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교수님이 전 세대를 눈앞에 두고 이토록 멋진 강연 오프닝을 펼쳤을 때는 이미 80대였다.
그런데도 유머를 거침없이 날리시며 청중의 심장을 들었다 놨다 하는 강연콘서트를 펼치는 것을 영상으로 보면서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라고 감히 생각했었다.
그것이 내가 '따뜻한 스피커들의 라이브 강연 코칭 모임' (줄여서 따스라)을 만든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 자신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주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자식도 배우자도 마찬가지다.
이미 나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건성으로 듣는 경우가 많아서 언젠가부터 마음에 작은 분노들이 떡시루처럼 쌓이는 중이다. 설상가상 가족들은 중간에 나의 말을 가로채서 원하지 않는 결론까지 내려준다.
친구들이라고 다를까?
모임에서 혼자만 주도권을 잡고 이야기를 했다가는 다들 언제 끝냐나는 듯한 지루한 표정이 역력하고
역시 말의 허리를 동강 자르며 끼어드는 사람들 투성이다.
그런데 사실은 여기까지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팩트는 조금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따스라'를 통해서 알리고 싶었다. 두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경험도 풍부하고 머릿속엔 할 말도 많지만 그저 스토리를 나열하는 식이라 듣는 이의 입장에서 오래 듣기는 힘들다는 것. 그래서 흔히 라테 취급을 받는 등 억울하게도(?!) 그 소중한 가치의 말들이 평가절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간을 정하고 다른 사람 앞에서 공적인 스피치로 정리해서 말해보는 경험을 해보라는 것이다.
별것 아닌 것 같은 나의 스토리가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과 영감을 주는 스피치로 탈바꿈된다. 그것이 머지않은 미래에 '돈'의 가치로 변신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둘째
자신의 호흡과 발성 발음의 문제 즉 말의 전달력이 어떠한지 피드백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자신은 열심히 이야기 하지만 전달력 있고 설득력 있게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안타깝게도 잘 모른다. 무엇보다 자신만의 관점을 몰입도 있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전달까지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그 이유가 자기도 모르는 보이스 표현의 나쁜 습관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 고칠 수 있다. 그 사람의 매력은 진실된 말의 내용과 그것에 어울리는 목소리톤 명료함 그리고 눈빛 등과 어우러진다는 것을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 '따스라'이다.
따스라는 좀 쉽게 봐도 된다. 마음껏 실수하며 연습할 수 있는 자리이다. 이번 따스라에도 발표 불안증 대인기피증이었던 분들이 자신의 결핍을 마주하며 극복할 뿐 아니라 즐기는 수준으로 자신의 스피치를 해냈다. 마음껏 이렇게 실험해보면 좋겠다. 따뜻한 격려와 피드백이 있다면 사람과 그의 스피치는 성장한다. 전문코치의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참여자들의 시선이 담긴 격려와 응원을 듬뿍 받는 사이 자신만의 단단한 스피치 근육이 만들어지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스피커로 거듭날수 있다.
이곳엔 준비된 청중이 있다.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주제 나도 강연가!
이번 제3회 따스라에도 20대 30대 40대 50대 공무원 화가 작가 마케터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특히 20대와 30대가 발표를 할 때 인생의 선배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발표 불안증을 해소하고 싶다고 왔다지만 그들의 메시지는 어떤 세대보다도 잘 준비되고 치열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인사이트가 있었다.
40대 이상의 인생의 선배들은 역시 그동안 살아내며 공부해온 지식과 지혜를 대거
방출해주었다.
이번에도 깊이 배우고 서로 연결되고 특히 자신의 내면과 연결되는 경험을 했다.
최근 어떤 강의를 들었을 때보다 감동이 있었다고 처음 참석한 은 0님은 말했고, 자신의 모습을 거울처럼 들여다보고 점검하게 되었다고 이번에 두 번째 참여를 한 권 작가님은 말했다. 그리고 자신의 스피치 강연의 페르소나를 찾아 이 여정을 진심으로 걷고 있는 두 번째 참여자 영 0님도 따스라가 널리 흥하기를 바라며 이토록 사랑스러운 모임을 최근에 본 적이 없다는 후기를 전해주었다.
이어령 교수님은 평생 '공부와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호기심'을 잃지 않는 빛나는 눈빛과 '모험가의 심장'을 소유했던 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쓰는 삶'과 '말하는 삶'을 살아내셨다.
천국 여행을 시작하기 전까지 인터뷰를 통해 집필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라는 책을 남기고 이 세상과 멋들어지게 작별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