가 되면 마이크 On-Off, 리스너일 때는 손 들 수 있는 아이콘

먼저, 클럽하우스에는 방을 만들고 이끄는 모더레이터, 대화하는 스피커, 리스너(주로 others in the room)가 있다. 처음에는 상위에 있는 모더레이터, 하위에 있는 리스너가 시각적으로도 계층이 있다고 느껴졌다. 그러나 클럽하우스 안에는 계층이 분명한 동시에 없기도 하다. 무슨 말이냐면 일단 방 안에 들어오면 팔로워 수나 나의 인지도와는 관계없이 방 안의 모두에게 노출될 수 있다. 특별한 룰이 있는 방이 아닌 이상은 리스너가 손을 들면 스피커가 되고(모더레이터의 수락 하에) 발언권을 얻는 순간 똑같이 말하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초기 단계인 지금, 꽤 많은 사람들이 신기한 경험을 했을 거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와 대화를 해보고 유명한 외국인 CEO에게 질문을 해보고, 가수에게 직접 노래를 요청하고. 꼭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스피커가 되어 함께한다는 지점에서 사람들은 연결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게 된다.


두 번째로 클럽하우스에서 이루어지는 실시간 음성 대화는 딱 그때만 가능하다. '다시 보기'로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기록이나 보관의 개념도 없다. 누군가는 '안 들으면 불안'하다고 했다. 내가 지금 접속하지 않으면 뭔가를 놓칠 것 같은 기분, 연결에서 나는 Out되는 느낌 때문에 사용자들은 이 서비스에 아주 깊이 몰입하게 된다. 48시간을 연속으로, 할 일을 다 제쳐두고 개미지옥 같은 클럽하우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친구들이 종종 발견되는 이유다.  


말이라는 가장 쉬운 콘텐츠 생산 방식

정보의 교류가 넘쳐나는 블로그와 유튜브에는 창작자의 수와 구독자/시청자 수에 차이가 크다. 오디오 기반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스푼이나 팟캐스트 등 그간의 오디오 기반 서비스들은 내가 말하기보단 95% 이상 듣는 행위가 수반되는 플랫폼이었다. 걸어가면서도 듣고 버스 안에서도 듣고. 하지만 클럽하우스는 듣는 만큼 말하는 사람도 많다. 브랜딩, 주식, 음악, 취업, 소개팅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드는 클럽하우스의 방을 들어가보면 참 양질의 콘텐츠다. 그런데 클럽하우스는 다른 그 어느 플랫폼보다 콘텐츠를 생산하기 쉬운 방식으로 돌아간다. 그냥 '말'을 하면 되기 때문. 편집을 할 필요도 없고 업로드를 할 필요도 없다. 하나의 콘텐츠가 생산되기까지 필요한 아주 많은 단계를 건너뛰어버린 것이다. 그러다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남다른 내용이나 해박한 지식, 편집 기술을 갖지 않고도 '나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만큼은 클하의 매력 인정이다.(물론 난 말 잘 안함)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

클럽하우스에 대한 각인은 성공적이었지만 동시에 프라이버시와 저작권(실시간으로 책을 전부 읽어버리는 등), 그 외의 여러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도 있다. 연락처를 동기화하는 동시에 이 서비스 자체에 대해 관심도 없는 사람들의 인맥(?)까지 공개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이미 앱을 사용 중이더라도 지인과 서로 팔로우 관계일 때 어느 방에서 무슨 얘기를 듣고 있는지 다 오픈되는 부분을 부담스럽게 느끼기도 한다. 이 때문에 자기 자신을 셀링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는 사용자만 남고 굳이 자기 자신을 오픈하는 것이 불필요한 사용자들은 떠나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또한, 어느 서비스에나 훼방꾼(순화 순화)이 있다. 신고 기능은 있지만 이것을 어떻게 증명할지, 신고 기능을 악용하는 사례는 나오지 않을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즉,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더 다양한 사례가 나올텐데 앞으로의 성장을 위해서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에 대해 클럽하우스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사용자와 해외 사용자들이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방식도 다를 것 같은데 이 부분도 클럽하우스에 잘^^ 연구해서 적절한 기능들을 추가해줬으면 함.


마지막으로 인스타그램에서 클럽하우스의 GOOD POINT와 BAD POINT에 대해 간단하게 받아본 답변을 공유한다. 사용 3일차에 물었는데 결국 7일차에 글을 쓰고 있어서...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의견 감사합니다:)


클럽하우스에 머물면서 이토록 빡센 셀프 브랜딩의 시대가 왔구나 싶어 프로필 작성하다 지치기도 했지만 서비스 초기에 나름의 질서가 생기는 모습을 보는 것이 흥미로웠다. 부디 클럽하우스가 소수의 모더레이터가 펼치는 비즈니스의 장이 아니라 더 많은 리스너이자 스피커들의 이야기가 오고 가는 SNS로 남길 바라며, 이만.


작가의 이전글 나는 어쩌다 UXer가 되기로 마음 먹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