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식은 태양에 의해 비친 달의 일부가 지구의 그림자에 의해 가려지는 현상으로, 영화에서 아주 의미 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월식이 지구 그림자가 달을 가리는 것처럼 사람이라면 누구나 월식과 같이 타인에게 감추고 싶은 부분이 존재하며, 영화 속에서 자연현상으로서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월식과 함께 시작된 게임에 의해서 서로 감추고 싶었던 부분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면서 영화는 점점 흥미로워집니다.
40년 지기 친구들끼리의 부부동반 모임에서 시작된 서로의 핸드폰에 오는 연락을 모두 오픈하는 게임을 통해 숨기고 싶었던 진실들이 서서히 드러나게 됩니다. 영화 속 등장하는 핸드폰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 물건으로 나오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의 연락을 주고받는 의미에서의 핸드폰을 너머 나라는 자신의 모든 행적과 비밀을 지닌 물건으로서 묘사되고 있습니다. 핸드폰을 통해 누군가와 비밀스러운 만남을 지속할 수도 있으며, 누군가의 험담을 늘어놓는 배출구가 되기도 하며, 누군가를 따돌릴 수도 있는 장치가 되기도 합니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남자는 안드로이드, 여자는 아이폰과 같다는 대사에서부터, 핸드폰을 한 사람의 인격체를 투영한 물건으로서 묘사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현대사회에서 핸드폰은 내가 '나'라는 사람을 묘사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도 더 정확하게 '나' 자신을 나타내는 도구가 되고 있으며, 이것을 대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관계 지속을 위해 감추어져 있었어야 할 부분들이 존재합니다. 굳이 모든 것을 다 오픈하는 것이 관계에 이로운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때로는 덮어두어야 할, 혹은 알고 있더라도 넘어가주어야 할 부분들이 부부관계를 넘어서 많은 관계에서 존재합니다. 그 누구보다 가깝다고 여겨지는 부부 혹은 40년 지기 친구라 하더라도, 우리는 지켜야 할 선을 넘어서게 될 경우 완벽하게 타인으로서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경우, 그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는 완벽한 타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고자 하는 가장 큰 메시지는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고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때 긍정적 의미에서 서로에게 완벽한 타인 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