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돈미새가 되어버린 30대 여성을 아시오?
지난 몇년 동안 나는 이른바 '껄무새'였다.
아, 코인 살 걸!
아, 2차 전지 주식 사놓을 걸!
아, 미국 주식 ETF 사놓을 걸!
아, 엔비디아 주식 사놓을 걸!
아, SK 하이닉스랑 스퀘어 주식 가지고 있을걸!
아, 연금 저축 조금이라도 넣어놓을걸!
...
아, 집 사놓을걸!!!
지금까지 나의 수입은 이 순간을 즐겨야 한다는 미명 하에 현재의 즐거움을 만끽하는데에 쓰였을 뿐, 미래를 위한 그 어떤 준비에도 투입된 바 없다. 솔직히 말해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대책없는 희망에 가득차있었던 것 같다. 이유와 근거는 딱히 없다. 어느 날 나는 로또가 된다거나, 연금 복권이 된다거나, 어찌됐든 무슨 대박이 터질 것이라 생각했다. 지난 번 에세이에서도 말했듯이, 당장 내일 무슨일이 생겨서 큰일이 날지는 아무도 모르는게 인생인데- 할 수 있을 때 모든 걸 다 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 지금 이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C'est la vie!
하지만 시간은 점점 흘렀고, 평균 수명이 100세가 넘어 가는 시대를 살아가야 하며 쉽게 낼 모레 내게 무슨 일이 생겨서 큰일이 날 가능성은 어쩌면 꽤 낮다는 사실을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차라리 나이가 들어 유병장수하게 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았다. 90년대생이 연금을 받을 때쯤에는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흉흉한 소식이 들려왔고, 그 와중에 로또와 연금복권, 스피또는 언제나 번번히 나를 빗겨갔다. 5등 조차 허락치 않는 걸 보며 어쩌면 이건 방법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드디어!)
그 와중에 나 정도의 비슷한 연차로 사회생활을 한 동기들, 지인들, 선배들의 자산 확대 성공 스토리가 슬슬 들리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열심히 모은 씨드로 주식 투자에 성공해 몇십억대 자산가가 되어 전업 투자자가 되었다. 몇백만원 수준일때 비트코인을 열심히 모아놓아서 차와 집을 마련한 친구들도 있었고, 부동산에 밝아 미리 청약을 넣고 성공적인 exit을 한 결과 이미 반포 대장 아파트 매수자가 된 이야기도 들었다. 세상에, 엄청난 갑부가 아니어도 투자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은 전설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주위에 많았다!
나는 점점 껄무새가 되어 갔다. 껄무새가 되어 이미 늦은, 혹은 내가 생각지도 않았던 기회를 놓친 것을 후회했다. 뭐라도 사놓을 걸, 뭐라도 지원할 걸, 뭐라도 들여다 볼걸 하는 아무 쓸데없는 생각이 머릿 속을 가득채웠다. 사실 그렇게 껄무새가 되는 와중에도 기회는 많았다. 후회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느라 또 다시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그 때 살껄, 이라고 생각했을 때 살껄, 이라고 생각했을 때라도 사놓을껄, 하는 밈의 주인공이 바로 나였다.
어느 순간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러다 죽기 직전까지 2024년의 코인 불장을, 2025년 미국 주식의 성장을, 다시 오지 않을 부동산 매수 기회를 놓친 것을 그리워 할 것 같았다. 조금 냉정히 이 상황을 정리해 봤다. 사실 나는 이 후회가 반복될 수 밖에 없게끔, 상황을 '회피' 하고 있었다. 투자 씨드를 모으는 방법이고 뭐고, 주식이고 청약이고 부동산이고 뭐고 그냥 모르는 채로 냅두고 싶었던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나의 '게으른 완벽주의자적' 성향이 단단히 머릿 속에 자리하고 있어서 이미 남들보다 뒤늦은 것 같은 때에 새롭게 배우고, 조그맣게 처음부터 시작해볼 엄두를 내기 싫었던 것이다. 그러니 한탕주의에 매몰되어 있을 수 밖에.
