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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표 Dec 24. 2021

온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플라즈마 및 핵융합 소개


무더운 여름날 우리는 온도에 많이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온도라는 단어를 우리는 습관적으로 많이 사용하지만 정작 온도가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온도의 개념을 열의 개념으로 많이 이해를 하지만, 열이라는 개념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매우 추상적인 물리적 용어입니다. 온도를 분자 단위 수준에서 정의를 내리자면, 일정 공간 안에서 존재하는 물질을 이루고 있는 분자들의 평균적인 운동에너지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물체들은 고체, 액체, 기체 그리고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물체는 어떤 상태라 하더라도 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분자들은 모두 각각의 에너지를 지니고 있고, 이 분자들의 평균적인 에너지가 온도가 됩니다.


일반적으로 고체와 액체의 경우, 분자들 사이의 거리가 적고 인력이 서로 크게 작용하여, 물체를 이루고 있는 분자의 운동형태는 진동 외에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액체의 경우 아주 짧게 앞으로 진행하는 병진 운동을 하고 있지만, 각 분자들 사이의 거리가 적어 사실상 진동운동에 비해 매우 비중이 작습니다. 액체나 고체 상태의 물질의 온도는, 그 물체의 표면이나 내부에서 끝임 없이 일어나고 있는 진동운동으로서 이해를 할 수 있고, 우리가 이것을 만질 때 온도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세포에 의해 감지되어 물체의 온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기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일정 공간 내에 존재하는 분자들의 평균적인 운동에너지로서 온도를 정의할 수 있으며, 기체 분자의 경우 분자 사이의 거리가 넓고 상대적으로 분자 간의 작용하는 인력이 작아 매우 다양한 형태의 분자운동이 존재합니다. 일반적으로 1 기압 상태에서 1cm^3의 공간 안에는 아보가드로의 수(6.022 × 10^23) 만큼의 분자가 존재합니다. 우리가 물질의 존재를 거의 느낄 수 없는 기체 상태에서도 아주 작은 공간 안에 셀 수 없는 분자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기체 상태의 분자는 앞서 언급했듯이 분자 간의 인력이 작아, 각각의 분자는 분자가 직선 운동하는 병진 운동, 분자 자체가 회전하는 회전운동, 분자를 이루고 있는 원자 사이의 진동운동, 분자 자체의 진동운동 등으로 다양한 형태의 운동을 하고 있으며, 이 모든 운동에너지의 합을 하나의 분자의 운동에너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분자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분자가 지니는 운동의 형태는 더욱 다양해집니다.


그러나 모든 분자의 운동에너지가 다 동일하지는 않습니다. 1cm^3의 작은 공간에 6.022 × 10^23개의 분자가 존재하는 만큼, 각각의 분자는 매우 다양한 크기의 운동에너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어떤 분자의 경우 여러 분자 간의 충돌로 에너지를 잃어 거의 움직이지 않고 정체된 상태로 있을 수도 있으며, 다른 분자의 경우 충돌을 통해서 가속을 받아 매우 빠른 속도나 진동으로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운동에너지의 분포는 통계적으로 정규분포를 이루고 있으며, 이 정규분포의 평균값을 우리는 그 기체 상태의 물질에서 온도라고 정의합니다.


대기의 분자운동에너지를 체표면의 감각세포에 의해 인지되어, 우리는 대기 중의 온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이 모든 온도감각을 항상 느낄 경우 매우 에너지 소모가 심각해집니다. 따라 우리의 감각기관이 느끼는 것은 절대 온도도 물론 존재하지만, 그것보다는 온도 변화에 좀 더 민감하게 반응하여 느끼게 됩니다. 또한 실제 온도감각은 저온 감각과 고온 감각으로 나뉘어 다른 감각세포에 의해 따로 감지됩니다.


기체의 온도는 압력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압력은 기체나 액체가 존재하는 공간에서 단위면적당 가해지는 힘을 의미하며, 이 힘은 당연히 각각의 기체나 액체 분자의 에너지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중학교 물리학 시간에 배우는 보일 샤를의 법칙이 이에 해당하며, 기체에 온도를 가하면 부피나 압력이 늘어나는 것은 각각의 기체의 운동에너지가 증가함에 따라 기체 분자가 외부 표면에 충돌하는 힘이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정한 부피에서 기체를 가열하면 온도와 압력이 함께 증가하게 됩니다.


