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조사원 P가 발행한 16개의 기묘한 에피소드
에피소드 4
짐 어디야?
나는 G에게 카톡을 날렸다. 바로 답장이 왔다. 평소엔 안 그러더니 이게 웬일?
너야말로 어디야?
나? ㅋㅋ 안 갈쳐줘. 어디냐니까?
학교. 수업이지 근데 어떻게 된 거야?
??
몰라서 그래? 난리났어
??
너네 가족들 너 찾는다고 온 시내를 다 헤매고 다녀
헐~?!
헐이라니?
왜들 그런대? 입때 관심도 없더니
그래도 글치 나한텐 알려줘야 하는거 아님?
시~이러
ㅠ.ㅠ
궁금해?
응.
그럼 말해
뭘?
알면서~
ㅠ.ㅠ 사랑해
ㅋ ㅋ 난 그 말이 넘 조아. 근데 사랑해면 사랑해지 ㅠ.ㅠ 사랑해는 뭐임?
그만하고 어디야?
여기? 아마 상상도 못할 걸? o( ^o^)o
대체 어딘데 그래
짜잔~ 맘대로 카톡할 수 있는 곳 ^o^♬
잠시 G의 답이 늦었다. 샘한테 들켰나?
뭐행?
야?
미얀, 국샘시간야
ㅋㅋ 자꾸 바람 필래?
ㅋㅋ 니도 국샘 좋다며?
ㅋㅋ 국샘 안경 올리느라 코 찡그거릴 때 귀엽지?
최강이지 국샘은 장가 안 가나?
왜 니가 한 번 대시해 보려고?
못 할 것도 없지
야! 그럼 난?
너? 너랑 어떻게 결혼해?
왜? 할 수도 있지
헐~
야, 국샘이 전에 그랬자나. 네덜란든가 어딘가는 합법이라고
헐~헐~
뭐가 헐이야 서로 사랑하면 되지
진짜 나하고 같이 살 거야?
왜? 싫어?
다시 G의 대답이 끊어 졌다. 아! 정말 싫다.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시간이 카톡 날리고 답 기다리는 시간이다. 왜 사람들은 카톡 하면서 딴 짓을 하는 걸까? 그것은 G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렇지 않은가? 만일 일상생활에서 대화하는 상대의 딴 짓 때문에 대화가 끊기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는가? 카톡도 대화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적어도 카톡 하는 동안은 딴 짓을 해서는 안 된다.
야! 자꾸 딴 짓 할래?
야!?
자꾸 이러면 화낸다
미안, 이제 막 수업 끈나서 ㅠ.ㅠ
짱나...
미안, 국샘이랑 이야기 하느라고. 국샘이 너 어딨냐고 묻더라.
그래? 짜식, 나 보고 싶었나?
헐~ 허세쩐다
말했자나 난리났다고. 니네 엄마랑 학교에도 오셨어
짱나... 다들 왜 들 그래?
당연하지 정말 너 어디야 PC방?
아니
그럼 너 설마 그거 하고 있는 건 아니지
뭐?
그거 말이야 원조~
헐~ 그런 거 아니거든요 ^^;
그럼 누구한테 납치라도 당한거야? 도대체 어디야?
그런 건 아니고 여긴 말하자면, 내가 바라는 세상이야.
건 또 뭔 소리?
나도 정확히 여기가 어딘지는 몰라
??
실은 나도 궁금해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건
???
여기선 맘대로 카톡이나 문자할 수 있단거야.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어.
도대체 뭔말이야?
그게 말이야 어떻게 된거냐면...
된거냐면?
일단 나는 집에 있었어 걍 학원가기 실어서... 글고 열나 카톡했지
근데?
근데 자꾸 모르는 채팅문자가 들어오는 거야. 스팸같은...
스팸?
왜 있잖아? 무료문자와 선물이 발송 어쩌니 하는...
아~
그래서 첨엔 무시했는데 계속 들어오니까 짜증이 나잖아.
그래서? 접속했어? 그거 돈 많이 내는 건데
응 공짜라길래.
근데 그게 좀 이상한 거였나봐
어떻게?
접속했더니 갑자기 내가 어디론가 이동해 왔어
???? 뭔 솔 ????
정신차려 보니 걍 내 방하고 같은 곳이긴 한데 좀 이상해
이상하다니?
폰 없어도 걍 카톡이 돼
!!! 야 !!! 더 못 들어 주겠다. 너 솔직히 말해. 너 가출이지? 어디야 어디 PC 방이야?
그런 거 아니라니까!!! 엄창깐다..
그럼 무슨 개솔?
개솔이 아니라니까 증거 보내줄게
증거?
잠시 있어봐
어! 이건... 너 이 사진 바로 지운 거 아냐?
분명 지웠지. 너 보는 앞에서..
근데 왜 이게 아직 있어?
그게 여기선 완전히 지워진 게 아닌가봐.
도대체 무슨 ?????????????
그니까 일단 들어봐봐. 여긴 내 방하고 같은데, 좀 달라. 말하자면 왜 도서관 같은 곳이야
안 어울리게 도서관은 왜 또?
