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때 꾼 꿈. 엄마는 나를 실은 차를 끌고 미싱공장에 도착한다. 웅장하고 복잡한 건물. 낡은 철제 외부 계단으로 난 통로로 바쁜 여공이 오간다. 녹색으로 도색된 무뚝뚝한 철문 너머로 여공들은 침대 매트리스를 만들고 있다.
잠깐만 기다리라며 공장으로 들어가는 엄마. 부디 그런 곳에 가지 말았으면 싶은, 90년대 초반의 삭막한 느낌이 드는 그런 공장. 무의식적으로만 남은 기억인데, 아마 내가 아주 어렸을 무렵 엄마가 그런 곳에서 일을 했었던건지.
엄마는 마주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후, 기이하게도 매트리스가 잔뜩 쌓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간다. 그리고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거기 있으면 정말 갑갑한 거 같은데, 숨이 막힐것 같은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얼마뒤 직공인 듯 보이는 여자들 몇몇이 차례로 그곳에 들어갔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공간은 전혀 못 되는거 같은데, 정말 갑갑할 거 같은게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두려울 만큼 길게 계속되는 시간. 끝내 꿈속에서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고, 마침내 나는 아침을 맞이했다.
너무 어려서 이해하기 힘든 나이였지만, 나는 그게 무엇의 은유인지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 그건 내가 느끼는 어른들의 삶이었다. 일터의 좁은 공간에 갇혀서, 어린 아이의 시간으로는 아주아주 긴 시간을 꼼짝없이 있다가 얼마나 지났는지 감도 안 될 무렵에야 돌아올 수 있는 그런 거 말이다. 재미없고 지루하고 숨막히는.
꿈을 꾼후 오랫동안 어른들의 삶이 불쌍하고 안쓰러웠다. 어른들의 삶은 재미없고 불안할 정도로 지루한 시간들의 연속인 듯 보였다. 그래서 언젠가 그런 삶을 살게 될 내 미래도 두려웠다. 자기 삶이 없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