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6 나의 하루.
왜 알람이 안 울리지? 아무래도 지각인가 봐.
-하는 생각에 깜짝 놀라 숨을 몰아쉬며 일어났다.
정신은 번쩍 뜨었지만 여전히 감겨있던 눈을 뜨니 6시 30분이다.
아, 뭐야.. 한참 남았네.
언제 정신이 번쩍 뜨였나 싶게 바로 다시 잠이 들었다.
7시.
알람소리에 맞춰 기상한다.
이미 6시 30분에 예행연습을 하였기에, 뭉그적거리는 시간은 없다.
바로 몸을 일으켜 세워 화장실로 간다.
처서가 지났다고 밤에는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길래,
감기에 걸릴까 미리 가을 이불로 바꾸었더니 밤사이에 땀이 좀 났다.
세수와 양치만 하려고 했지만 샤워까지 한다.
7시 15분.
샤워하고 나와서 스킨, 앰플을 바르고 선크림을 바른다.
오늘도 청바지에, 티를 입고 항상 들고 다니는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선다.
누군가는 젊고 어릴 때 예쁘게 하고 다니라고 했지만..
천상 게으름이 많은 나는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많이 드는 편이기에
교복 아닌 교복처럼 늘 비슷한 옷에 같은 가방을 들고 다닌다.
7시 25분.
집 앞에 버스정류장에서, 회사까지 가는 빨간 버스를 탄다.
기사님 제발요..
빨리 도착해 주세요..
일어난 지 25분 만에 다시 잠들었다. 깨꼬닥.
9시 30분.
도어 투 도어로 2시간이 걸려 회사에 도착했다.
사무실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커뮤니티센터에 온다.
공복 상태로 서둘러 인바디를 체크해 본다. 매주 월요일에 하는 나의 루틴.
앗, 지난주에 비해 공복 체중이 2kg가 늘었다. 체지방은 0.8%가 늘었고.
지난주에 많이 먹고 놀고 쉬기는 했지, 이번주는 조금 바싹 조여보자라고 마음먹으며
컵에는 커피는 두 캡슐을 내리고 우유를 타서 라떼를 만든다.
스탠리텀블러에는 따뜻한 물을 500ml가량 담아 사무실로 돌아간다.
9시 40분.
유산균에 따뜻한 물 500ml를 벌컥벌컥 마시고, 잠시 한 템포 돌린다.
그 사이에 내가 오기만을 기다린 부장님과의 스몰톡도 잠깐.
회사 사람들과 사이가 데면데면한 부장님은 스몰톡을 위해 늘 나를 기다리신다.
조금은 부담스럽지만, 뭐.. 나의 고과를 책임지실 분이니 이 정도는 뭐.
그리고 드디어 커피를 한 모금..
아. 살아난다.
좋았어, 직장인 영혼 들어왔어, 오늘도 한번 힘내보자고.
12시.
정신없이 몇 번의 통화와 메일이 오가고, 문헌을 검색하고 기록하다 보니 벌써 12시다.
눈앞에는 짜증을 억누르기 위해 먹어댄 하리보젤리 7봉이 있다.
휴^^ 오늘 식단이고 뭐고.. 실패했고.. 짜증 안 낸 게 어디야 잘 해냈다^^
12시 30분.
오늘도 문서 최종본 검토를 요청했으나, '그냥 알아서 하면 안 돼? 내가 그것까지 봐야 해?'라고
답하는 부장님을 보며 잠시 나는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를 생각한다.
점심시간이다.
점심 먹는 동안 서로의 Tmi를 나눈다. 이제는 작은 스몰톡 소재로 드라마도, 날씨도 끝났다.
그러나 미역국을 삼키며 진짜 하고 싶은 말도 함께 삼킨다.
다른 직장인들도 다 이럴까?
7시.
오늘도 함께 해야 할 일을 홀로 고군분투하며 끝냈다.
그래, 이렇게 배워가는 거지 내년에 엄청 성장해 있을 거야라고 다독이며 지친 몸으로 퇴근을 한다.
7시 15분.
집에 가는 빨간 버스를 탔다. 오늘 집에 가는 길을 함께하는 곡은 NCT의 삐그덕.
갑자기 이마트 8만 원 이상 1만 원 할인권이 떠올랐다.
아, 이거.. 그냥 놓치기는 괜히 아쉬운데?
가족 단톡방에 올린다.
이마트 8만 원에 1만 원 할인권이 들어왔어. 사야 할 것 있으면 말해줘, 오늘 사서 갈게.
올리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엄마의 답장이 날아온다.
샴푸, 칫솔, 치약, 휴지, 세탁세제, 보습크림, 염색약, 수박, 소고기다시다.
그리고 꽃게도 할인한다더라, 꽃게도 한 3kg만 사와.
뭐지..? 8만 원 안에 이걸 다 살 수 있는 거 맞나..?
8시 20분.
집 근처 이마트에 내렸다.
엄마가 사 오라던 샴푸.. 개인적으로는 탈모가 신경 쓰여서 전용 샴푸를 쓰고 있어서
부모님이 어떤 샴푸를 사용했는지를 모르겠다.
가성비 넘치는 인간이라.. 굳이 굳이 샴푸 모델명을 검색해 가며 다른 곳에서는 할인 안 하는데
이마트에서만 할인하는 것 같은, 인터넷가와 별반 차이가 없는 샴푸를 고른다.
