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치니 Jun 12. 2024

내가 해본 12일 동안 글쓰기

Day10 : 감사일기 -나를 지탱해 준 모든 이에게

내가 살면서 나를 지탱해준 사람들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은 처음 인것 같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생각해본적이 있는가? 내가 벼랑 끝에 서 있어도, 나의 옷깃을 잡으며 '조심해'라고 말해줄 사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은 아마 가족일 것이다. 가족[家族]이야 말로 1순위 아니 0순위에 두고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사람들일 것이다.


어릴 적 고등학생 시절 글이 쓰고 싶어 냅다, 메모장에 글을 썻다.


to.엄마.

다시 태어나도 엄마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어요. 그냥 생강만 해도 코 끝이 찡하네요. 매일 말 안듣고, 공부 안하고 우리 위해서 엄마는 매일 같이 직장에 나가시는데 왜 엄마한테는 반항을 하고 싶고, 떼쓰고 싶고, 말을 안 듣고 싶을까요?. 엄마, 저는 나쁜 아들이에요. 엄마 몰래 지갑에서 돈을 가져다가 친구들과 담배피고, 술마시고, 거짓말 했어요. 엄마가 그러라고 번 돈이 아닐텐데, 아빠가 친구들하고 담배피고, 술마시라고 번 돈이 아닐텐데, 마냥 친구들하고 있으면 행복했다는 것이 지금은 정말로 후회가 되요. 한 때 지나가는 태풍 처럼 제가 어려서 그랬다고 생각해주세요. 저는 다시 태어나면 엄마의 발로 태어나고 싶어요. 무거운거, 가벼운거, 먼 거리, 짧은 거리 제가 데려다 드릴께요. 아프다고 꾀병도 부리지 않을께요. 엄마가 가고 싶었던 곳, 제가 데려다 드릴께요. 항상 감사합니다. 못난 아들 올림.


지금 생각해도 부끄럽지만 코 끝이 찡하다. 그냥 펜이 흘려가는대로 생각나는대로 쓴 글이였다. 고등학교 땐 왠지 모르게 엄마에게 반항을 많이 했다. 사춘기라서? 모르겠다. 불효자는 운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엄마가 돌아가신 것은 아니다. 2021년 유방암에 걸리셔 수술을 받기는 했지만, 현재는 산에도 오르시고, 가끔씩 약주도 하신다. 아버지와, 그런데 문득 그랬다. 엄마에게 글이 쓰고 싶어졌다. 딸둥이의 아빠가 되었어도 아직도 엄마에게 떼쓰고 화내고 한다. 마치 고등학생처럼 그런 아들을 못이겨 들어주시는 엄마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 있다.


오늘은 엄마에게 아니 어머니에게 새로운 편지를 써볼까 한다.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얼굴이고, 언제든지 보고싶은 얼굴 어머니에게.


어머니께.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지금 쯤 주무시고 계시겠죠? 주무시고 계신 자리는 편하신지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사고만 치는 큰 아들이 어머니께 편지를 쓸려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번에 가져갔던 시금치 무침과 콩나물 무침을 오늘 먹었어요. 정말 맛있었습니다. 와이프가 요리 솜씨가 좋다고 하지만 아직은은 어머니께 못 미치나 봅니다. 아직도 제 입맛엔 어머니 손맛 입니다. 변하지 않는 '어머니 손맛'이였습니다. 어머니랑 떨어져 결혼하고 출가외인이 된 지도 10년이 다 되었습니다. 언제든지 볼 수 있으니 그런지, 사실 언제든지 볼 수 없게 될까봐 부산에 오라는 것도 오신다는 것도 싫어했나봅니다. 왠지 주위에서 '연락 자주 해라', '볼 수 있을때 많이 찾아뵈라' 라는 말들이 정말 싫습니다. 언제든지 어머니, 아버지를 볼 수 있었으면 좋은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찾아뵈면 어딘가 무섭습니다. 그래서 싫다고 했나 봅니다. 아직도 어머니께 어리광을 피우고 싶고, 어린 아들이라고 떼쓰고 싶나봅니다. 제가 4주 훈련을 받고 훈련소 정문을 나가 어머니의 얼굴을 받을때 정말 갑자기 눈물이 나면서 '엄마'하고 외쳤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럽기도 했던 모습입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합니다. 1달 못봤다고 어머니 얼굴이 반갑다고 다 큰 아들이 그 자리에서 '엄마'하면서 펑펑 울었습니다. 결혼 하던 날도 어머니가 해주신 '잘 살아라' 한마디, 그 한마디에도 눈물이 낫습니다. 어머니는 한마디 하시고 말을 잇지 못하셨지만 그 한마디에도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못 믿더운 아들이 결혼하는데 얼마나 걱정이 되셨나요. 그렇게 저렇게 저만을 생각해주신 어머니인데, 저는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모습도, 생각머리도 아직도 저만 보시면 잔소리 하시는 어머니지만 정말 그 잔소리가 싫어서 그런건 아닙니다. 단지 걱정과 근심이 가득 담기 잔소리라, 오히려 제가 걱정이 되서 그런거랍니다. 괜히 신경쓰실까봐, 건강이 안좋아지실까봐, 더 좋은거 많이 보시고, 더 좋은거 많이 드시고, 이제는 다큰 아들 생각보다, 건강하게 어머니, 아버지가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크면 클 수록 어머니는 늙어 간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나 봅니다. 외가 쪽 특성상 머리가 빨리 하애지지만 옛날 처럼 빨리 걷지 못하시고 계단도 잘 못 내려가시고 집에 무슨 일이 있다면 항상 어머니 건강이 걱정이 됩니다. 정말 이제는 똑바로 잘 할테니 걱정, 그만하세요. 이렇게 말해도 걱정하시는 어머니, 항상 변하지 않는 '어머니 손맛'처럼 저도 어머니께 어렸던 아들이 되고 싶습니다. 그 때로 돌아간다면 말도 잘 듣고 속도 안썩일껀데. 항상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삶을 글로써 남기기 시작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