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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감독 Feb 02. 2020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냐? 01_직업 브레인스토밍

은퇴는 ‘시작’이다

내가 어떻게 그런 일을 하냐? 친구는 펄쩍 뛰었다.
첫 번째로 퇴직한 친구의 새로운 직업에 대해 나와 또 다른 친구. 이렇게 세 명이 머리를
맞대고 앉아 브레인스토밍 하다가 나온 그 퇴직한 친구의 반응이다.

직업 브레인스토밍 brainstorming
우리 나이(마흔 살 언저리) 먹고 이런 거 한 번쯤 안 해본 사람 있을까?
우리는 진심을 다해 삼십 년 지기에게 잘 맞을 것 같은 직업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요즘엔 바버샵이 대세더만. 너 이용기술 배워서 바버샵에 들어가 볼래? 넌 생긴 것도 깔끔하고 착하게 생겨서 괜찮을 것 같아. 직업학교부터 다녀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어.” “아는 형이 새로 스파게티 집 오픈할 것 같은데 거기 주방에 들어가서 일단 몇 달만이라도 고생해볼래?” “주택관리사 자격증 따서 관리소장 해보는 건 어떨까?”
“농사 배워볼까? 같이 일하던 선배가 충청도 고향에 내려가서 고구마 키우던데.. 소개해 줄까?”
“너 퇴직금 얼마 받았다고 했지? 치킨 집 오픈해 볼까? 치킨 집 너무 많지? 그럼 편의점?”
“빵집? 커피숍?”

그 녀석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햐~ 그 일을 내가 어떻게 하냐?” “에이 내가 그걸 어떻게..” “자신 없다..”
고마워하는 표정은 역력했지만 자신감 없어 보이는 엷은 미소를 띠며 비슷한 대답 만을 반복했다.

직업 브레인스토밍 해 본 사람들 중 대부분이 이런 반응을 보였으리라 생각한다.
평생 책상에 앉아 컴퓨터만 두들기던 내가 어떻게?
평생 손님 머리카락 자르던 내가 어떻게?
평생 방송국 편집실에서 편집만 하던 내가 어떻게?
평생 주방에서 요리만 하던 내가 어떻게?
내가 어떻게 그 일을 하냐?



<도미감독 그림>


지금 이 순간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그 누구보다 가장 간절히 직업을 갖기 원하는 사람인 그 친구는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는 듯했다.
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고, 달려가고 싶지만 움직일 수 없고,
고민해보지만 어떤 것도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 마치 무중력 상태에 있는 우주인처럼 허우적거렸다.
옆에서 보는 내가 다 안타까웠다. 근데 그 친구가 왜 그런지도 대충 알 것 같았다.

그 친구는 전형적인 대한민국 사람이다. 모든 교육과정을 아주 많이 대단히 우수하지는 않았지만 딱히 큰 문제없이 완주했던 소위 착한(?) 친구였다. 재수나 삼수하지 않고 큰 병치레나 치명적인 가족 문제없이 태어나서 성인이 되어 사회에 나올 때까지 만들어져 있는 길을 따라 앞뒤 줄  맞추고 딱히  목소리도 내지 않으면서  통과한 사람.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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