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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쭌쭌이 Jan 12. 2021

우당탕탕 집 구하기 2

정보의 바다 속에서 우연찮게 집을 찾다

원래 급한 상황에서는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법이다. 그리고 1년 전쯤의 나도 딱 그런 상황이었다. 이미 이메일을 보내고 나서부터 내 손은 자연스레 핸드폰을 켜서 N 모 사의 카페 앱을 바로 열고 있었다. 카페 앱을 열자 내가 가입되어 있는 크고 작은 카페들의 둥글둥글한 아이콘 8개가 반갑게 나를 맞이했다. 그중에는 캘리그래피와 함께 에펠탑의 모습을 형상화한 아이콘도 있었다. 아이콘을 누르고 ‘집’, ‘파리’, ‘아파트’ 등의 키워드를 알림 설정 해 놓고, 수시로 앱을 들락날락거리며 새로고침을 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에 쏙 드는 집 정보는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다.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는 아파트들은 전부 8월 초중순부터 입주할 사람을 찾고 있었고, 설령 8월 말이나 9월 초부터 열린다고 하는 아파트가 올라온다고 하더라도 다 학교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진짜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에어비앤비에 올라오는 집도 찾아보고, 파리 아파트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중국 부동산 사이트도 둘러봤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내가 원하는 집을 찾을 수는 없었다. 혹시나 몰라 한국인 학생들만 입주 가능하다는 한국관에도 입주 신청을 넣어봤다. 그러나 한국관은 원래 석사 이상을 우대하고, 나도 비교적 늦게 신청을 넣었던 터라 될 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노력하면 길이 열린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만난 어떤 언니가 프랑스 부동산 사이트 몇 군데를 알려 주었다. 솔직히 이때쯤 되어서는 이런 사이트에서도 내가 원하는 집을 찾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또 내 마음에 드는 집이 없겠지. 학교에서 지나치게 멀거나, 치안이 안 좋거나, 아니면 방 상태가 썩 좋지는 않겠지.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추천받은 사이트 몇 군데를 둘러봤다. 근데 이게 웬걸. 괜찮은 조건의 아파트들이 조금 남아 있었다. 이번에도 뭔가 잘못될 것을 대비해 마음에 드는 집 후보 세 군데가 아직도 남아 있는지 부동산 측에 문의 메일을 보냈다. 아직 프랑스 시간은 새벽이었으니까 답장이 올 때까지 조금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죄송하지만 문의하신 아파트는 이미 다른 분과 계약이 되었습니다. 다른 곳을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가장 마음에 드는 아파트가 올라온 사이트에서 받은 답변 메일이었다. 이 메일을 받고서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정말로 다시 에어비앤비 집들을 알아봐야 하나. 계약서 같은 것을 쓰는 것도 아니고, 전부 학교랑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애매한데. 이런 절망적인 생각을 하던 중 다른 곳에서도 답변 메일이 왔다.


안녕하세요. 보내 주신 메일 잘 받았습니다. 해당 집을 계약하기 위해 필요한 서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금 전의 이메일과는 확실히 다른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된 건가. 마침 이 아파트도 학교 근처에 있고, 전자레인지를 포함한 모든 가구들과 식기류도 다 준비되어 있었다. (나중에 학생 기숙사에 들어간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전자레인지도 없었고, 침대도 매트리스까지만 준비되어 있었다고 한다.) 부동산 측에서 요구하는 서류들을 준비하기 위해 부동산 측에서 제공한다는 서류 양식도 찾아보았다.


그런데 부동산 사이트를 아무리 찾아봐도 부동산 측에서 언급한 서류 양식들이 없었다. 다급해진 마음에 얼른 부동산 측에 연락을 해 보았다. 그 양식을 제시간에 못 찾아 또 집을 못 구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안은 채로.


“안녕하세요. 해당 서류들은 집 계약을 하시기로 마음을 확실히 먹으셨을 때 저희 측에서 이메일로 보내 드립니다. 혹시 집 계약을 하시길 원하시나요?”


이메일을 읽고 안도의 한숨을 내보내고 답장 메일을 재빨리 보냈다. 당연히 나는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들어갈 수 있는 집이 사실상 이 집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라 나도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가 답장을 보내고 몇 분 안 있어서 더 구체적인 안내 메일이 왔다. 서류 제출, 부동산 중개료 비용 및 첫 달 월세와 보증금을 보내기까지, 이 모든 절차는 내가 급박했던 만큼 신속히 진행되었다.


정말 다행히도 이 집은 다음 한 학기 간 내 꺼가 되었다. 이때가 7월 말이었다. 친구와 같이 미리 출국해 여행부터 하기로 한 건 8월 초. 이제 집에 입주를 하기 전까지 8월 한 달 동안 안심하고 여행을 다니면 되었다.


집 입주날 나에게 보상으로 줬던 저녁. 집 구하느라 수고했어!


여행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여행이 끝나고 파리로 돌아가서 각자 집에 입주할 순간이 결국 오고야 말았다. 사실 내가 집을 직접 보고 계약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끝까지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이었다. 아파트가 사진보다 상태가 안 좋다면? 하지만 그 날은 파리로 나는 비행기도 두 시간 이상 연착되어 피곤한 날이었다.


아파트가 실제로 봤을 때 좋을지 안 좋을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오로지 도착을 하자마자 쉬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오페라 역(샤를 드 골 공항 셔틀버스가 파리 시내에서 도착하는 역이다)에서 우버를 타고 아파트로 향할 때 한 학기 동안 내 집이 될 곳에 대해 생각을 아예 안 했던 건 아니다. 걱정되는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으로 우버를 타고 아파트로 향했다.


짧고도 긴 30분쯤 후에 마침내 우버가 멈춰 섰다. 내리자마자 구글 맵스로 동네를 둘러볼 때 보인 바가 눈 앞에 있었다. 맞게 왔는데 집주인 분은 아무리 찾아도 안 계셨다.


그러나 걱정도 잠시, 바 옆 문으로 집주인 분이 웃으면서 등장을 하셨다. 집주인 분은 다행히도 친절하게 나를 맞이했고, 1층에 잠깐 가방을 두라고 하시고는 내 방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 방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드디어 방을 직접 보는 순간이었다. 내 방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 부동산 사이트에서 봤던 것처럼 포근한 곳일까, 아니면 부동산의 설명과는 완전 딴판으로 엉망진창인 곳일까.


집주인 분은 내 마음을 읽으셨는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오르자마자 바로 방 문을 열어 주셨다. 방 문이 열리는 순간 눈 앞에 방 풍경이 펼쳐졌다. 우와. 생각만큼, 아니 생각보다 더 괜찮은 집이었다. 옷가지를 보관할 서랍도 넉넉히 있었고, 천장을 여니까 침구류와 온갖 식기류가 있었다. 심지어 화장실에는 기본적인 청소 도구까지 비치되어 있었다. 방 분위기는 딱 혼자서 아늑하게 쉴 수 있는 분위기였다.


7월 한 달간 퀭한 눈으로 핸드폰 화면과 컴퓨터 화면을 쳐다봤던 그 모든 순간이 다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래. 이 곳이야. 이제 여기서 교환 학생 생활을 한 학기 동안 하는 것이다. 아직 어떤 삶일지는 모르지만, 여기라면 프랑스에서의 교환 학기 한 학기가 뭐든지 잘 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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