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 출근을 하다 보면 가끔 배달음식을 시켜먹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우리 연구실에서는 배달 음식이 도착해서 배달음식을 건물 문 앞으로 받으러 간 사이에 나머지 사람들은 접어두었던 접이식 책상을 펴고, 책상을 닦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배달음식을 시켜먹고 선배가 음식을 받으러 간 사이에 책상을 펴고 물티슈로 깨끗이 닦고, 음식을 다 먹고 나서는 다시 물티슈로 깨끗이 닦았다.
그리고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와서 할 일을 하려고 하는데 너무 더러운 내 책상을 보게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 심지어 내 것도 아니고 한번 쓸 때 한 시간도 채 쓰지 않는 식사용 접이식 책상은 먹기 전에, 먹고 난 후에 그렇게 깨끗이 닦으면서
왜 내가 하루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내 책상은 이렇게 더러운 채로 놔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상뿐만 아니라 삶의 많은 부분에서 그런 것 같다.
가끔 만나고, 필요할 때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관계에 노력을 많은 노력을 가한다.
하지만 항상 내 주변에 있고, 나랑 자주 만나고, 눈에 띄지 않게 나를 도와주는 사람은 그 소중함을 잃기 마련이다.
커피를 마시던 컵에서 흐른 커피 자국, 계란을 먹다가 흘린 으깨진 계란 껍데기, 각종 포스트잇과 영수증이 널브러져 있는 책상을 정리했다.
더러운 것들을 버리고, 오래 방치해두었던 책을 책장에 다시 정리하고, 물티슈로 깨끗하게 책상을 닦았다.
다시 커피도 마시고, 계란도 까서 먹고, 채점도 하고, 논문도 읽고 하다 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책상은 지금의 깨끗한 모습을 잃고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앞으로는 지금보다는 더 자주 책상을 닦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