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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꼬맘 Aug 01. 2020

누구나처럼이 아닌, 나만의 것을 만들어내기

돈 되는 0.1% 만들기




단호박 농사에서 얻은 교훈은 간단했다.


'누구나'처럼 농사지으면 '누구나'처럼 그저 만큼의 을 벌고, '나만의 가치를 담는 농사'를 지으면  '돈 되는 농사'가 된다.


'나만의 가치를 담는 농사' 남들이 안 하는 이른바 고비용 농사고 생각한. 비용은 노동력일 수도, 친환경 약재일 수도, 실패 가능성이 높아 쉽게 접근하지 재배방식 수도, 혹은 나만의 고급 기술을 더 것일 수도 있고 농부의 가치와 철학을  것을  의미 수도 있다.


제초제 대신 일일이 잡초를 뽑는 일은 정말이지 불가능에 가까운 노동이다. 오죽하면 풀과의 전쟁이라고까지 할까. 

한 여름은 장마와 더위와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잡초와 한판 승부를 가리는 전쟁 같은 나날이기도 하다.

벌레나 바이러스, 곰팡이와의 싸움도 녹록치 않다. 조금만 방심하면 벌레에게 몽땅 내가 키운 것들을 헌납할 수도 있고, 바이러스가 퍼져 하루아침에 작물이 시들시들 말라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농장들은 살충제나 바이러스 제재를 뿌려 작물을 보호하고 제초제를 쓰는 관행적인 농법 주로 사용한다.

사람 한 둘의 노력으로는 절대 이겨낼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유기농이나 친환경으로 작물을 키워 더 높은 가격 받고 싶다면 나의 노동력이나 을 서너 배 이상 투자하면 된다. 






닭을 키우는 일도 같다. 

흔하디 흔한 걀에 가치를 담아 제값 받고 팔기 위해서는 관행적인 방법이 아닌, 남들이 하지 않는 방법으로 닭을 키되었다.


좁은 철창 대신 넓은 마당을,

형광등 불빛이 아닌 밝은 햇빛을,

구멍이 숭숭 뚫린 철망 바닥이 아닌 흙바닥을,

꽉 닫힌 창문이 아닌 소슬바람을,

비좁은 철창에 기대어 잠드는 밤이 아닌 높은 횃대에 올라 잠을 청할 수 있도록,

낳자마자 또르르 굴러 떨어지는 알 낳기가 아닌 안전한 산란 상자에서 낳은 달걀을 체온으로 품을 수 있도록,

밤이 되어도 환히 켜놓은 불빛이 아닌 온전한 어둠 속에서 편히 쉴 수 있,

차가운 철망 바닥이 아닌 발로 헤치고 쪼아댈 한 평의 땅을,

몸에 붙은 진드기를 살충제가 아닌 흙 목욕으로 털어낼 수 있도록,

암탉과 수탉이 어울려 사랑을 나눌 수 있 닭을 키우면 곧 '나만의 가치를 담는 농사'가 되는 것이고, 이것은 곧 나만의 성공 전략이었다.



건강 달걀닭의 본성을 존중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평범하지만 특별해져버린 진리.



특별할 것이 없는 지극히 당연한  법이 특별한 전략이 된 이유는 고비용과 비효율 때문이다.  대부분의 양계농가는 노동력과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장식 케이지 사육을 선택다. 달걀을 생산하는 농장의 99%는 공장식 사육 방법을 선택한다. 

예를 들어 똑같은 100평 넓이의 사육장이 있을 때,  우리 농장 같은  자연 양계 농장은 최대 1,200마리 내외의 닭을 키우는 반면 공장식 일반 양계농장은 같은 면적에서  마리 이상의 닭을 키 수 있다.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었기에 한두 명만으로도 만여 마리 정도는 거뜬히 통제 가능하다.


게다가 우리는 사료까지 직접 만드는 최악의 비효율성을 선택했다.

전화 한 통이면 닭 상태에 맞춰 제조한 사료가 바로  배달되는 편리함을 마다하고 직접 만드는 고생스러움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옥수수 사료의 위험성과 문제점을 알기에 공장에서 생산되는 사료를 쓸 수는 없었다. 열댓 가지나 되는 재료들을 구하러 지방을 밥 먹듯 다니고 황토 발효 유산균을 만드는 고생까지 사서 하는 사료 만들기는 정말 고비용, 비효율의 결정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산효율이 현저히 떨어지는(공장식 축산을 쫓는 그들이 보기에) 자연 양계를 선택했던 이유는, '남들이 하지 않는 나만의 방법'으로 농부의 가치와 철학을 담기에 딱 좋은 방식이기 때문이었다. 시장의 논리가 아닌 판매자가 가격을 설정할 수 있 최선의 방법이었으며 직거래로 고객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단호박을 600평의 땅에서 2,000개나 수확했지만 겨우 30만 원 밖에 손에 쥘 수밖에 없었던 것은 누구나 다 그렇게 키우는 똑같은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하나 더, 나만의 방법이 조금 더 가치 있게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특별함'을 부여해야 한다.

어디에서나 쉽게 살 수 있는 그렇고 그런 달걀이 아닌, 꼭 거기에서만 살 수 있는 달걀이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별함을 살려줄 '이름'이 필요다.

상품명이 생기면 고유성이 생기고, 특별한 가치가 담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달걀로 승급다.


그렇게 차별화된 전략으로 무장한 나는  본격적으로 달걀 팔 준비를 마쳤다생각했다. 

내가 만든 가치를 돈과 바꾸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내가 그 어려움을 감내하며 0.1%의 상품을 생산하는데, 고객을 유치하는 일이 뭐 그렇게 어렵겠느냐는 근거 없는 착각까지 한 오만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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