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게임 제작자들의 보드게임 제작기
Ungraduated : 졸업하지 않은
때는 2021년 겨울, 공주대학교 게임디자인학과의 학생 두 명이 보드게임 제작 팀을 설립한다.
우리와 같은 복학생 '화석'들을 모아 멋진 졸업작품을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졸업하지 않은'의 의미를 담은 단어를 팀명으로 삼았다. "실리콘밸리에 해적이 있다면, 대학교에는 복학생이 있다"라는 듯이.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다소 보편적이고 진부한 말이지만,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는 꽤 중요한 핵심을 조명한다. 창조의 과정에서는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모방의 힘을 빌려야 할 때가 많다.
팀 설립 후, 2달간은 매주 유명 보드게임 레퍼런스를 찾으며 플레이해 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요소를 이해한다는 것 : 레퍼런스 조사
흔히 명작으로 불리는 게임들의 공통적인 재미와 가치들을 파악하고, 우리 게임만이 담을 수 있는 차별점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이는 팀 운영과 커뮤니케이션의 측면에서도 큰 이점을 가지게 되는데, "C 게임의 어떤 요소, D 게임의 어떤 요소"와 같이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을 지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만드는 과정 내내 예측가능한 재미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었다.
팀 아이덴티티를 게임에 녹여내기
팀의 첫 게임은 팀의 정체성을 잘 나타내는 게임이 좋다고 판단했다. 팀이 가진 요소를 트리Tree 형태로 잘게 쪼개 보았고, 우리의 핵심적인 정체성은 '졸업하고 싶은 사람들'과 '디지털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졸업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정체성은 게임의 컨셉으로 녹여냈다.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학교에서 졸업하는 게임'이라는 컨셉으로 게임 요소를 확정 지었고, 추후 서술할 오프라인 시연에서는 "졸업하는 게임을 만든 복학생팀입니다"라고 소개하며 아이러니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디지털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정체성은 게임성을 구성하는 단계에서 크게 돋보였다. 레퍼런스 조사 단계에서 살펴본 보드게임 중에는, 매니악하고 요소 간의 연결성이 조악한 경우가 많았다. 기존에 캐주얼한 게임을 만드는 게임제작자로서, 'Easy to Learn, Hard to Master'의 게임성을 구성한다면, 접근성 좋고 매니아까지 확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대학교 컨셉에 공감할 대학생들은 복잡한 게임보다 접근성 좋은 게임을 좋아할 것으로 판단해, 20대 남/여 대학생을 타겟으로 삼았다.
<게임에 팀 정체성 녹여내기>
- 졸업하고 싶은 사람들 -> 게임 컨셉
- 디지털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 -> 게임성
주요 타겟을 20대 남/여 대학생임을 상정한 뒤에는 순조롭게 재미검증을 진행했다. 팀원 구성이 타겟 그 자체이기 때문에 학과, 교내 이벤트, 활동하던 보드게임 동아리 '라온' 등 초기 게임을 검증하기에 좋은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었다.
초기 검증 그룹
<초기 검증 그룹>
(1) 게임디자인학과 학생들 = 게임 제작자
(2) 보드게임 동아리 부원들 = 보드게임 애호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초기 검증을 진행한 게임디자인학과 학생들과 보드게임 동아리 부원들은 게임 초기 단계에 가치를 확인하기에 아주 효과적인 검증 그룹이었다.
(1) 게임디자인학과 학생들은 게임을 제작하는 게임 제작자로서, 게임의 전반적인 사이클과 시스템에 집중하며 플레이했고, 상당히 빠른 시간에 내부에서만 알고 있던 응용 전략을 사용하는 등, 남다른 게임 이해도를 보여주었다.
(2) 보드게임 동아리 부원들은 보드게임의 열정적인 애호가이다. 이들은 앞서 게임디자인학과 학생들이 확보해 준 게임의 사이클과 시스템에 더해, 보드게임 전반의 사용성과 기물의 재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한 가지 느낀 점은, 이들은 게임 자체의 방식만큼 기물의 재질과 완성도에 큰 가치를 둔다는 것이었다.
초기 검증 결과
두 종류의 그룹에서 다수의 테스트 진행했지만, 여전히 신랄한 비판을 한 사람이 없어서 아쉬웠다. 모든 설문은 익명으로 진행되었지만, "우리가 선배라서 좋은 평가만 주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평일색이었다. 일관된 응답은 그 정확도가 높은 설문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신뢰도가 떨어지는 설문일 가능성도 높다. 그 말은 즉, 여러 솔직한 의견으로 신뢰도만 확보된다면, 좋은 호평들을 믿어도 된다는 말이기도 했다. 설문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5도&7도 척도법이 아닌, 6도 척도법을 사용한 것도 게임에 대한 호와 불호를 확실하게 알기 위함이었지만, 예상을 벗어난 5~6점의 긍정평가가 이어지면서, 어딘가 찝찝한 파티를 이어갔다.
검증 후속 플랜 : 교내 축제 부스 운영
신랄한 비판에 대한 목 마름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다음 목적지를 알려주었다. 기존 테스트가 게임에 대해 이해도와 선호도가 높은 그룹들을 상대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더욱더 대중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게임을 검증해보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한 부분들을 파악하고자 했다.
우리는 대학생이라는 타겟을 기반으로, 서로 다른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교내 축제 부스를 운영을 추진하게 된다.
✍️The Campus 제작 팀, Univoks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