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어려운 문제다. 미래에 내가 뭘 하게 될지 예견하는 것은.
어제는 대학 후배를 만났다. 홍콩으로 여행을 가려는데, 마침 교환학생을 홍콩에 있는 대학으로 간다고 해서 겸사 얼굴 볼 겸 만났다.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중 후배의 유럽 여행기를 듣고 난 대학생 때 어떤 삶을 살았었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분명 글도 많이 쓰고, 영화제도 다니고, 뭔가 사람도 더 많이 만났던 것 같은데 지금은 매일 만나는 사람들만 본다. 그 때를 그리게 된다.
오늘은 스타벅스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부럽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뒤쳐지는 기분에 불안해서 또 아무 일도 없는데 앉아서 뭘 하고 있나 싶은 무기력함에 스타벅스에 산책을 다녀왔다. 꾸역꾸역 아이스 라떼를 주문했다.
주위를 둘러봤다. 사람들은 각자 자리에 앉아있었다. 노트북을 하는 사람, 대화를 하는 사람, 헤드셋을 끼고 휴대전화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왜 그들이 더 자유로워 보일까. 이 작은 의자와 책상에 갇혀있는 내가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하나보다.
살짝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렇다고 약을 더 늘리기는 싫다. 이 기분과 감정을 해소할 다른 창구가 있지 않을까. 요즘 멍 때리는 시간이 늘었다. 웃지도 않는다. 스스로에 대한 회의에 자주 빠지곤 한다.
이 순간도 멍하니 흘러가는 대로 나의 생각을 늘어놓는다. 어떻게든 기분을 끌어올리겠다고 동물의 숲 BGM을 틀어놓고, 뭐라고 지껄이면 기분이 나아지겠거니 브런치에 글을 쓴다.
나는 그래도 무언가를 느끼고 남기고 싶다. 그렇게라도 나의 존재감을 세상에 채워 넣고 싶다.
한켠에, 나중에 이 글을 보고 아무도 나를 채용하지 않으면 어쩌지 싶다. 참 오만하기도 하다. 그래도 어제 후배가 해줬던 말이 나를 부서지지 않게 한다.
“언니 잘 해왔잖아. 잘 할꺼야.”
후배가 내가 지금 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 이런 직무를 가졌다는 점이 아쉽다며 내게 해준 말이다. 내가 나에게도 해주지 못한 말을 이렇게나 쉽게 듣다니. 내가 행복하게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대한민국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유지시켜줬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머릿 속이 백지 상태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이 순간 일분일초를 이어갈 수 있는 건 나의 격려, 주위의 격려다. 어쩌겠나. 이게 삶이고 언젠가 지나갈 순간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