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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BOYOUNG Dec 15. 2020

호시절 2

  호시절 2




  우디 앨런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는 ‘좋은 시절’은 왜 꼭 과거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하여, 그것을 과거형에서 현재형으로 전복시킨다.


  주인공 길 펜더(오웬 윌슨)는 소설가를 꿈꾼다. 여행지 파리에서 그는 밤길을 걷다가 갑자기 나타난 차에 타게 된다. 그가 도착한 곳은 1920년대이다. 파티가 열리고 있는 곳에서 그는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를 비롯한 당대 최고 예술가들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감격에 겨운 주인공 길 펜더는 밤마다 차를 타고 1920년대로 간다. 그는 그곳에서 애드리아나(마리옹 꼬띠아르)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길 펜더는 그녀와 함께 1920년대에 머물고 싶어 한다.


  그런 어느 날, 둘 앞에 근사한 마차가 도착한다. 그들은 마차를 타고 1890년대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역시나 폴 고갱을 비롯한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만나게 된다. 애드리아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 모습은 마치 길 펜터가 1920년대에 처음 도착했을 때와 같았다. 둘은 예술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폴 고갱은 투덜거린다. 지금보다 르네상스 시대가 훨씬 좋았다고.


  어쨌든 2000년대의 길 펜더가 1920년을 동경했듯, 1890년대의 모습에 매료된 애드리아나는 1890년대에 남겠다고 한다. 길 펜더는 그녀를 말리는데 그녀는 그의 말을 듣지 않는다. 1920년대는, 그러니까 자신이 있는 현재는 지루하기만 하다고 말한다. 그런 그녀에게 길 펜더는 말한다.


  “여기 머물면 여기가 현재가 돼요. 그럼 또 다른 시대를 동경하겠죠. 상상 속의 황금시대. 현재란 그런 거예요. 늘 불만스럽죠. 삶이 원래 그러니까.”


  결국 길 펜더는 그녀를 1890년대에 두고 다시 2000년대로 돌아오게 되는데, 정확히 이 지점에서 주인공의 삶의 시간이 과거형에서 현재형으로 바뀐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길 펜더는 과거인 1920년대의 황홀함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과거로 가게 되었을 때, 폴 고갱이 1890년 현재가 예술의 황금기인 줄 꿈에도 모르고 투덜거리는 것을 보았을 때, 길 펜더는 자신이 무엇을 착각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좋은 시절’이라는 것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현재형이라는 자각이다. 그리고 2000년대 현재에서 길 펜더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영화는 끝난다.




  난데없이 영화에 대한 장황설을 늘어놓았는데, ‘좋은 시절’이라는 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이십대, 십대 시절을 돌아보면 마냥 좋은 것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이십대 때 고민과 불안이 없었을까. 십대 때 마냥 다 좋았던가? 아니다. 이십대 때는 앞으로 사회에 나가면 뭘 해야 할지, 한다면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십대 때는 내가 대학에는 갈 수 있을지 또 어떤 진로를 택해야 할지 이게 맞나 저게 맞나 갈팡질팡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늘 기로에 서 있었고, 어떤 선택을 해왔고, 어찌어찌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 이 시절도 훗날 돌아보면 마찬가지 일 것이다. 분명 이렇게 내뱉게 될 것이다.


  “그때가 좋았지.”


  그러면 정신 승리를 좀 해볼까 한다. 미래에 지금을 돌아보았을 때, 이 시기가 참 좋았다고 감각하기 위해서는 현재에 충실해야 하지 않을까. 최선의 삶을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생기게 되는 셈인데, 여기서 다시 누군가에게 해줄 말이 떠오른다. ‘진짜 제일 좋을 나이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매번 내뱉지 못하고 삼키기만 하던 그 말.


  ‘그런갑다.’ 생각하기보다, ‘그런가요?’ 영혼 없이 되묻기보다, ‘지금은 어때요?’라고 물어봐주어야 한다.


  누구나 다 적잖이 듣기도 하고, 또 습관적으로 내뱉게 되는 말. ‘어려서 좋겠다’, ‘진짜 부럽다’, ‘아직 한창이네’와 같은 말속에는 알 수 없는 현재 ‘나’의 삶에 대한 불안,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염려가 숨어 있다. 때문에 누군가의 불안한 현재를 살펴서 물어보는 태도가 중요한 게 아닌가 싶다.


  좋은 시절 즉, 호시절은 가까이에 있다. 지금 당장의 삶은 어렵지만 위태로운 줄타기의 매일이지만, 현재의 삶에 충실했을 때 호시절은 더욱 빛나게 된다. 비록 지금은 힘들지만 의미 있는 것들은 조금씩 다 어려운 법이고, 그래서 누구에게나 다 호시절이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은 마치 파도 같아서, 계속해 밀려오고 부서지고 다시 밀려온다. 물결의 파동은 끝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질 것이다. 호시절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물결의 파동은 끝없이 이어지고 또 이어질 것이다. 호시절은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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