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게 될 책이라는 것을 예감하면서... 백인들은 혹은 미국인들은 청소년 시기부터 이런 사고가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성인이었던 작가의 사유가 청소년기를 상상한 자아인 것인지. 아마도 후자가 맞는 것 같다. 나도 (비교가 안되지만) <서울 갱 우리가 여기 있다>를 쓸 때 그랬다. 아직 조금밖에 안 읽어서 뭔가를 적어 두는 게 맞나 싶었는데 까먹기 전에 기록. 트위터에선 여성작가들의 소설과 SF소설들을 많이 읽자는 트윗이 붐인데, 언피씨한 의견이긴 하지만 박력과 지적인 결에 있어서 나는 SF소설들이 아닌 이십세기 미국문학에 끌린다. 내가 우주에 관심을 가진다면 픽션이 아니라 천문학 서적을 읽거나 과학 코너를 방문할 것 같다. 내가 소설을 읽고 써야 한다면 한 인간의 변화하는 내면과 세계와의 상호작용을 다루고 싶다.
SF가 문학이라면, 인간의 서사를 우주라는 시공간 안에서 풀어낼텐데, 무한대 안에서 찰나에 불과한 시간을 다루면서, 인간의 인생을 잘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조금 더 상세하게 생각해보자면.. 나 또한 우주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소설이라는 장르가 인간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인류의 역사가 켜켜이 쌓여 있는 지구라는 세계안에서 일어나는 인간의 서사를 상상해 보는게, 맞지 않나 싶다. 그리고 만약에 내가 다른 태양계에 사는 외계인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좋아할 것 같다.
제1세계 백인중심주의 문화에 염증을 느끼는 한국 여성 트위터리안들의 호소도 일부 공감하면서도, 세계의 문명이 그렇게 움직였고 서양에 지적 문명이 만개한 것이 현실이라면... 배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나는 그 정신에 내 머리를 담가보겠다.
뉴발란스 라는 브랜드 명이 진짜 천재적으로 느껴지네.
오래전에 민주당을 탈퇴했다. 정치란 것 자체에도, 사람들이 많은 것을 정치적으로 해석해서 과열되어 분노하는 모습에도 신물이 났다. 피로하고.. 정치권이나 뭔가 세상을 이끄는 사람들이 좀더 classy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흐르고 나는 내 개인성을 잘 회복한 것 같다. 동시에 좋게 변했다. 지금 갖고 있는 나의 미덕들을 생각해본다. 스스로의 일, 목표를 기획하고 주체적으로 수행하는 점, 예술관람과 소설창작에 대한 창의적인 지성, 음악을 새롭게 사랑하게 된 것..
80년대 팝뮤직을 듣고 있는데 역시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