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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츄리닝소년 Nov 15. 2021

잡다한 글

편지의 무게

 예전에 내가 즐겨보던 유튜버가 결혼식을 앞두고 찍은 브이로그에서 어느정도의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청첩장을 줘야할지 고민이라는 영상을 본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했던 말중에 과거에는 주기적으로 보며 정말 친했었거나 일정 기간동안 매일 보면서 정말 친했던 사람이지만 한동안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청첩장을 주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며 그런 사람들은 아예 줄 고민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아직 청첩장을 줄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보다 훨씬 나이도 많고 내가 이 유튜버의 영상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롭게 생각해보게 되었기 때문에


이 유튜버의 이런 말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들을 하도록 만들었다.


과연 얼마나 자주 연락해야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가장 친한 친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언젠가는 유튜버처럼 청첩장을 줘야할지 말아야할지도 고민하는 사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슬펐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꼭 찾아야 하는 물건이 있어서 방정리를 하다가 서랍에서 정말 옛날에 받았던 편지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성인이 되고 난 이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받은 편지들은 서랍의 한켠에 보관하는데, 그곳에 있지 않은 편지들은 정말 옛날에 받은 편지들이었다.


지금은 그 편지에 쓰여있는 이름이 누구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고등학생 때 교생으로 우리반에 왔던 선생님이 써주신 편지도 있었고


일년동안 교회에서 같은조를 하며 고민도 들어주고, 밥도 사주고 했던 누나가 써준 편지도 있었다.


이런 편지들을 보면서 그 영상을 보며 들었던 생각이 다시 한번 들게 되었다.


한달동안 우리 반에서 우리반 많은 시간을 보냈던 교생선생님은 이제는 편지에 쓰여있는 이름을 봐도, 편지 뒷편의 사진에 담긴 얼굴을 봐도 전혀 모르는 사람이 되었고,


일년동안 50번이 넘는 주말을 함께하고, 먼저 성인이 된 선배로써 많은 조언도 해주고 본인 학교와는 너무나 먼 우리 학교까지 굳이 찾아와서 밥을 사주던 누나는


무얼 하고 사는지, 아직까지 교회를 다니기는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언젠가는 분명 매우 가까운사이였지만 언젠가 안부조차 물을 수 없이 남이 되어버린 사이가 나에게도 존재했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한때 친했던 인연들과 남이 되어버릴까


오늘은 자기전에 그 누나와 친했던 다른 형에게 안부인사나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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