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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GBOYOUNG Aug 17. 2023

빈티지

빈티지




꿈에서 종이를 열 번 접었다

구불구불 종이를 펼치면

방에 홀로 남아


접었다 편 종이의

반듯한 주름이 떠오른다


어제는 금요일이고

엊그제는 목요일

내일은 일요일


이번 주는 꼭 산책을 가야지


도착 예정인 택배를 받아

새로 산 티셔츠를 입은 나는

공원의 풍경이 된다


10대 때의 일이다

동묘시장에서 가득 쌓인 옷가지들 속에서

마음에 쏙 드는 티셔츠를 발견했는데


누구도 찾지 못하게 구석에 구겨 넣은 적 있다

너무 낡은 티셔츠

나만 알지만 나도 모르는 빈티지


왜 그랬을까?


지나온 길은 돌아보면 참 그림 같은 풍경인데

공원에서는 누군가가 누구와 누구를 말리고 있다


“반말은 하지 맙시다.”

바둑판이 엎어지고

검은 돌과 흰 돌이 빗발친다


바닥은 그림자놀이를 하는 것 같고

누가 침을 뱉으면 침 묻은 그림자

누가 넘어지면 그림자는 납작 엎드린다


“괜찮아요?” 한수 물러난 그림자에게

가만히 손을 건네면

저녁은 붓 칠이 끝난 물통 속으로 물들어 간다


어둑해진 복도는 귀가하는 이에게

접힌 마음을 쥐어준다


복도의 센서등이 꺼질 때마다

함께 사라진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접었다 편 마음의 주름을 매만지면서

돌아보면


저 멀리 켜지는 센서등 하나


조용히 어두워진 복도에

프레임으로 남겨진 나는

반듯한 주름을 따라서 종이를 접는다






어둑해진 복도는 귀가하는 이에게 / 접힌 마음을 쥐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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