기체의 온도는 상대적으로 고체나 액체 상태보다 쉽게 가열됩니다. 당연히 기체 상태의 물체는 단위 부피당 분자의 수가 적기 때문에, 가열하는 동안 각 분자에 전해지는 운동에너지가 기체나 액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큽니다. 또한 기체나 액체의 경우 분자 간에 서로 작용하는 인력을 상쇄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도를 올리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기체의 온도를 액체나 고체의 온도와 동일하게 생각하면 안 됩니다. 온도라는 것은 각 분자의 평균 운동에너지이므로, 기체의 온도가 높더라도 실제 기체를 이루는 분자의 수는 액체나 고체에 비해 매우 적기 때문에, 우리가 체감하는 기체의 온도와 액체의 온도는 매우 다릅니다. 같은 80도의 수증기와 80도의 물에서 우리가 체감하는 온도는 전혀 다르며, 이것은 분자의 수 차이 때문입니다. 표면에서 단위 표면 당 단위 시간당 우리에게 전해지는 에너지는 각분자의 충돌 에너지와 충돌수의 곱으로 표현될 수 있고, 80도의 물의 분자의 밀집도는 수증기에 비해 훨씬 크기 때문에, 80도의 물에서 우리는 훨씬 뜨겁게 느낍니다. 이 같은 거시적 관점에서의 에너지의 전달을 열이라고 합니다.


기체 상태의 물질에서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가할 경우, 분자는 매우 큰 운동에너지를 가지고 여러 다른 주변의 분자들과 충돌을 일으키게 되며, 이 과정에서 일부 분자의 전자가 분자로부터 떨어져 나와 이온화됩니다. 사실 이 과정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눈에 띠지 않을 정도이며, 이온화된 분자는 다시 전자와 결합하여 원래 상태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기체에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가하게 되면, 모든 분자에 이온화 과정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되고, 일정 임계 상태를 넘어설 경우, 약 1% 이상의 비율의 분자가 이온화된 상태로 존재합니다. 이 상태를 플라즈마 상태로 정의를 합니다.


1%의 분자 이온화 상태를 굳이 새로운 물질의 상태로 정의해야 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이 상태의 기체는 일반적인 기체와는 매우 다른 특성과 거동을 보이게 됩니다. 플라즈마 상태에서는 매우 쉽게 전자기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전자기장이라는 것을 우리는 흔히 전자제품에 대해서만 이해하기 쉽지만, 우리 자연에 흔히 존재하는 흔한 물리적 현상입니다. 우리가 통신을 할 때 사용하는 기본적인 라디오파 및 여러 광역대의 주파수 역시 모두 전자기파이며, 지구 역시 거대한 자석입니다. 그리고 빛은 모든 영역대의 파장의 전자기파를 포함한 파동입니다. 우리가 보는 빛은 가시광선 영역에서의 아주 일부에 불과합니다.


전자기장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는 것은 기체에서 굉장히 특별한 특성을 지니게 합니다. 플라즈마 상태에서 많은 분자들이 전기적인 전하를 띠고 있기 때문에 전자기적 영향에 따라 집단적인 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하지만 이 집단적인 행동은 거시적으로 크게 보면 중성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준중성(quasi-neutral) 상태라 합니다. 이와 같은 플라즈마의 특성을 이용하면 산업적으로 매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우주에서 존재하는 많은 기체는 일반적인 기체 상태도 많지만, 플라즈마 상태로 존재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간단히 태양을 예로 들 수 있으며, 태양의 모든 기체가 매우 높은 온도로 존재하고 있어, 거의 모든 분자가 이온화된 플라즈마 상태입니다. 태양에서는 끊임없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우리에게 끝임 없이 빛 에너지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태양에서 일어나고 있는 에너지 생성과정을 지구에서 구현하고자 하는 것이 핵융합 발전이며, 당연히 여기에서 플라즈마는 굉장히 중요한 연구 분야일 수밖에 없습니다. 플라즈마의 특성과 거동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핵융합 발전을 이룩하는 것에 지름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핵융합 발전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가열된 플라즈마 기체를 전자기적으로 적절히 힘을 가하여, 최대한 융합로에서 플라즈마 기체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설계를 하고, 서로 간의 충돌을 극대화하여 핵융합 반응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핵융합 반응 수소 기체 간의 출동이 있어야 일어나지만, 플라즈마 기체는 운동에너지가 매우 큰 상태의 물질입니다. 당연히 크기가 가장 작고 운동에너지가 큰 수소 기체는 융합로 밖으로 빠져나가기 매우 쉽습니다. 이온화 반응을 일으키는 전자도 마찬가지로 수소이온에 비해 질량이 1/1000에 불과하므로 발생과 동시에 지속적으로 융합로 밖으로 빠져나갑니다. 또한 이온화된 수소 원자끼리의 충돌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봐도 될 정도의 매우 어려운 확률의 사건입니다. 현실적으로 핵융합 발전에서 넘어야 할 산은 매우 큽니다. 하지만 에너지 수급의 관점에서 핵융합 발전은 반드시 필요한 연구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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