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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tto 오토 Apr 09. 2023

대학교에서 컨닝하다 걸리기

그렇게 당신에게 주어지는 F


편리한 툴과 세련된 방법론이 쏟아지는 이 시대에 보드게임과 같은 아날로그 감성은 왠지 비효율적이다. 심사숙고한 디자인과 재질의 종이를 몇백 장 뽑아내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왠지 매일 새벽에 일어나 두부를 만드는.. 언젠가 TV에서 봤던 장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보드게임이 가진 이점은 빠른 테스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쉽고 간단하게 오려 붙인 게임을 곧바로 테스트하고 실행하다 보면, '공책 게임'을 즐겼던 초등학생 때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인생에서 처음 게임을 만들었던 바로 그 순간이, 지금의 제작 과정과 닮아있음을 느낀다.



아니 나 F 쌓여서 졸업 못 했어!!! @#!%



테스트 반응

게임의 기본적인 시스템을 구성한 이후 몇 차례의 내부 테스트를 진행하였고, 테스트로 도출된 공통된 의견은 "이거 왜 재밌지?"였다. 분명 재미있자고 만든 게임이지만, 재미라는 지향점이 생각보다 쉽고 분명한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에 떨떠름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가능한 소재인 대학생활을 기반으로, 서로 컨닝(부정행위)과 고자질이 교차하는.. 그런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환경을 제공하니, 게임 자체의 재미보다도 일단 웃겼다.

게다가 모두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탈모와 둥근 안경으로 형상화된 교수님을 마구 배치하는 것까지 묘한 재미와 웃음을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이 재미와 웃음이 과연 우리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느껴질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이내 "역시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게임을 시켜봐야겠다"는 생각에 교내 게임 시연 부스를 기획하게 된다.



시연 테스트

시연 부스를 운영하기 위해서 시연 부스를 해본다는 말이 꽤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지만, 성공적인 시연을 위해서는 가시연이 반드시 필요했다.


교내에서는 아직 프로토타입을 시연하는 부스가 없거니와, 방구석에 앉아서 일하는 우리 디지털 게임 제작자들에겐 부스 운영이라는 것 자체가 색다른 과제였다. 그래도 때 마침 교내 체육대회가 진행되고 있었고, 무작정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부스를 설치하고는 가시연을 진행하였고, 몇 가지의 인사이트를 확보하였다.



시연 인사이트

시연 부스 필요 사항

1. 여러 개의 보드게임을 배치            

2. 번호표 배부            

3. 각각의 테이블에 설명자 배치            

4. 시연 결과와 반응을 측정            



1. 여러 개의 보드게임을 배치

아직 출시되지 않은 보드게임의 특성상 발생하는 '시연 참여 인원들에게 설명하는 시간:10분'과 '익숙지 않은 상태에서의 플레이:20분'은 꽤 많은 대기시간을 유발하였다. 이는 플레이 의향이 있던 사람들이 많이 돌아가게 되는 원인이 되어, 2. 번호표 배부 & 매칭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2. 번호표 배부 & 매칭

게임의 프로토타입 단계에서는 4인 플레이가 기준이기에, 혼자 혹은 커플이 같이 와서는 플레이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번호표에 인원수 정보를 등록하고, 모르는 사람과 함께 플레이하고 친해질 수 있도록 매칭할 수 있도록 하였다.


3. 각각의 테이블에 설명자 배치

이는 1. 여러 개의 보드게임을 배치에 따라오는 사항인데, 한 명의 설명자가 각각의 테이블에서 직접 설명하는 것 자체가 부스의 회전율을 저해하는 요소였다. 따라서, (1) 게임 설명 방식 정립, (2)  설명 영상 제공, (3) 모든 팀원들의 보드게임 카페 알바 같은 능숙한 설명의 기반으로 높은 회전율을 확보할 수 있었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할 수 있었다.


4. 시연 결과와 반응 확보

크게 5가지의 사항을 중점적으로 수집했다.

(1) 시연 적극성

(2) 재미

(3) 일러스트

(4) 룰의 직관성

(5) 획득 점수


(1) 시연 적극성 항목은 시연자들의 게임 플레이 태도에 대한 내용으로, (2), (3), (4)에 대한 직/간접적인 참고가 크게 되었다.


한 가지의 예로, 스스로 설명자를 자처하며 다른 사람들을 주도하여 게임의 핵심 사이클에 도달할 수 있게 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 높은 적극성을 바탕으로 (2), (3), (4)에 대한 평가도 높은 수치로 학보 되었다.

물론 그 반례로, 플레이어 간의 큰 소통 없이 부정적인 의견만을 나누다가 게임이 종료될 때까지 게임의 핵심 재미 사이클에 도달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적극성은 핵심 사이클 도달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으로서, 어떠한 요소가 사이클 도달에 저해가 되었는지 파악하고, 직관성 개선 시의 직접적인 지향점이 된다.


(5)는 게임의 결과 점수를 각각 기록하고 평균을 내어, 게임을 밸런싱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축제 시연 부스 운영

교내 축제 양일간 시연 부스를 운영하며, 5개의 테이블에서 200분의 의견을 확보할 수 있었다.

확보된 시연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유의미한 시연을 진행할 수 있음도 좋았지만, 많은 사람이 게임을 재미있게 즐겨주었다는 뿌듯함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팀 전반에 아주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시연 결과



게임 시연을 통해 재미, 일러스트, 직관성을 제외하고도 가격 수용도 및 밸런싱 측면에서의 다채로운 의견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게임의 주 타겟인 20대 대학생이 직접 남겨준 의견인 만큼, 개선해야 할 요소를 명확하게 직면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높게 나온 평점은 우리가 제작한 게임에 대한 확신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확신은 자연스럽게 상용화 과정의 첫걸음인 크라우드 펀딩으로 이어지게 된다.




✍️The Campus 제작 팀, Univoks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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