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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케 Apr 21. 2023

남의 돈 여행기.

02. 누구보다 멋진 남의 돈 여행을 위하여.



어느 날 점심시간이었던가, 아랫년차 선생님이 그랬다.

"선생님은 정말 J 같습니다."


내가 너무 빡빡했나? 강박적이게 굴었던 때가 있었던가?

순간 눈알을 굴리며 빠르게 스스로의 행실을 점검하려다, 그만두었다.

실제로 MBTI의 마지막을 결정하는 J와 P.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고려하면 나는 의심할 여지없는 J가 맞기 때문에.

J가 J다운 게 뭐 어때, 조금 더 뻔뻔하기로 했다.


요즘은 'J는 계획형이 아니라,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나는, 판단형'이라는 얘기가 있던 데 진심으로 공감하는 바이다.

실제로 극 J인 나는 '무언가 어그러진다'는 느낌을 받는 걸 가장 싫어한다.

그 말은 곧, 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행운이 비로소 행복이 되게 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완벽한 여행을 위한 계획이 시작됐다.

 '홍콩자유여행'에 관한 각종 네이버 블로그 후기들, 유튜브 클립들을 보고 꼭 가고 싶은 데를 추리고 대충 추려진 관광지와 가게들을 '트리플' 어플로 동선 조정까지 끝냈다.

(깨알 추천드린다. J들이 열광할 어플이다)

신나서 좀 늦어지더라도 숙소가 가깝도록 침사추이 근방의 가성비 호텔까지도 예약했다.

전반적인 물가가 비싼 홍콩이니 만큼, 각종 바우처들은 한국에서 준비해 가는 게 편하다고 했겠다, 동행의 몫까지 알차게 준비했다.

모든 것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느낌에 어깨가 들썩였다.


그렇게 출국을 이틀 앞둔 어느 점심, 동행에게 전화가 왔다.

공항 수령을 위해 방문한 카운터에서 본인 몫의 유심을 찾을 수가 없다는 전화였다.

동행은 나보다 이틀 빠른 출국이 예정되어 있었다.

얼른 들어가야 되는데.. 어떡해?

동행의 목소리가 급해졌다.


덩달아 마음이 급해진 나도 주문내역을 확인했지만, 주문 내역에 잘못된 것은 없었다.

일단은 동행을 안심시켜 홍콩으로 보내놓고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얘기를 나눠보니 출국일이 다르면 따로 주문을 했어야 하는데 같이 묶어서 주문을 해버린 게 패인이었다. 내가 작성한 한쪽의 출국일만 보고 당연히 같은 날 출국이겠거니 하고 2일 뒤 수령으로 빼놓았다고 했다.


출국 전부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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