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세할머니도 해내셨잖아요 고객님도 할수있으세요

단양에서 얻은 선물은 셀프

by 따뜻한 스피커

지인 중에 단양이 고향인 사람이 있다.

그녀는 부자다. 정서 부자!

처음엔 그녀가 부담스러웠다.


뭐가 저리도 다 괜찮고 인간관계도 막 훅 들어오는가
누구에게나 똑같이 넉넉하게 쓰는 마음 씀씀이도 신기하고
그것이 변함없는 것도 신기하고


매일 산책을 즐기는 그 언니는 도시 변두리에 사는데

걷다 보면 간간히 보이는 꽃과 나무들을 하나도 지나치지 못하고 스마트폰에 가득 뜯고 캐온다.

그리고 별로 관심도 없는 나 같은 사람이 있는 단톡 방에 그것을 올린다.


"언니는 아마 다중지능 중에 자연친화 지능이 엄청 높을 거야 예쁘다" 이것은 진심이다.

자연친화 지능이 거의 바닥에 가까운 나도 이 언니가 눈으로 올려준 꽃과 나무 아이들을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가 있다. 예쁘다.

순간 마음이 고요해진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나는 역시 자연 좋아하는 사람과 친하게 지내는 인간친화적인 사람이야


처음엔 좀 부담스럽던 그녀에게 점점 관심이 갔고 그녀가 가진 정서가 좋아졌다.

(가끔 마이동풍 마이웨이적인 태도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하지만 귀여운 수준이고, 그 기질이 시골사람들의 그것과 좀 닮아있어 적어도 나에게는 웃음이 피어나게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부러웠다.


나도 지방 출신이다.

대전이 고향이고 초등 고학년부터 중등시절까지는 인삼으로 유명한 금산에 살았던 적도 있다.

하지만 농사가 아니라 늘 사업과 장사로 먹고살던 우리 가정에게 시골의 정서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래서인지 나는 고향을 잘 말하지 않는다.

아니 별로 그런 말 할 자격이 없다고 혼자 느꼈던 것 같다. 고향의 정서가 없는데.....

나는 시골에서 정겹게 어울려 이 집 저 집 담장 없이 사는 집의 아이였다기 보다는

혼자 있을 때가 많은 외로운 아이 쪽에 가까웠다.


따스하고 넉넉하고 관대하고 솔직하고(너무..), 계산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면 아... 고향이 어디세요....? 물어보고 싶어 지는 것은 이 지인과 가까워지면서부터 생긴 버릇이다.


뒷일을 예상하지 못하고 호기롭게 시작된 단양에서의 비행


이 지인에게 고향이 단양이라고 수도 없이 들었었다.

사실 이번 1박 여행은 늘 자랑하던 지인의 고향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패러글라이딩'이라는 것에 불현듯 속구 친 로망으로 시작되었다!


10월 말 어학연수 90일 도전이라는 생애최초 나 홀로 긴 여행을 출발하기 전에

나로서는 전혀 내가 도무지 평생 해볼 것 같지 않은 한 가지 경험에 더 도전하고 싶었다.


드디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로 떠나는 날짜가 정해지고 항공권 발권도 마쳤다.

저렴한 항공사라 환불 같은 것은 꿈도 못 꾼다.

항공권 예약발권 후 지극히... 셀프스런 전의를 다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번어학연수가 그러하듯 내 인생에 뻔하지 않은 짓을 하나 더 보태고 싶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러한 마음을 끌어모아 놀이기구 하나 못 타는 내가

몇 년 전 짚라인 장비를 다 걸치고 나 혼자만

타기 직전에 포기하고 돌아서서

돈 버리고 일행에게 오래도록 굴욕까지 겪었던 내가 결심했다. 패러글라이딩을 타기로.

힘겨웠던 지난여름의 잔해에서 오뚝 일어나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강력한 지지를 해주고 싶었던 이벤트였다.

