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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i May 02. 2024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2. 이게 무슨 정직원이에요

허가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면접 날부터 기도했단다.

저 사람은 제발 입사하지 않게 해달라고.

저 사람만큼은 이 회사의 악령을 경험하게 하지 않게 해달라고.

손꼽히는 교회의 전무가 있어도 그 기도는 하늘에 닿지 않았나보다.


출근 한 나를 보며 한탄하다,

전무의 말처럼,

내가 좋은 사람 같아 보였기에 말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발언에는 여러 의도가 있었겠지만 내 앞에 꺼내 둔 명분은

'내가 좋은 사람이라서-'이었기에 잠자코 이야기를 들었다.


그녀의 입에서 나온 정보들은 실로 대단했는데-

이 회사의 총 직원수는 신입인 나를 포함하여 42명이나 이 중 임원만 8명이라고 한다.

즉, 임원 8명에 직원 34명이다.

그런데 임원인 8명 중 3명이 오늘로 잘렸단다.


갑자기요..?

아- 어쩐지, 사람들 표정이 안 좋더라고요.

-그건 다들 이 회사 튀고 싶어서 그런 거고요.

네..?

그녀의 걷잡을 수 없는 정색에 그만.. 내게서 벗어난 영혼은 돌아올 엄두를 내지 못했다.


회사를 설립한 기존 대표가, 투자사 유치를 위해 불러온 공동대표에 밀려-

그 공동대표에 반하는 임원들은 다들 자르고 있단다.

그 공동대표가 마음에 안 들어하던 사람들도 다 자르기 위해 현재 구조조정도 계획 중이라고.


어, 직원들을 그렇게 다 자를 수 있나요? 임원이야 계약직이라 하지만, 직원은 정규직이잖아요.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그냥 나가라면 나가는 거지. 정규직 아무 의미 없어요.


정규직이 무슨 상관이냐니, 이게 무슨 말인가.

첫 출근해서 노동법부터 들여다봐야 하는 상황인 건지 어리둥절하다.


그러면서 임원들에 대해 한 명 한 명 설명을 하기 시작한다.

들을수록 정신이 혼미하다.

아직 영혼이 돌아오지 못한 건지, 내가 영혼을 밖에 두는 것인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출근 첫날, 정보를 빙자한 회사 뒷담화을 귀에 담다 어지러워져 잠시 쉴 겸 물었다.


그런데, 그렇다면 담당자님은 왜 이직을 안 하시고 계속.. 이 회사에.. 계세요..?

이 회사가 그렇게 잘못됐고 싫다면.. 요..........


그러니 돌아오는 그녀의 대답.


- 아~ 회사도 싫고 다 싫은데, 대표가 절 좋아하거든요.



.

.

.

.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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