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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델피늄 Nov 01. 2019

요즘 글이 잘 안 써진다

글태기에 관한 하소연 혹은 다짐


아이러니하다. 글 잘 쓰고 싶어서 글쓰기 책을 정독 중인데, 읽으면 읽을수록 자기 검열의 늪으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다. 이 책을 얼른 내 것으로 만들어 글이 술술 써지길 기대하는 조급함이 앞선다. 그러다 보니 집중이 잘 안된다.


브런치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일주일에서 열흘에 한 번은 꼭 발행하기로 다짐했었는데, 점점 벌어지는 날짜의 간격과 쌓여만 가는 퇴고 파일을 볼 때마다 자꾸 초조해진다.


요즘은 ‘그리고’ ‘그런데’ 같은 접속사에 꽂혔다. 접속사가 눈에 들어오면 검열 센서가 울린다. ‘그’를 대신할 같은 의미의 다른 단어를 찾아 자연스럽게 연결하려다 보니 이것저것 건드리게 되고 이도 저도 아닌 구구절절한 문장이 되고 만다. 메모해 놓은 것들을 정리하고 쓰다 보면 꽤 긴 글로 이어질 것 같은데, 그놈의 센서가 수시로 울리고 있어 개운하게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글에 대해 고민하는 지금이 과도기인 걸까? 과도기가 맞다면 내 글이 성장하는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한다. 그것 역시 지금의 늪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글을 쓰는 건 즐거운데 쓰면 쓸수록 어렵다. 글에 욕심만 생긴다. 욕심을 내려놓고 담백하게 쓰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집에 있으면 자꾸 눕고 싶다. 하얗고 포근한 이불을 돌돌 말아 안고 실컷 책을 읽고 싶다. 넷플릭스에 볼만한 거 또 뭐가 있나 바쁘게 탐색한다. 널브러져 있는 잡동사니들이 눈에 들어온다. 빨래를 일단 돌린다. 아련한 얼굴을 하고 창밖을 내다보는 우리 집 댕댕이가 눈에 밟혀 산책 나갈 채비를 한다. 벌써 하원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바로 집 근처 카페에 와서 노트북을 열었다. 이불과 넷플릭스의 유혹을 뿌리치고 일단 파일을 열었다. 센서가 울리든 말든 뭐라도 쓰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이렇게 푸념이라도 남겨본다.



<강원국의 글쓰기> 속, 나를 북돋아 주는 문장



글을 쓰기 전, 이 메모를 읽는다. 혼자 쓰는 글이니 격려하고 토닥여주는 것도 나여야 하니까.


즐겁게 쓰자.

마음의 부담을 덜어내고 일단은 즐겁게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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