그리고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이거 해내면 그것도 해낼 수 있을 거 같은 마음 말이다! 나는 이상하게 패러글라이딩에 꽂혀서는 감정이입이 옴팡었고 마치 이걸 해내면

나 홀로 긴 여행도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지난여름 학교의 한 리더에게 피해를 보고 있는 한 학생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에 어설프게 행동하며 겪은 나의 억울함과 속상함


그리고 아직도 아무 때나 치밀고 올라와 마음을 덮는 슬픔을


내가 한 번도 이르지 못한 높고 높은 그곳에 닿아 거기에 두고 오고 싶었다.

다시는 내 손이 닿지 못해 꺼내지 못하도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겁이 나서 결정하지 못하고 었다. 그런 나에게 던진 그곳 업체 직원의

상. 당. 히 자극적인 한마디는 나를 전의에 불타오르게 했고 돌이킬 수 없는 비행을 불러왔다.


어제는 83세 할머니도 해내셨잖아요..
고객님도 할 수 있으세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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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들먹여? 상술로 느껴지긴 했지만 딩동댕 40대인 내게 상당한 동기부여가 된 것은 사실이다.

83세에 도전하신 그분을 너무나 존경하고 멋진 분임에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나도 83세에 도전하고 싶지는 않았다. 갑자기 내게는 전혀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이상한 객기가 생겼고 흘러가는 상황에 의지와 몸을 맡겼다. 안간힘을 써서 유머감각도 최대한 발휘했다.


그. 러. 나. 바람에 몸을 맡기고 시작된 놀라운 나의 비행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났다.

멀미를 하는 사람은 알 것이다. 멀미할 때는 괜찮아질 때까지 누워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앉아있는 것도 고통이다. 땅끝까지 토하고도 멀미기가 가시지 않았다


멀미를 할 수 있다고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었다!

시작할 때 파일럿이 슬쩍


"멀미하세요? 뭐 괜찮으시죠?"

성의 없이 물었던 것이 다였다.

심지어 "네 저 멀미 심한데요?"

"에이 안 그렇게 보이는데요?!!"

그는 건성으로 한번 반응했다. 그리고 비행은 그렇게 갑자기 시작되었다.


평소 나처럼 차멀미 뱃멀미를 하는 체질의 사람들은 시도하기 전에 신중해야 함을 나중에야 깨달았지만

그걸 알았다면 그 고통을 아는 내가 절대로 비행에 도전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생의 도전들은 그런 것이 아닐까 경험해보지 않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나의 예상보다 캐파가 크고 난관이 있음은 필수라는것. 그 허들을 넘어서며 나는 진정 성장을 맛보는 것일 거다. 그리고 한 번이면 족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 즐기지도 알게 될 것이다.


가슴속까지 뻥 뚫리는 시원한 바람

단양의 기품 있고 아름다운 신비로운 절경을

말도 안 되는 눈높이에서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고대이전부터 날고 싶었던 인간의 욕구를 채웠다는 것만으로도 겁쟁이 40대 아줌마의

도전은 성공이다!(그냥 성공했다고 말하련다!) 조금도 후회가 없다.


단지 멀미 체질이면 멀미약을 먹으라! 소중한 팁임을 아시길. 앞서간 사람의 조언이다.

멀미가 가라앉고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왠지 자꾸 웃음이 나왔다
잘했다 승리하고 돌아간다

내 주변에 내 또래 여자들 중 패러글라이딩을 타본 사람이 아직은 없기에 기분이 어땠냐고 계속 내게 묻는다. (분명 어떤 사람들에겐 별것이 아닐 텐데..)

다들 대단한 용기라고 엄지척을 해준다. 일단 뿌듯하다. 이런 종류의 입장이 잘 되어본 적이 없어서 신선하다.

몇 단계 업그레이 된 사양의 인간이 된 것만 같다.(기준은 없다 스스로 그렇다는 이야기)


이제 단양에서 내 인생 두 번째 꿈을 꿀 준비의식이

끝난것같다.

이것 잘 했으니 그것도 잘 할것이다.

단양여행 좋았다. 항상그렇듯 기념선물은 이렇듯 셀프였지만



물건보다는 경험에 돈을 쓰며 삽니다
소유냐 존재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존재를 살찌우는 편이 낫습니다

김민식의 책
-내 모든 습관은 여행에서 만들어졌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