그리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한 것일까? 어떻게 그 많은 씨드를 모으고, 기회를 잡았을까? 이 많은 사람들이 다 부모님이든 조부모님한테 재산을 크게 증여받지는 않았을 것이고, 연봉이 나보다 훨씬 뛰었던 것도 아닐 것이고, 복권에 당첨된 것도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재산 축적 방법은 나와는 다를 수밖에 없기에 논외이다.) 답은 단순했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있겠지만, 결국 주요한 방법은 하나다. 그들은 열심히 노동해서 얻은 소득을 틈틈히 잘 모았다. 가고 싶은 여행을 가기위해 항공권을 사는 대신 적금을 들었고, 입고 싶은 옷을 당장 사제끼는 대신 주식을 샀다. 클럽에 가서 몸을 흔들고 싶은 대신 청약을 공부하고 자금을 모으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들은 미래 가치에게 현재의 쾌락과 행복을 기꺼이 선물했다. 그리고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통 크게 배팅했다. 그들이 희생한 것들 덕분에 '그 때 그럴 돈이 없어서' 두배나 쓸데 없는 껄무새가 되어 땅을 치고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 배짱은 결국 좋은 주식장, 코인장, 부동산장에서의 성공으로 돌아왔다. 언제나 준비되어 있는 자만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나는... 철이 들어야 한다,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미래에 대한 책임감 없이, 현재의 행복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생활을 조금씩 정리해야만 한다. 미래의 안락함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대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 그 방법을 공부하고 고민하기 위해 책이든, 유튜브든, 어떤 자료들이든 참고해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이미 그러한 성공 신화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시기하고, 시샘하고, 질투하고...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지 말고 레퍼런스로 삼아야 한다.
일단 눈을 크게 뜨고 투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부끄러울 정도로 금융시장에 대한 나의 지식은 형편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니 스스로 마음이 편해졌다. 일단 책을 사고, 유튜브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직장인 10년차에 처음으로 연금 저축 투자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별로 없을 것이다. 덧붙여 ISA 계좌도 다시 만들었고, 금융 계좌와 자산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청약에도 눈을 돌렸다. 청약이 될 가능성이 아주아주 낮다고 해도, 몰라서 놓치는 일이 없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소비를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다. 쉽지 않았다. 몇년간 세팅된 소비 습관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지금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여전히 가지고 싶은 것도 많고, 당장 누리고 싶은 것도 많다. (난 지금 당장 톰 브라운 그레이 스웨터를 입고 싶다고!!!) 그럴 때마다 스스로 생각을 다잡고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제일 힘들다. (톰 브라운 스웨터 한벌이면 엔비디아 주식이 10주다...)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고 스스로 자신감을 갖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방! 이 아닌 '티끌모아 태산'을 위한 씨드 조성에 돌입했다. 새로 시작한 연금저축펀드도, 금 현물 구매도, 코인도, 주식도 조금씩 조금씩 DCA(Dollar-Cost Averaging) 방식으로 적립식 투자를 시작했다. (난 이제 DCA가 뭔지도 안다! 이건 그냥 쪼금씩 계속 모은 다는 걸 어렵게 말하는 표현이다.)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상투에서 사서 발목에서 팔아 변변치 않은 결과만을 낳았던 나의 눈과 직감을 당분간은 믿지 않기로 했다. 당분간은 착실하고 부지런한 방식으로 반성하듯 투자를 배워갈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조금씩 보는 눈이 생기겠지.
그 동안 그 좋은 직장과 안정적인 벌이를 레버리지 하지 못하고 낭비해버린 값이 꽤나 커서, 이 모든 움직임이 좋은 선물로 돌아오기에는 시간이 꽤 많이 필요할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믿고 대책없는 희망을 가지고 꾸준히 움직이는 수밖에. 적어도 앞으로는 준비되지도 않은 상태로 기회를 날려버리는 일은 하고 싶지 않다. 결국 내 미래를 준비하고 보장할 수 있는 건 내 자신뿐이다! 앞으로 만들어갈 투자 일대기, 제발 순탄하도록 같이 빌어주세요. 파이팅.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