일단 내말 씹지 말고 다 들어봐. 내 주위에 이상한 모니터 같은 것들이 막 떠다녀. 왜 벽걸이tv 같은 거. 그런데 거기에 내가 생각만 하면 글이 써 지고 보낼 수도 있는 거야. 물론 그 사진도 그렇고. 생각만으로 검색도 맘대로 할 수 있어. 게다가 머리 속에 뭔가 떠올리면 그게 바로 화면에 나타나. 예를 들면...
예를 들면?
잠시만 있어봐
헐...헐 ◉..◉
봐봐 내가 어떻게 국샘 알몸 사진을 찍을 수 있겠어?
이거 합성 아냐
나 뽀샵 못하는 건 알자나
그럼 이게 정말 니 생각으로 만든 거란 말야?
그렇다니까
근데 이거 나 가져도 돼? 레알 실제 같아..
뵨태ㅋㅋ 내 그럴 줄 알았어.. 그럼 이건 어때?
◉..◉ 오우 베리굿!!!
이제 만족해??
야!!! 나 너무 이쁘게 나온 거 아냐?
완전 글래머 몸짱이네..ㅋ
것두 선물이야. 좋아? 이제 믿어?
그래, 그런데 좀 무섭지 않아?
왜?
생각해봐 너 말대로라면 넌 지금 다른 세상에 있는 거잖아?
그렇긴 하지. 하지만 난 여기가 좋아.
맘대로 카톡할 수 있어서?
카톡뿐만이 아니라니까. 것두 글치만 일단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건 좋겠네. 그럼 너 거기서 안 나올 거야?
어떻게 나가는지 몰라
헐, 그럼 어떡해?
뭘 어떡해. 여기서 노는 거지. 참 글고 여기선 암것도 안 먹어도 배도 안 고파.
야~ 나 점점 무서워지려고 해. 소름 돋아
무섭긴 뭐가 무서워.
아마 저 방문 열고 나가면 될 거야.
그럼 빨리 나와
시이러. 혹시 나갔다가 다시 못 들어오면 어떡해? 아깝잖아.
야 거기서 못나오는 것 보담 낫지
그럼 여기서 살면 되지 뭐
헐~ 미친거 아냐?
걱정 마. 난 잘 있으니까. 근데 혹시 모르니까 딴 사람한텐 암 말도 하지마
말해도 암도 안믿을 걸?
하긴.. 그건 그렇고 너 아까 왜 대답 안 해?
??
나하고 같이 사는 거 싫냐고?
에이, 어떻게 같이 살아?
왜? 왜 못살아? 너도 나 사랑하잖아?
사랑하지. 그래도 여자끼리 어캐 살아. 울 나라에선 아직 안 돼.
너 몰라? 사랑과 결혼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국샘이 그랬잖아.
....
??? 왜 그래 왜 갑자기 말을 안 해?
너 자꾸 국샘 국샘하는데 거슬려.
말해. 국샘이야 나야?
헐~ 어이상실..
뭐가 헐이야. 빨랑 말해.
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당연 너지.
그럼 왜 안 된다는 거야?
그거와 그건 별개지. 어디 딴 나라도 아니고...
딴 나라?
그래, 딴 나라.
..... 야?
왜?
너도 여기 올래?
말 도 안 돼!!!
왜?
내가 거길 어떻게 가?
내가 생각해 봤는데 그거 있잖아 스팸.. 너한테도 될 거야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난 거기 싫다고
왜?
몰라서 그래? 거긴 사람이.. 하여튼 이상해. 난 안 갈 거야. 아무리 니가 있어도..
정말 그럴 거야?
글타니까 글고 너도 빨랑 나와
난 안 나갈 거야
그럼 어쩌려고 그래?
몰라 안 올거라며 웬 참견?
야~!
어쨌든 난 당분간 안 나갈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그래? 그럼 당분간 나한테 톡 날리지마..
나 솔직히 이상하고 좀 무서우니까
너, 자꾸 그럴래?
그래, 너 거기서 나오기 전엔 너 톡 안 받을 거야.
그럼, 우리 사이 다 알릴거야
그러거나 말거나
너 거기서 나오기 전엔 암도 안 믿을 걸?
너 정말!
어쩔 수 없어 이제 답 안할게. 잘 생각해.
야~
야아~
......
G는 더 이상 답을 하지 않았다. 조금 서운했다. 하지만 그렇게 화를 낼 일은 아니다. 나는 지금 이 방 안에서 너무 행복하니까. 물론 내가 G와의 관계를 누군가에게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G 말대로 이 모든 것들을 누가 믿어 주겠는가? 그리고 나는 여전히 G를 사랑한다.
또 당분간 여기서 나가지도 않을 것이다. 말했지만 여기가 너무 좋다. 나오지 못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걱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도 어디론가 카톡을, 문자를 날리고 있는 당신들과 나는 아주 조금 다른 형태일 뿐이니까. 게다가 나는 어디라도 누구에게라도 마음먹은 대로 카톡을 날릴 수 있지 않은가? G가 아니라도 좋다. 내 다음 카톡 상대가 당신일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당신도 나처럼 이 즐겁고 신기한 곳에 들어오게 될 지도 모르겠다. 절대 그럴 일 없다고? 상관없다. 난 어디로든 갈 수 있으니까. 누구 말처럼 “네트워크는 방대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