헤드 앤 숄더 1+1. 좋았어. 가성비 합격.
치약은 대충 1+1 하는 최저가상품으로.
g당 가격을 따지면 고만고만할 것 같지만..
유튜브에서 치과의사가 아무 치약이나 써도 된다고 했던 말을 믿고 산다.
칫솔은 각자 잇몸 상태도, 선호하는 칫솔 유형도 다른 것 같아서 패스한다.
생각보다 비싸기도 했고..^^
휴지도 생각보다 비싸고 너무 몸집이 크길래 패스했다..^^
염색약은 1+1 하는 것도 없고 딱히 할인이 없길래.. 인터넷으로 구매하기로 하고 패스.
이렇게 벌써 5만 원은 아낀 것 같다.(?)
세탁 세제는 1+1 하면서 초강력이 쓰여있는 액츠..? 를 사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리윤 크림을 하나 산다.
마트에서 보습크림도 판매하는지 처음 알았다.
생각보다 넓구나 마트의 세계는..
여름이 가는 것을 느끼며 수박도 하나 담는다.
패스한 것이 많아 별로 산 것도 없는 것 같은데 벌써 5만 원이 넘었다.
소고기 다시다도 만오천 원이나 한다.
그동안 소금, 설탕, 다시다는 2-3천 원이면 사는 줄 알았는데, 되게 비싸다.
샴푸, 세제, 치약, 보습크림, 수박, 생리대, 콜라, 라면,
마감 세일 중이라 홀린 듯 구매한 갈치와 양념치킨, 순대를 찍고 보니
거의 14만 원이다.
미친 거 아니야? 무슨 물가가 이래?
하. 1만 원 할인권을 쓰러 와서 10만 원을 넘게 쓰려니 괜히 손해 보는 기분이다.
왠지 8만 원 이상 1만 원권, 6만 원 이상 5천 원권 이렇게 사면 1만 5천 원 할인인데
그냥 사는 기분이다.
가성비에 미쳐버린 나란 인간..
당장의 기쁨을 줄 수 있는 양념치킨과 순대는 포기할 수 없어
생리대와 수박을 포기한다.
그렇게 96,730원을 결제한다..
결제한 시간 9시 20분.
마트에서 1시간을 있었다.
마트 구경이 즐거워서 한 시간이 다 간 줄도 몰랐다..
그리고 물가가 이렇게 많이 올랐고 비싸다는 것은 너무 잘 알았다..
9시 40분.
나를 픽업 온 언니와 함께 집에 돌아왔다.
점심을 먹고, 그 사이에 콜라와 꽈배기 등등 과자를 먹긴 했지만!
아직까지 밥은 안 먹었으니 빈속이다.
오늘 운동 갈 거야? 아니 쉬자.
이 말을 벌써 두 달째 반복하고 있다.
즉 두 달째 운동을 안 하고 있다는 것..
그래 오늘까지 만 이야!
양념치킨과 순대를 데우고, 어제 사 둔 빵도 좀 꺼낸다.
그리고 맥주 한 캔.
딸깍!
아주 경쾌한 소리.
오늘 하루 얼마나 짜증 났는지를 서로의 상황에 맞춰 이야기한다.
진짜 짜증 났지만 티 안 냈어,라고 하는 말에 잘했어 잘했어 잘 참았다-고 응원하기도 하고
아니 그 학생이 그렇게 버릇없게 구는 거야 라는 말에 미친 아이인가 봐-고 대신 욕하기도 한다.
쳇바퀴 같은 하루에도 미세한 차이가 있어 이야기할 소재는 끊이지 않는다.
내가 지쳐 말을 꺼낼 힘도 없을 때 말고는.
한 30분은 서로 앞다투어 이야기를 하지만, 그마저도 곧 지친다.
남은 10~20분은 휴대폰만 보다가 정리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다.
11시.
아니 뭘 했다고 이 시간이야.. 먹자마자 누우면 살찌는데, 하지만 이것도 오늘까지 만 이야!
양심상 등에 폼롤러를 끼고 눕는다.
11시는 네이버 웹툰이 업데이트되는 시간이다.
마루는 강쥐를 보며 혼자 변태처럼 웃는다.
마루 귀여워, 으히힝.
다음 편을 볼지 말지, 쿠키를 쓸지 말지 고민하다가 아끼자! 오늘 벌써 십만 원을 썼잖아! 하고 참는다.
그리고 애플티브이 파친코를 다시 본다.
일본 쪽빠리 놈들, 나쁜 놈들, 매국노들 다 죽어라.
지금 우리나라에 있는 잔류 일본인들도, 여전한 국가반역자들, 친일파들도 다 죽어라.
12시.
오늘 하루가 또 끝나간다.
밥 먹고 1시간은 있다 자니까 괜찮겠지..(안 괜찮음)
샤워하러 가며 괜히 언니 방을 한번 열어본다.
언니 자..? 아니, 왜?
나.. 내일부터는 필라테스 갈래. 어.. 그래
괜히 운동 다짐을 언니한테 하고 씻고 나온다.
12시 30분.
로션 바르기 귀찮아 죽겠지만 늙어가는 피부를 10초라도 막아보기 위해 앰플을 한번 바른다.
그다음에 로션도 말라야 하는데.. 귀찮다.
잘 자는 게 최고라고 했어...라고 생각하며 잠든다.
내 하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