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후발대, 홍콩 출동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겼다.
결제오류인지 사이트의 오류인지,
갑작스럽게 믿었던 숙소마저도 잃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그래도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던가.
아직 해외여행객이 많지 않았던 데다가 평일이었던 덕택에 방 한 칸을 얻을 수 있었다.
A는 여기까지 말을 하고 숨을 한번 골랐다.
이어서 그는 숙소의 와이파이에 대한 감사함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유심이 없던 탓에 A는 의도치 않게 홍콩의 공용 와이파이가 되는 모든 곳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지하철 역, 쇼핑몰, 백화점...
그러나 안타깝게도 홍콩의 공용 와이파이는 사용가능 시간이 정해져 있어 모든 순간이 타임어택이 되어버렸다.
그런 탓에 지하철 역사 내에서 15분간, 죽어라 구글맵스만 두드리다 몇 발자국 옮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 찾아간 홍콩 맛집은 커녕 굶어 죽지 않으려면 초역세권에 위치한 찐 로컬 식당을 가는 수밖에 없었단다.
과연 A의 한 나절, 아니 반나절 여행기는 믿기지 않을 만큼 다이내믹했다. A는 같이 출발했으면 좋았을 걸, 이라며 말을 줄였다.
말도 안 통하는 곳에 스마트폰도 없이 떨어진 설움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기에 괜히 A에 대한 미안함이 솟아났다. 미안함과 설렘이 뒤섞인 채로 이틀을 보내고 출국날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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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타는 국제선에, 출발 몇 시간 정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했던가 감이 오지 않았다. 덕분에 서둘러 도착해 출발을 3시간 하고도 절반 앞두고 체크인을 할 수 있었다. 4년 만의 공항은 그립던 모습 그대로였지만 감상에 젖을 틈도 없이 항공사 카운터로 향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제법 해외여행을 즐겼던 나인데도 캐세이 퍼시픽은 처음이었다. 셀프 러기지 라고 해서 셀프 체크인 시에 같이 출력되는 라벨을 짐 가방에 알아서 매야 했던 게 특이했는데, 한 번도 그 과정을 눈여겨보지 못했던 지라 우왕좌왕 하다가 항공사 직원의 도움을 받아 겨우 짐을 부칠 수 있었다.
비행기 내부는 저가 항공에 익숙한 나에게는 제법 넓게 느껴졌는데, 캐세이 퍼시픽 항공이 홍콩의 국적기라고 하니 우리나라의 대한항공, 쯤 되는 듯했다. 실제로 일전에 탔던 대한항공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좌석 사이의 간격이나, 최신 영화까지 서비스하는 좌석 별 모니터라든가)
오랜만의 비행이라 불편할까 걱정을 좀 했었는데 결과적으로 그런 걱정들은 전부 기우였다.
좌석의 헤드 부분에 날개가 있어 좌측이든 우측이든 편하게 기댈 수 있었고 승무원들이 돌아다니며 "blanket?"을 반복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담요를 무릎 위에 얹을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1시간 남짓 잤을까, 짭조름하고도 고소한 냄새에 눈을 떴다.
기내식 타임이었다.
3시간의 짧은 비행이라 기내식은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역시 국적기인가.
해물 파스타 대신 밥과 함께 나오는 닭고기를 요청했다. 홍콩에서의 첫 끼는 꼭 운남쌀국수를 먹을 걸 다짐하고 있었으므로.
어쨌든 기내식은 꽤 훌륭했는데, 그중 단연 최고는 후식으로 나오는 하겐다즈였다.
냉동 보관된 탓에 성에가 살짝 끼인 하겐다즈를 받아 들며 다시금 나를 둘러싼 행운을 실감했다.
캐세이 퍼시픽, 만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