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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맘 Jun 01. 2021

인생은 항상 묻더라. Yes? or No?

내가 선택한 Yes! 긍정의 단어로 만들수밖에없었다.


벌써 50을 넘었다. 내 인생에 50이란 나이가 있을 거라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지금의 나이가 낯설기만 하다. 그냥 막연하게 50이면 '늙음'이 시작될 시기이고 그쯤이면 삶도 어느 정도 궤적에 안착해 있을 거라 어렴풋이 예측했을 뿐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살겠다는 계획은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준비 부족이었던 걸까? 아직도 나는 안착할 삶의 궤적을 찾고 있는 중이고, 고상하게 늙어가고 싶었던 50대를 치열하게 살고 있는 중이다. 


9년 전 TV를 보던 남편이 나에게 시골에 가서 사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정원을 가꾸며 고상하게 늙어가고픈 희미한 욕망이 저 마음 깊은 곳 어디께 자리 잡고 있었기에 "좋지."라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걸 Yes!라는 신호로 받아들인 남편은 곧바로 시골로 내려갈 준비를 했다. 나는 고상하게 늙어갈 준비를 마친 60대에나 가고 싶었는데 말이다. 그때 나는 고작 42살이었고 시골에서 살 마음은 1도 없었다. 


준비 없이 시작한 시골살이 덕분에 우리의 삶은 외줄을 타는 곡예사를 닮아있었다. 떨어질 듯 말듯한 아슬아슬한 외줄 타기. 떨어질 듯 불안한 마음에 되돌아가고 싶지만 외줄에서는 뒷걸음질이 허용되지 않는다. 일단 나아가기로 마음먹고 한 발을 떼어 나아가기 시작했으니 무조건 길 반대편 목표점까지는 가야 한다. 한 발을 내딛을 때마다 온몸으로 전해져 오는 줄의 떨림. 줄의 떨림으로 인해 내 몸의 중심도 흔들린다. 아니다. 줄이 떨리는 것이 아니다. 줄을 딛는 내 발이 떨리는 것이다. 그리고 두려움이 내 발을 떨게 한 것이다. 두려움은 Yes라는 선택에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다. 


떨어지지 않고 외줄 끝에 무사히 도착하기 위해선 내 발 끝에 확신을 실어야 했다. 두려움 따위는 던져버리고 나를 믿고, 내 온몸의 정신과 기운을 발끝에 모아야 한다. 마음이 안정되면 발끝의 떨림도 잦아들 것이고, 줄의 흔들림도 잦아들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외줄의 끝에 다다를 것이다. 


"우리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니야. 다만 그 길이 조금 험난할 뿐이지."


얼떨결에 시작한 귀농, Yes라는 선택을 긍정의 언어로 만들기 위해선 두려움마저도 이겨내야 했고, 긍정의 언어로 모든 순간을 포장해야 했다. 그것은 멘털 관리였고, 퇴로를 만들 수 없었던 자의 절박함이었다. 그 덕에 나는 농부라는 본캐에서 더 나아가 사업가, 파티시에. 강사라는 여러 가지의 부캐를 가지게 되었다. 


'No'라는 단어에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 안주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만약 9년 전 그날, 남편의 제안에 NO!라고 말하고 도시에 남았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아이를 키우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로 남았을까? 아니면  '나는 없어진 것 같아. 인생이 허무해'를 마음에 품고 사는 사람이 되었을까? 그도 아니면 요즘 유행이라는 경제적 자유와 독립을 위해 'N 잡을 기웃대는 아줌마'가 되었을까? 어쩌면 인생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 조금 더 생산적인 일을 찾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한 가지는 지금 내가 이룬 것들이 도시에서 실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점이다. 도시는 이미 레드오션 상태이고, 경쟁자가 너무 많다. 그 안에서 나를 돋보이게 할 특별한 재능을 만들어내기란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별해지기로 마음먹고 도전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선택에는 항상 모험이 따른다. 모험은 손실, 혹은 손익이라는 두 가지 옵션사항이 존재한다. 평생 가보지 않았던 길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점에 서 있다면 누구나 No의 버튼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두렵기 때문이고, 지금까지 이루어 놓은 것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보지 않았다고, 두렵다고 평생 No를 선택한다면 인생은 딱 거기까지이다. 새로운 길은 더 이상 열리지 않는다. 


나는 지금, 가보지 않아 두려웠던 길을 선택한 대가로 노후의 시작점이라 예상했던 나이 50의 삶이 아직도 변화무쌍하다. 도전 중인 것 투성이고 고난의 연속이다. 솔직히 말하면 좀 버겁기도 하고, 친구들의 안락함이 좀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시골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고 가족사업으로 꿈을 키워나가는 지금의 내가 좋다. 50에도 꿈꿀 수 있는 미래가 있어 좋고, 몰랐던 세계로 한 발씩 나아가며 시야가 넓어진 것도 좋다. 


인생이 던지는 질문, Yes or No. 어떤 대답이 내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줄지 정답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하나는 멈추면 딱 거기까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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