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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리닝소년 Feb 06. 2022

대학원에 대하여

2-6. 수저

사회에는 여러 수저들이 존재한다.


금수저 물고 태어난 친구가 아직 대학생인데도 불구하고 수천만원짜리 시계를 몇개씩 사는 것을 보면서 허탈감에 빠지기도 하고 sns에서는 아예 질투심도 느껴지지 않을만큼 부자인 친구의 게시글을 보면서 저런게 그사세구나 라고 생각하며 넘기기도 한다.


이런 수저는 사회에만 존재하는게 아니라 대학원에도 존재한다.


대학원에서 말하는 수저는 어떤것이 있을까


사회에서 돈이 그 사람을 대표하는 것들 중 하나라면 대학원에서 그 사람을 대표할 수 있는 것은 어디 연구실 출신이냐, 어떤 저널에 논문을 냈느냐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어디 연구실 출신이냐가 중요한 이유는 좋은 교수님 밑에서 졸업을 하면 정말 많은 것을 알게되고 다른사람들에 비해서 실력이 더 뛰어나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좋은 교수님 밑에서 졸업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중요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인맥사회니까


대학원 생활을 하다보면 내가 속한 연구실 뿐만 아니라 친구가 다니는 연구실, 수업을 듣다가 알게 된 같은 학과 다른 연구실 등 많은 연구실에 대한 얘기를 듣게된다.


그러다보면 그 분야에서 교수님의 영향력이 정말 막강해서 회사에서 벌벌 기는 교수님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연구실들도 있다.


교수님의 영향력이 강한 연구실은 선배들도 보통 다 잘되곤 한다.


왜냐하면 그 연구실 출신의 사람이 회사에, 연구소에, 학교에 있는 것이 그 회사도, 그 연구소도, 그 학교도 그 교수님과의 친분을 쌓아놓고 나중에 어떻게든 좋은 결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 연구실 출신이냐도 그 사람을 판단할 때 참고하는 기준이 되지만, 어떤 저널에 논문을 냈느냐도 그 기준이 될 수 있다.


앞서 대한민국은 인맥사회라고 했지만 대한민국만 그런건 아니다.


해외 학회에 나가보면 해외 역시도 인맥사회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교수들도 한 세션이 끝나면 학생들처럼 빨리 나가서 담배피면서 삼삼오오 떠들기 바쁘고, 서로의 파벌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유명한 교수들은 그만큼 세계적으로 아는 사람도 많고, 세계적으로도 그 영향력이 강할 것이다.


그 교수의 영향력이 대한민국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그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은 review(논문을 써서 저널에 보내면 같은 분야의 다른 연구실에 이 논문이 정말 이 저널에 나갈만한 논문인지 확인을 받는 과정)를 거칠 때 알게 모르게 어드밴티지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나온 논문들을 읽다보면 정말 대가의 연구실이나 이미 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정평이 난 교수들들의 연구실에서 나온 논문들 중에는 '이 논문이 어떻게 이 저널에?' 싶은 논문들도 종종 나온다.


같은 노력으로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여기에 교수라는 이름의 수저가 더해지면 한 사람은 그저 그런 저널에, 한 사람은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저널에 본인의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오늘 적은 내용들은 사실 정량적으로 교수라는 이름의 '수저'가 영향을 미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아니 알 수 없다.


내가 보기엔 어떻게 이 논문이? 했지만 저널의 에디터가 보기엔 충분히 나갈만한 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했을수도 있고, 실제로 유명한 교수의 연구실에서는 그만큼 좋은 아이디어의 좋은 논문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내가 태어날때는 물고 태어나지 못한 수저를, 대학원에 갈 마음이 있다면 학부 시절 약간의 노력으로 퀄리티가 다른 수저로 바꿔 물 수 있다면 그 수저를 위해 노력하기에는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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