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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 민 DAW MIN Feb 12. 2023

#22 줄을 서시오

#미얀마 호코 커피농장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커피가  식민지 시절 누군가의 손에 의해  중남미 , 아시아로 퍼져나갔고 누군가가 심은 커피가 야생에서 자라서 체리가 열렸다


농민들은 높은 산속에 들어가 체리를 채집해서 갖고 내려와서 수매하는 상인들에게 무게를 재고 넘긴다.

야생에서 소규모로 자라는 커피 말고 대부분의 커피농장들은 규모가 크고 플랜테이션 형태로 운영된다.


커피는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적고 아라비카커피는 병충해에 취약해서 키우기가 까다롭다. 고도가 높고 일교차가 큰 지역에서 자라다 보니 농장을 개간하는 일도 어려움이 많다.


처음 호코 농장부지를 마련하고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를 개간할 때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말들을 던졌다.

힘들게 왜 개간을 하느냐, 편하게 가공된 커피만 가져오면 되지 그렇게 재배를 하는 것은 농사를 짓는 건데 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했다.


그 말이 맞았다.

처음부터 끝까지가 다 고생이었다.


일부러 고생을 즐기는 사람처럼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을 거 같다.


농장의 지도를 펼쳐놓고 구간을 나누어 묘목을 심을 자리를 정하고 차례차례 심어나가려고 계획을 세웠다. 

현지의 전문가들을 만나 밥 사주고 술 사주고 선물 주고 커피재배에 대한 팁을 얻고자 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는 미얀마에서 커피를 오랫동안 재배해 온 사람들과 관리를 해온 기술자들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다 달랐다.


커피를 키워 온 사람들이니 어느 지점은 만나는 곳이 있어야 하는데 농장마다 그리고 기술자마다 생각이 다 달랐다.

묘목을 심는 방법, 비료 주는 법, 가지 치는 법,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까지 많이 달랐다.


묘목이 너무 잘 자라 주어서 4만 주의 묘목을 다 심겠다고 덤볐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무지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빨리 심어버리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앞을 내다보고 나무가 어떻게 자랄 것인지 생각해 보고 심었어야 한다.

미얀마의 일꾼들은 임금이 낮으니 되도록이면 많은 인원을 동원해서 빨리 심자고 계획을 세웠다. 


커피묘목을 심을 때 묘목은 작지만 구덩이를 크게 파고 뿌리가 꺾이지 않게 심는 것이 사실 관건인데 일을 맡긴 관리자들은 사람을 사서 이걸 빨리 해치울 요량으로 경쟁을 부쳐서 커피를 심게 했다.


한 구덩이에  얼마, 이런 식으로 하니 구덩이는 금방 파겠지만 커피묘목을 넣고 꼼꼼하게 마무리하는 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결과는 참담했다.

커피나무는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구덩이를 파고 구덩이 판 개수만큼 줄을 세운 우리들의 계획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인근의 농장도 능률을 올린다고 고추를 따는데 고추를 다 따고서는 줄을 서시오 하고 노동자들을 줄을 세워서 임금을 지불한다고 한다.


커피체리를 딸 때도 자루에 체리를 담아와서 무게를 재고 무게대로 임금을 지불하기도 한다.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 잘 배워왔다.


농징가는 길에 만나는 소떼 무리들이 비켜갈 때까지 기다리며


빨리 가려고 하는 사람과 천천히 기는 사람의 차이는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는데 실전에서 그걸 적용하는 일은 잘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욕심 때문에. 지나고 보니 욕심 때문에 그르치게 되는 거 같다.

망쳐봐야 그 의미를 알게 된다.


농장을 오고 가며 건기의 바람에 머리카락이 다 부서져버리고 숙소에 돌아와 샤워를 하려면 석회가 하얗게 낀 대야에서 한 줌씩 빠지는 머리카락을 주우면서 나 자신이 이곳에서 멈추지 못 하는  건 과연  욕심 때문일까 생각하지만 다음 날 아침이면 다시 일어나 여기서  멈추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


2001년에 커피공장을 시작하고 10년이 지난 시점이었으니 커피를 키우는 일도 10년은 해봐야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음날 아침이면 다시 농장으로 향했다.  


농장 가는 길 우리의 봉고트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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