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에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당시 MBC 기자로 일하던 동아리 선배오빠를 지인의 결혼식에서 만난적이 있다. 내가 제약회사에서 일한다고 하자… 선배 왈
“너 상품권 사서 의사들에게 돌리고, 하는거 말이지? 나도 취재하면서 좀 알고 있지…!!” 라고 오래간만에 만난 이들 앞에서 아는 척을 했다. 그 말을 듣고 얼마나 얼굴이 화끈거렸는지 모른다. 그 말을 듣고 차에 타서 강릉에서 서울까지 오는 동안 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제약영업을 하면서 돈을 주거나, 리베이트가 공공연히 존재했던 시절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외국계 제약사 뿐 아니라 국내사도 리베이트를 금한지는 오래되었다.
물론 그건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일이 있겠지만, 제약영업에 몸담고 있는 모든 영업사원들이 하는 일은 아니다. 설사, 다들 하는 일이더라도 그런 말을 꼭 사람들 앞에서 해야했을까? 얇게 아는 지식을 마치 정석인양 이야기 하는 것이 기자들이 하는 일인가?
4주간의 교육을 받고 세계최고의 제약회사에서 일한다는 자부심 뿜뿜이던 나에게 오빠가 던진 그 말은 많은 뾰족한 돌로 내 생심장을 찌르는 듯 아팠다.
며칠이나 취재를 했을까?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나를 애처롭게 처다 보는 그 모습에서 나는 적지 않이 불쾌했고, 며칠 취재한 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자들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되었다.
항상 좋은 선배로 남아있던… 사실 그보다 더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선배 오빠였지만, 난 그 이후 선배의 결혼식에 안가는 뒤끝을 남기며, 오빠와는 작별 했다.
다시 만난다면… 결혼식에 안간이유가 오빠에게 미련이 남아서가 아니라, '선배가 무심히 던진 말 한마디에 뒤끝이 남아서...'라고 꼭 이야기 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