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케 Apr 20. 2023

한의사도 전공의 있습니다.

07. 월화수목, 금금금.



깊은 통찰력이나 인사이트가 있는 글은 아니지만, 꼭 제목은 거창하게 지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글로써 여러분들을 잡아두는 게 익숙해야 하는데 능력이 모자란 탓에 제목으로라도 노력하는 나를 안쓰럽게 봐주시기를.

어찌 됐건 경악할만한 제목에 여럿 직장인 독자들이 홀린 듯 이 글을 클릭했다면, 내 작전이 어느 정도는 통한 거다.

자, 여러분이 글로만 봐도 아찔한 이 죽음의 스케줄이 3년 전만 해도 나의 일상이었다.

그래서 해볼 오늘의 얘기는, 인턴의 주 7 근무에 대한 이야기다.

.

.

.


요즘에서야 '전공의 특별법'과 '전공의 협의체' 등의 등장으로 과도한 노동시간에 대한 감시와 제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물론 최근 뜨는 기사를 보면 여전히 많은 전공의들이 고통받고 있는 것 같지만)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인턴의 주 7일 근무는 당연한 일이었다.

인턴 초창기 시절, 토요일 오후에 외출해서 일요일까지 쉬는 1일 하고도 반나절 짜리 주말오프는 달에 1개였다.

주말오프가 아닌 날에는 항상 당직을 섰으니 1달, 4주 중 3주를 '월화수목 금금금'으로 살았다.


나는 특히 아침잠이 많아 2N년간 주말에 몰아자는 늦잠으로 한 주를 버티는 성향이었는데

인턴을 시작하고는 매일의 아침을 강제로 6시에 시작하니 그렇게 몇 주를 살다 보면 정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그런 탓에, 얼른 내가 나갈 수 있는 주말오프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던 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오프 날, 마음을 굳게 먹고 휴대폰 알람을 모조리 무음으로 바꿨다. 그건 어떤 방해도 받지 않겠다는 내 의지의 표방이었다.

얇고, 약간은 빳빳하게 느껴지는 병원 이불이 아닌 폭닥폭닥한 이불속에서 늘어지는 아침을 즐겨볼 생각에 약간 들뜨는 마음을 억누르며 잠을 청했다


06:10.

빌어먹을 사이클!

자연스럽게 눈이 떠져 손을 뻗어 휴대폰 시계를 확인했다.

완벽히 인턴의 스케줄에 맞춰져 있는 내 몸이, 주인이 업무시간에 늦을까 우려해 준 탓이었다.

다시 잠을 청하려고 했지만 찌뿌둥한 몸이 통 부드러운 이불을 적응하지 못한 탓에 이부자리가 불편했다.

몸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니 아침잠 많은 딸에 익숙하던 엄마는 조금 놀라는 듯 했다. 그러고는 '아들도 없는데, 군대 보내서 인간 만들어 놓은 기분'이라며 웃었다.



그렇게 3주만의 나의 평화로운 일요일이 지나가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한의사도 전공의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