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먹이를 주지 마세요.
.
.
.
"나 진짜 다이어트한다, 말리지 마라."
여름이 가까워오는, 그래, 딱 이맘때쯤의 의국은 다이어트 열풍이다.
대부분이 20대 중 후반, 딱 예쁠 나이인지라 조금 살만해지니 외모에 신경 쓰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다들 꽤나 비장한 각오로 시작해도 막상 성공적인 감량을 이룩해 내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
이는 결코 정신력의 문제가 아닌 것이, 인턴은 늘 먹을 것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주는 음식,
동료의 업무가 끝나길 기다리다 함께 먹는 배달음식(의리용),
늦게까지 깨어있다 보니 입이 심심해 먹게 되는 음식,
습관적으로 물고 있는 설탕 범벅의 음료,
오프를 그냥 보내기 아쉬워서 나서는 맛집 도장 깨기까지.
하루하루 바쁘게 살다 정신을 차려보면 입사 때와 너무 달라진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애초에 본인은 먹는 것에 진심인 인간이기도 하거니와, 맵고 짜고 단 거! 를 열렬히 사랑하는지라,
증량의 저주를 피할 수는 없었다.
인턴이 몸무게가 불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닌데, '발로 뛰는 역할'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병원 계단을 내지르는 일은 특별하지도 않으며, 2-3 계단 정도는 가볍게 점프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런데 불어난 몸무게로는 이상하게 속도도 안 나고 엉덩이도 무거운 것이, 같은 일도 더 힘들고 귀찮아지는 것이다.
좀 무리한 날에 무릎 아래가 묵직한 것은 물론이고.
어쨌든 그런 탓에 커피는 모조리 아. 아로, 치킨은 두 조각 먹고 내려놓기, 따위의 규칙을 정해가며 스스로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건만, 야속하고도 사랑스러운 환자들은 매번 간식을 건넸다.
'정말 괜찮아요!'
'안 주셔도 돼요! 환자분 드세요!'
손사래를 치며 한사코 거절해도, 가운 주머니에 과일이며 약과며 알차게 욱여넣어주는 환자들 앞에선 늘 나는 전투불능이었다.
그렇게 실랑이에서 져서 받아온 간식들이 산을 이루면, 받아온 간식들이 버려질까 맘 한구석이 불편해 일단 까서 입에 넣어버리게 되곤 했다.
그렇게 보낸 1년, 우리는 다 같이 참 오동통했다.
다시 꺼내 본 그때 내 모습은 경악스러웠지만, 또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어서 그냥 웃게 되어버린다.
그래 뭐 어떠냐, 이 오동통함이 환자 사랑의 증거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