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두 놈을 울리고 나왔다. 이모님이 안 계신 이후로는 집안에서 나는 더욱 분주해졌고 특히나 아침 시간이 정말 바빠졌다. 내 한 몸 출근 준비도 바쁜데 아들 두 놈까지 깨워서 입혀서 먹여서 보내려면 정말 그야말로 눈코 뜰 새가 없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나고 조금 더 일찍 깨우면 되는데, 또 곤히 자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매몰차게 깨워지지가 않는다. 시간 여유가 많이 있어서 넉넉한 시점에는 내 마음도 넉넉하다. 그럴 때는 카스텔라보다도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들아 기분 좋은 아침이네~ 어서 일어나자! 학교 가야지 하고 상냥하게 깨워본다. 그리고 나도 오늘은 이 옷을 입을까 저 옷이 괜찮나 이것저것 대보고 머리도 드라이도 기분 좋게 하며 콧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아뿔싸, 조금 옷을 고민하다 보니 시간이 훌러덩 가버렸다. 이때부터 내 마음이 조금은 분주해져서 목소리가 좀 더 이 성적이 되었다. 얘들아 일어나! 학교 늦는다. 엄마도 가야 돼 빨리 일어나. 내 목소리가 단호해지든 말든 그냥 두 놈은 계속 음냐 음냐 밍기적거린다. 새근새근 천사 같던 아이들의 얼굴이 조금은 꽃돼지 같아 보인다. 이제 내 옷은 다 입었고 나는 이미 계란을 풀어서 우유를 넣고 뜨거운 팬에 빨리 휘저어 스크램블을 완성했다. 딸기와 블루베리도 세팅이 끝났단 말이다. 그런데 이 놈들은 아직 침대다. 급 울화통이 터지려고 한다. 야!!!!! 엄마가 밥 먹으라고 하잖아!!!!! 빨리 안 나와! 다섯 셀 동안 나와! 오! 사! 삼! 이! 일! 이렇게 이제 목소리가 커지면 영민한 둘째는 파다닥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밥을 먹기 시작한다. 늘 화를 입는 건 첫째다.
첫째는 (길러야 한다고 절대 안 자르고 있는 더벅)머리로 까치집을 짓고 퉁퉁하게 부은 얼굴로 퉁퉁거리며 나온다. 아니! 나는 선생님이 일찍 오지 말라고 했다고! 나는 30분에 가면 할 게 없어서 운동장을 배회한단 말이야! 농구 안 가는 날에는 좀 자게 해 주지! 라며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다 부린다. 너 누가 지금 나가래? 지금 일어나야 씻고 밥 먹고 옷을 입고 나갈 거 아니야! 나가는 시간은 40분도 훨씬 넘어! 나도 저 초등학교 6학년의 짜증보다 더 크고, 너 쩌렁쩌렁하고, 더 속사포 같고, 더 논리적인 40살의 짜증으로 답해줬다. 니 말은 다 틀렸고 내 말이 맞다고. (사실 실제로 그렇긴 하다) 그랬더니 사춘기가 올랑 말랑한 놈이 딸기를 찍어서 지 입에 넣어주려던 내 손을 마구 흔드는 바람에 딸기가 또르르 포크에서 빠져서 파자마를 지나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그 딸기와 함께 내 이성의 끈도 함께 끊어졌다. 야~~~~~~~~~~~~~~~이 ~~~~~~~~~~~~~~~좌식아~~~~~~~~~~~~~~~!!!(표효) 너~~~~~~~~~~~~내가 아침부터 일어나서!!!!!!!!!!!!!!!!!! 정성껏 아침 준비 다한담에!!!!!!!!!!!!!!!!!!! 먹으라고 먹으라고 하는 게 그렇게 짜증낼일이야???????????????? 밥 쳐 먹는 게 어렵냐!!!!!!!!!!!!! 너는 이제 우리 집에서 밥 없어!!!!!!!!!!!! 그리고 당장 방으로 들어와! 엉덩이 세대 딱 맞을 줄 알아! (검도를 할 때 쓰는 죽도를 내 손에 꽉 쥐었다) 안 맞고 싶어서 눈물 콧물 다 빼고 징징 울면서 버티던 놈을 더 큰 목소리로 위협해서 기어이 엉덩이를 대게하고 엉덩이를 큰 소리 나게 팍팍팍! 3대를 맞고야 아침 사건이 끝났다.
