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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tto 오토 Apr 26. 2023

소중한 내 자식 큰 물 보내기

각박한 세상에서 인정받는 법


국내 최대 규모의 보드게임 박람회인 '보드게임콘'에서 전시를 하게 되었다.

작고 소중했던 게임이 어느덧 나의 품을 떠나 각박한 세상으로 떠날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게임 기획자'란, 자신의 게임과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며 사랑하는 사람이다. 에리히 프롬이 어머니를 대지로 비유하고, 본인의 생명에서 아이를 떼어내는 것으로 묘사한 것처럼, 초기 기획자는 자신의 게임이 마치 자신의 아이인 양 여기게 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마켓 인사이트도, 근거될 데이터도 없지만, 생명력을 실재보다 크게 느끼고, 다치면 화나는 부분에서 그렇다.


재미라는 것은 생각보다 상대적인 가치이다. 나는 게임 기획자이지만, AAA게임이 아닌 모바일 캐쥬얼 게임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이 생각보다 꽤 당연하지 않은 경우도 많고 그렇다. 그래서 더더욱이 인사이트와 데이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 의존함 자체는 주관이 아닌 객관에 판단의 근간을 두겠다는 포부와도 같지만, 가끔은 창작의 뜨거움이 이성의 차가움에 의해 미묘해지기도 한다.



우리가 통할까?

설문으로 확보한 데이터로는 호평일색이었지만, 나는 여전히 찝찝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보드게임 코어 유저들의 게임 평가 허들이 꽤 높은 것으로 확인했지만, 200건이 넘는 데이터는 그들을 직접적으로 관통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중성을 바탕으로 한 '파티스러운' 게임성은 인정받았을지언정, 게임의 깊이나 완성도에 대해서는 충분한 답변을 준비하지 못했다.


이는 구매자에게 믿음을 주기 어려운 상태라고 판단했다. 실물로 만지고 구매의사를 결정할 수 없는 크라우드 펀딩의 특성상, '내가 쓰는 이 돈이 가치 있다'라고 생각 들게끔 충분한 설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작품성을 인정받는 법

그래서 선택한 것이 공모전이다. 우리가 아무런 정보가 없는 영화를 보게 되는 데에는 유명한 감독, 이쁜 포스터, 좋아하는 배우 등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어떠한 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정보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이렇듯 공모전이라는 것은 하나의 경쟁의 장이자, 소비자 혹은 유저에게 '한 번의 필터가 거쳐진' 제품으로 어필되는 것이다.



보드게임의 뜨거운 본질

나는 이전 글에서 보드게임의 장점으로 '빠른 테스트가 가능함'을 꼽았는데,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 혹은 찬양하지 않았던 것 같다. 보드게임의 빠름이란 정말 무지막지한 속도이다. 흔히 말하는 MVP모델을 개발하는 속도가 디지털 게임의 '프로토타입'과는 비교할 수 없다. (애초에 타인의 공수가 들지 않는다는 것에서부터 압도적인 이점이기도 하다)


이것은 보드게임 기획서 작성 과정에서도 큰 차별점으로 도출된다. 보드게임 공모전에서 가장 대표되는 '코리아보드게임즈'에서는 필요 제출 문서가 달랑 1 페이지 기획서게임 룰북이었다.


내가 여러 게임 프로젝트에서 아무리 긴민하게 진행해도, 최소한 '이 기획이 좋은 이유'를 설명할 창구가 있었는데, 보드게임의 기획 과정에서는 가차 없었다. 룰북에서는 전달력이 최우선이기에 설명할 수 없고, 기획서는 분량의 압박으로 게임을 설명할 공간조차 부족하다.


오직 본질에만 집중하겠다는 공모전의 의도가 팍팍 느껴지는 와중, 고도화되는 기획에 휘말려 재미라는 본질을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닌가 하고 반성했다. 깔롱 부리지 않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기획만 가져오라는 건데, 무식하게 뜨거운 열정이다.



어울리지 않는 장단에서는 춤추지 않는다

결국 코리아보드게임즈 공모전은 탈락했다. 우리에겐 한 장의 문서로 설명하기에는 압도적인 '와우 포인트'가 없다. 애초에 참신함과 실험 정신은 우리 게임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우리 게임을 설명한다면, 우리는 철저한 '컨셉충'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성인의 50%가 대졸자인 나라에서 대학 생활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서로 깔깔거리며 웃으며 자연스럽게 내러티브가 형성되는 게임이다. 그것을 만들고 지키기 위해, 게임요소의 '명목'을 끊임없이 탐구해 왔다.


한 번은 팀원들이 "그 '명목'이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 게임적 허용으로 넘어갈 수 있는 부분 아니냐"라고 말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도 반대한다. 그 작은 명목과 관계성이 게임의 직관성을 결정하고, 룰북의 길이를 줄이고, 게임 플레이 전반의 만족감을 좌우한다. 그렇게 지킨 명목 중 하나는 '교수'라는 게임 말이다. 동그란 메탈 안경과 벗겨진 머리로 캐릭터 이미지를 부여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웃으며 재밌어했다. 단순한 워딩으로 치부하면 곤란하다.



장단이 왔을 때는 온전히 내 무대로 만든다

한 차례의 실패를 맛보고서는 곧바로 '글로벌게임연구회 대학생부 게임 공모전'에 도전했다. 이 공모전은 위의 공모전과는 다르게 제출 기획서의 양식이 자유였고, 난 꽤 큰 자신감과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보드게임 커뮤니티나 위의 공모전을 통해서 확인한 '보드게임 기획서'란, 핵심적인 아이디어와 게임 자체에 대한 어필요소가 중시된, 대개 1~2장 분량으로 마무리되는 문서이다. 그런 형태가 보편적인 와중에, 디지털 게임 기획서 포멧으로 마켓 인사이트와 200명 이상의 시연 데이터까지 첨부하면 뭔가 다르다고 느꼈을 것이다.



큰 물

결국 예상은 적중했고, 우리는 결국 전국의 보드게임 코어유저가 방문하는 '보드게임콘'의 대학부존에 작가 신분으로 참가하게 된다.





✅ Univoks 보드게임콘 정보

- 5월 6일(토)~7일(일)

- 10시~18시

- 학여울역 세텍 1 전시관 대학부존

- 사전 예약 시 무료입장 

http://www.boardgamecon.com/watch/watch2


 ✅ 유니복스가 궁금하다면?

https://linktr.ee/univ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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