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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MPRE Aug 25. 2021

[비평] 난민, 국가의 강건함

꽤 긴 시간 충분히 이야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난민 수용을 주장함이 도덕적으로 얼마나 고결하며 선한 것인지. 이제 그런 선한 슬로건을 선점하려는 노력보다는,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현실적인 실천방안을 발굴하고 제시하는 쪽이 먼저인 것 같다.      


 나는 사실 한국 사람들이 그리 닫힌 사람들, 매몰찬 사람들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섣불리 자신만은 예외이고, 선각자라는 도덕적 고양감에 젖어들지 말자. 아마 난민이라도 미얀마, 홍콩 심지어 아이티의 난민이라면 이 땅에서 크게 환대받고 보호받을 것이다. 오로지 하나 문제가 되는 건 정서적 거리감이 큰 ‘이슬람’이다. 결국은 이슬람과의 괴리감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며, 서로의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지속적인 과제일 듯싶다.      


 시사인에서 2021년 1월 실시한 조사결과를 따르면, 예상과 다르게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도 난민을 환대하겠다는 의사가 큰 것으로 나왔다. 이에 대해 시사인 기사는 ‘전통적으로 국가, 민족, 인종 등의 경계(border) 인식은 난민이나 외국인 노동자 등 외부 집단에 대한 배타성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보편적 시민성’이 정답이라고 여겨져 왔지만, 이런 통념과 반대로 ‘국가나 소속 사회공동체에 대한 신뢰와 자부심이 강할 때도’ 외부 집단인 ‘난민’에 대한 관용적 태도도 강해진다고 분석했다.     


 시사인은 ‘정치적 올바름’ 같은 도덕적 규범을 내세우기보다, 난민에 대한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고, 대한민국이 경제와 사회의 불안정성에 유능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확신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기가 속한 공동체에 대한 애착과 자신감을 경험해야 그것을 보편적 인권 원칙으로 확대시켜서, 외부의 타자에게도 관용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말이다.      


 돌이켜 보면 그간 안보와 방첩을 강조하며 국가 위기를 부각시키던 보수 세력 뿐 아니라, 진보개혁 성향 지식인들 역시 우리사회가 얼마나 허약하고 위태로운지 드러내 보이고자 무던히도 애썼다. 그만큼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신뢰할 수 있고, 내부 구성원과 외부의 난민 모두를 품을 수 있을 만큼 강건하다는 자신감을 회복하기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이자, 역경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나라를 일궈낸 나라의 국민으로서 강인한 포용력을 보여주자는, 그런 어떤 자부심이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을 때까지 말이다.

 

결론은 1) 아직 낯선 타자인 이슬람에 대해, 또 이슬람의 입장에서 우리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대를 넓혀나가려는 노력, 2) 공동체에 대한 애착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 이렇게 두 가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난민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도덕적 고결함을 과시하거나 몰인정한 사람이라며 힐난하는 짓은 반발심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 나 역시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홍콩, 아이티, 그리고 어디에서든 난민이 찾아온다면 환대할 거란 마음은 다르지 않다. 옆집으로 온다고 하더라도 문제될 것 없다. 생각해보면 그래도 당장 내일 정도는 장담할 수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는 건 그 자체로 하나의 축복이고 수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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