씩씩거리며 식탁으로 돌아와 보니 밥 잘 먹던 둘째가 끅끅 거리며 폭풍 오열을 하고 있다. 아니 너를 혼낸 것도 아닌데 왜 그래.... 체구도 작은 녀석이 엄마의 짐승 같은 표효 자체만으로 너무 무서워서 오들오들 떨며 울고 있는 걸 보자니 기가 막혔다. 아니 엄마가 형아 혼낸 거잖아.. 방에서 소리 지른 건데 그렇게 무서워? 왜 울어 울지 마~ 엄마가 큰소리 내서 미안해. 울지 마~ 엄마가 큰소리 안 낼게. 알았지? 우는 둘째를 달래다 보니 현타가 온다. 내가 지금 엉덩이 후드려 치고 온 놈은 첫짼데 둘째한테 미안하다고 싹싹 빌고 있다. 첫째로 사는 건 참 어렵다 나도 첫째지만... 결국 속 좁은 애미는 속이 다 풀리지 않아 둘째 손만 잡고 끝내 첫째를 다시 안아주지 못하고 나왔고 회사로 가는 내내 택시에서 마음이 걸려서 전화를 걸었다. 뚜.. 뚜.. 통화음이 가는 동안 잠시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엄마 싫다고 삐뚤어져서 전화도 안 받아버리면 어쩌지. 그런 찰나에 여보세요~ 여전히 착한, 여린 목소리로 전화를 잘 받아주는 아들이 왈칵 반갑다. 어 떠누야.. 엄마가 미안해. 아침에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준비하는데 잘 안 먹어줘서 엄마가 속상해서 그랬어. 엉덩이 때린 거 미안해. 막 횡설수설 사과하니 떠누가 알았어~ 해준다. 내가 또 급하게 '사랑해~'도 덧붙여 봤는데 또 고맙게 '나도~' 해주는 거 보면... 아직은 사춘기는 아닌가 보다. 내게 아직 기회가 있는 것 같다.
나는 그 딸기가 바닥으로 나동그라지는 순간에 왜 이렇게 화 뚜껑이 열렸을까. 안 먹겠다고 투덜거리면서 짜증내면 그냥 못 본채 해주면 되련만. 그거 아침 좀 안 먹으면 어떻다고. 내가 준비 못해서 안 먹는 날도 분명히 있는데, 내가 기껏 차렸는데 안 먹는다 하니 열받는 건 너무 '내 성의 중심적 사고' 아닌가. 먹는 사람이 안 먹고 싶을 수도 있고 그냥 그럴 수도 있는 건데. 또 엉덩이까지 죽도로 3대나 울리면서 때릴 일인가. 게다가 나는 마무리로 '엄마한테 짜증 낸 거 엄마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해라!' 해서 엄마 미안해 소리까지 들었다. 초특급 강압적 타이거맘이 나였네. 나는 분명 보들보들한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회사 지각 위기와 아들이 계란을 안 먹어서 하루에 공급받을 뇌 영양을 놓칠 위기라고 생각하니 짐승 같은 본능이 날 찢고 나온 거 같다. 이러면 안 된다. 보격 사춘기가 되었을 때 대체 어떻게 돌려받으려고 내가 이러나 싶다. 내가 미친년이지... 내가 미친년.... 자제하고 자중하고 살아야겠다. 정말 하루 10분 명상이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명상을 위한 싱잉볼 찾으러 네이버에 검색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