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서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금융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달러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요. 앞에서 살펴보았듯 1970년대 달러 기축통화의 시대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즉, 세상 모든 상품의 거래 기준이 달러가 된 것 입니다. 50년 정도 밖에 안되었다는 사실이 새삼 어색하게 다가오네요.
그런데 미국의 달러도 우리나라처럼 정부에서 돈을 찍어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정답은 ‘노’입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 정부는 발권력이 없습니다. 대신 연준(연방준비위원회)라는 사기업에서 돈을 발행합니다. 보통은 각 나라의 정부와 중앙은행, 재무부가 물가안정과 고용 극대화를 위하여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말이죠.
연준은 1913년 창설된 이래 지금까지 FOMC(연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를 통해 시장의 금리와 통화량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강대국이 어떻게 감히 민간기업에 이런 권리를 주었을까요? 그들은 심지어 화폐를 발행한 대가로 미국 정부로부터 이자까지 수취하고 있습니다. 돈을 찍어내기만 하면 돈을 버는 구조이죠.
돌이켜보면 저에게 있어서 금융과 자본주의에 대한 관심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위한 여정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학부시절 빈부격차의 비밀에 대한 실마리를 찾게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가 좀 더 일찍 제작되었더라면..
그렇다면 연준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원래 연준의 주식은 미국의 큰 은행들이 발행했었으나 지난 수년간 합병을 거치면서 실제 누가 주식을 소유했는지도 모호한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세계거대은행이 그들의 주주임은 틀림없고 그들의 대주주는 소수의 가문이라는 것이 정설입니다.
그 유력가문이자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으로 알려진 로스차일드는 ‘나에게 화폐발행권을 준다면 법은 누가 만들어도 상관없다’라는 말은 금융권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로스차일드 가문은 나폴레옹의 경고에도 대출사업을 강행했던 유대인 가문으로 지역 대부업 수준의 사업을 글로벌 금융산업으로 바꿔놓은 집안입니다.
혹자는 세상의 부 절반 이상을 그들이 가지고 있을거라고.. 놀랍지 않나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스템이 세계 불평등의 주 원인이라는 것 입니다. 이러한 화폐제도는 화폐를 생산하는 사람에게 그 힘과 부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정부와 은행은 이 과정에서 노동인구(국민들)로 부터 부를 빼앗아가면서, 이는 현대 경제의 인위적인 호황과 불황을 발생시킴과 동시에 양극화(부익부 빈익빈)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다시한번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과거에 우리는 금과 같은 가치가 있고 희소한 자원을 기초로 하는 것을 화폐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사회, 경제, 군사력의 규모가 커지면서 점점 더 많은 돈이 필요해지게 됩니다. 이에 따라, 화폐를 금은화가 아닌 싸구려 금속과 무한으로 찍어낼 수 있는 종이화폐로 대체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이제 눈치를 챌 수가 있게 됩니다. 무한정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화폐와 그렇치 않고 공급이 한정적인 자산간의 관계를 말이죠. 땅은 더 만들수 없고, 그 토대 위에 만든 부동산도 공급의 한계가 있는 닫힌계이죠. 그 결과 종이화폐로 살 수 있는 자산의 가치는 점점 상승하게 되는 것 입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5억하던 아파트가 올해 10억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니, 어제와 똑같은 콘크리트 덩어리 가격이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이것을 우리는 거품이라고 하고, 이러한 현상이 심해지면 정부에서 (미국은 연준에서) 금리(대출이자나 예금이자)를 인상하며 시중에 돈의 양을 줄이게 됩니다.
누구는 높은 이자를 위해 새로운 예금을 할 것이고, 누구는 높아진 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소비를 줄일 것이기 때문이죠. 이렇게 여윳돈이 없으면 사람들이 더 나은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없게 되고 자연스레 부동산 시장도 침체하게 됩니다. 앞으로 금리가 인하되면? 각자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이렇듯 자본주의 체제는 근본적으로 돈을 찍어낼 수 밖에 없고, 그 돈은 시장에 풀리지만, 다시 돌고 돌아서 부자에게로, 그리고 은행과 정부에게로, 그리고 더 큰 미국정부에게로, 그 다음 연준으로 귀속되고 최종적으로 그들의 최대주주에게로 돌아가는 원리입니다. 자본주의는 폰지사기라는 말이 이 시스템을 두고선 하는 말입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벼락거지라는 말도 구조적으로 내가 월급을 받아도 살 수 있는 물건 값이 계속 올라서 나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것을 두고 비꼬는 말이죠.
그럼 이 연준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잘 활용하여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이는 집단은 없을까요? 미국의 월가를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월가(Wall Street)는 뉴욕 증권거래소의 소재지이며, 일반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있는 금융세력을 환유적으로 말할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의 여의도를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으로 대변되는 그들은 어떻게 매년 수천억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걸까요? 직원들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일반 시민들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창의력을 발휘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들이 승리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 있는걸까요? 그렇다면 이 시스템은 정말 안전한걸까요? 그들의 탐욕은 인간의 본성인데 멈출수 있을까요?
그들은 기본적으로 파생상품을 통해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입니다. 파생상품이란, 미래의 일정 시점 또는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사고파는 시장’을 말합니다. 예를들어, 오늘 쌀 한 가마 가격이 10만원인데, 흉작으로 6개월 뒤 쌀 가격이 15만원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는 6개월 뒤 쌀을 11만원에 구입하는 계약을 누군가와 체결합니다. 그리고 실제 6개월 뒤 쌀 가격이 15만원으로 올라도 이 사람은 자신이 구매한 선물 상품으로 인해 11만원에 쌀을 구매하면서 시세보다 4만원 싸게 살 수 있는 겁니다. 이렇게 미래에 대한 계약을 하는 것이 대표적인 파생금융상품이고,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에서 선물/선도/옵션 등의 계약형태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파생상품의 원래 취지는 주가, 환율, 곡물 등의 가격 변동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실물경제를 지원하기 위함이지만 때로는 과도한 투기거래와 대규모 손실 등을 초래하여 금융시스템 자체에 커다란 위험요인을 줍니다. 2008년 리먼사태와 같은 금융위기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월가는 지난 수십년간 엄청난 수익률을 자랑할 수 있었을까요?
연준과 월가, 그리고 미국 주요언론 및 교육기관의 고위직 인사들은 대부분 혈연, 지연, 학연으로 묶여 있습니다. 한국의 시스템이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보시면 답은 뻔하죠. 물론 그들의 실력이 뛰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허나 시스템을 만드는 자, 그것을 활용하는 자, 그리고 홍보하는 자 모두가 서로 친분이 있고 같은 목표가 가졌으며 가장 막강한 힘과 권력을 가졌다면 그런 사업이 망할 수 있을까요? 그들이 특별하다기 보다 특별하게 보일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힘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