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져 보자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모두 조금씩 이상하다.
인간관계를 맺다 보면 어머, 너무 이상해 생각할 때가 있다. 눈썹 문신이 부자연스러울 때도 있고, 뭐 그렇게 열낼 일인가 싶을 정도로 한 가수에 대해 그 가수의 진가를 다 몰라본다며 씩씩거릴 때도 있다. 이상하게 막 고집을 부릴 때도, 나라면 안 샀을 것 같은 외투를 입을 때도 있고, 다른 사람 말을 막 끊으면서 자기 말을 하네,생각이 들 때도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꼭 다른 사람의 이름을 인용해서 '철수가 그랬는데~'라는 식으로 거의 모든 말을 하는 사람도 봤고 또 상대방이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예를 들자면 미국 명문대에 붙으면 무조건 퇴사할 거라고 해서 정년까지 회사를 계속 다니려고 하는 사람에게 묘한 패배감을 안겨주는 경우. 또는 걸음걸이가 특이하다든지, 골프 스윙이 특이하다든지 아님 다들 안 궁금한데 계속 말로든 글로든 가르치려 드는 사람도 있다.
보통 이런 생각은
잠시 스쳐가는 바람처럼
무색무취하게 1초 정도 머물다
증발하곤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야말로 가끔 되게 이상할 때가 있다. 막 옆에 사람 있는데 방구를 뿍 하고 놓쳐서 뀌어버릴 때도 있고 분명히 샤워를 하면 되는데 안 하고 있으면서 거지꼴로 있을 때, 배도 안고픈데 뭘 먹는다든지, 재미도 없고 교훈도 없는 말을 해서 상대방이 그다음 할 말을 잃게 하거나, 특히 애들한테나 남편에게 화낼 일도 아닌데 막 화를 내면서 말하거나, 쿠팡에 주문할 때 분명히 1개라고 생각했는데 바나나가 두 개 들어있고 하바타 치즈가 두 개 들어있기도 하다. 끊임없이 팔자 주름을 개선해 준다고 하는 광고를 좀비처럼 끝도 없이 보기도 한다. 그뿐인가 분명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이 있는데 적금도 들고 있는 기이한 일도 빼놓을 수 없다. 한 번 제대로 상종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뒤도 안 돌아보고 그냥 끊어버린다.
쓰다 보니 앞선 문단의 두 번째 줄을
'나야말로 되게 이상할 때가 아주 많다'로 수정해야 할 것 같다.
타인의 행동에서 이상하다 느낀 까닭에는, 내가 그 사람의 기나긴 역사와 맥락을 잘 모르기 때문에 단편적으로만 느껴 이상하다 생각했을 것이다.
그 사람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치, 아니면 어떤 부분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가치, 그 비중을 나는 모르니까 그냥 희한하다고 느꼈을 것 같다.
타인의 개인적 역사 속에서 기쁨과 슬픔의 감정들이 소용돌이 쳤었고 그 결과 어떤 의도나 중요 가치가 있어 다 그런 행동들을 했을 것이다.
그럼 사실 이상한 게 아니고
내가 이상하게 볼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내 역사 내 가치 내 맥락을 다 아는데도
진짜 이상한 일들을 하고 있다고 느껴지면
그건 진짜 이상한 행동이 아닌가.
이제 보니 이 글의 제목부터 수정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어떤 면에서는 모두 조금씩 이상하다'
이것이 아니고
'나는 어떨 때 정말 상당히 이상하다.'
이런 식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고치면
너무 외로울 테니
그냥 원안대로 모두가 조금씩은 이상하다고
내버려 두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