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카톡 대화 이후, 홍대의 한 카페에서 만나 좀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대회에 나가게 된다면 그가 소정의 비용만 받고 매주 식단이나 운동 계획표를 짜줄거고, 내가 매일 그 계획에 맞춰 운동을 하고 뭘 먹었는지 기록하는 식이었다. 온라인으로는 거의 매일 이야기를 할 예정이지만, 직접 만나 운동이나 진행상황을 체크하는 것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뿐이었다. PT트레이너가 밀착으로 지도를 해줘도 불안한 초보인데 하물며 이게 가능한 일정인가 걱정도 됐지만, 나 외에 몇 명이 함께 준비할 거라는 말에 막연히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을 했다. 그는 "보디빌딩 대회라는 것은 절대 만만한 게 아니라 충분히 고민해야 하지만, 동시에 대회까지는 100일도 안 남아서 할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확신 또는 약간의 푸시의 말을 기대했지만 ‘고심해야 한다’는 그의 말에 잠깐 최종 결정을 미뤘다. 비용과 남은 시간을 마지막으로 생각해보고 연락하겠다며 자리를 나섰다.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러 나간 것부터 이미 어느 정도 결심이 섰다는 이야기였다. 그날 저녁 그에게 다시 카톡을 보냈다.
“나 할게.”
결심이 힘들었지, 이후의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매주 식단과 운동을 어떻게 코칭 받고 인증할지 방법을 논의하고, 드라이브를 공유하거나 필요한 앱을 다운 받았다. 당장 오픈된 3개월 후의 대회 신청도 해야했다. 나중에 종목의 추가 신청은 가능했기에 일단 비키니 종목의 ‘퍼스트 타이머’ 카테고리로 신청했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 처음 나간다는 의미의 퍼스트 타이머, 일생에 한 번 신청할 수 있는 카테고리다. 금액을 결제하고 대회 참가 확인 메일을 받으니 비로소 실감이 났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루비콘 강을 건너는 카이사르처럼 결연했다. No turning back.
그때 내게는 내 한계를 가두는 무언가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회사에서, 인생에서 잘하고 있는지 표류하고 있던 시기,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의 컴포트 존에서 벗어나 평생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해던 무언가. 어떻게 될지 아무것도 알 수 없어 두려웠지만, 한편으로는 그래서 흥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