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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코맨 Mar 05. 2023

완벽한 한 끼 식사

타코집 이야기

    

물건이 필요해서 구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특가 세일, 품절 임박이라는 문구에 현혹되어 충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당장 필요한 물건이라면 택배 기사의 도착을 눈 빠지게 기다릴 것이지만  충동 구매일 때는 도착 알림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매일 먹는 식사도 규칙적인 시간에 자기 정량만큼 먹어야 하지만 맛있어 보인다거나 주변의 권유로 충동적으로 먹으면 이내 후회한다. 먹는 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나이는 벌써 지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어느 날 문득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것은 배고픔일까 충동일까? 햄버거 빵이 먹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다. 고기 패티 즉 달달한 고기가 먹고 싶다는 것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다른 고기 요리를 대신으로 먹으면 햄버거 욕구가 없어진다. 결국 햄버거가 먹고 싶다는 것은 내 몸에 단백질이 부족하다는 신호이다. 고기가 가진 본래의 맛은 감칠맛이다. 굳이 햄버거 패티가 아니라 아무 고기나 먹어도 욕구는 충족된다. 이처럼 식탐은 다섯 가지 맛 즉 오미와 은근히 연결되어 있다.      

요리의 세계에서 오미는 각종 식재료에 있는 영양소에서 나오는 맛이다. 인간은 3대 영양소(탄수화물, 지방, 단백질)를 기본으로 비타민과 미네랄을 추가한 5대 영양소로 구성된 식사를 하여야 완전한 식사가 되는 것이다. 3대 영양소는 부드러운 기름이 스며있는 감칠맛과 소스의 단맛으로 구성된 음식이라 언제 누가 먹어도 맛있다. 

여기에 비타민과 미네랄이 있는 음식을 곁들이면 5대 영양소로 구성된 식사가 되는 것이라 만들기 어렵지도 않다. 비타민이나 미네랄의 맛은 신맛, 쓴맛, 짠맛, 떫은맛이 나서 감칠맛과 단맛의 음식에 잘 어울린다. 그래서 최고의 주방장이라면 3대 영양소에 채소나 해조류, 견과류에 있는 필수 비타민 13종과 필수 미네랄 16종으로 맛을 더하여 5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요리 개발의 목표이다. 


우리도 평상시 요리할 때 이러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 예를 들면 맹물에 3대 영양소만 들어있는 라면만 넣고 끓인다. 여기에 미네랄과 비타민을 추가하기 위해 마늘, 버섯 같은 양념과 여러 채소를 넣으면 5대 영양소의 식사가 되는 것이다. 라면만 넣고 끓인 것보다는 맛도 있고, 영양가도 높다. 즉 맛있는 음식이란 것은 단순하게 감칠맛과 단맛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쓴맛과 신맛, 떫은맛이 더해져 복합적인 맛이 나야 한다. 마치 오케스트라 연주처럼 말이다.         

원래 비타민과 미네랄은 자연산 즉 야생에서 자란 식재료에 많이 들어있다. 그래서 주방장들이 자연산 식자재를 선호한다. 영양 사전에 나오는 약성도 많이 있지만 특히 맛과 향이 강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시금치를 데쳐 보면 온실 재배한 것과 노지 시금치의 맛 차이가 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구에는 야생에서 채취한 식재료를 먹기에는 너무 많은 사람이 살고 있다. 그래서 유전자 변형이나 화학 비료를 사용하여 농작물을 재배하고 가축을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야생의 영양분은 생각만큼 들어있지 않다. 오로지 크고 달고 수분이 많도록 재배하기 때문이다. 열대 과일을 먹어도 과일 향은 별로 나지 않고 수분과 당도만 높다. 유럽 사람들 역시 그들의 선조들이 먹어온 야생 고기 대신에 미국이나 아르헨티나에서 사료 먹여 키운 고기를 먹고 있다. 이들의 고기에는 노린내는 없고, 사육장 냄새가 고기에 스며있을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지중해 요리에서 배운 샐러드나 절임 채소를 곁들여 먹고 있다. 농장에서 재배한 채소에서는 쓴맛과 신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대신에 동유럽 맥주의 씁쓸한 호프 맛이나 오래 숙성된 와인에서 풍기는 시큼하고 씁쓸한 맛에서 고향의 맛을 찾고, 비타민과 미네랄도 섭취한다. 비록 수확한 포도나 보리의 맛은 옅어졌어도 숙성이나 발효 과정에서 옛것을 고집하기에 그나마 아직도 중세 시대의 맛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유목 생활하는 중앙아시아나 몽고 사람들은 아직도 사료가 아닌 야생에서 방목한 가축의 우유나 고기를 먹어서 채소들을 2차 섭취하고 있다. 내 생각에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고 비싸고 건강한 미네랄과 비타민을 먹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야생 고기 한 접시와 오래 숙성된 와인 한 잔을 먹으면서 보약이라는 것을 느껴보고 싶다. 주요리의 맛과 풍미를 살리는데 씁쓸한 와인이 최고인 것은 이미 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서 생채소나 과일도 드물고 야생 고기도 없다. 구수하고 톡 쏘는 맥주나 시큼하고 씁쓸한 와인도 없다. 요즘은 소주조차도 쓴맛이 아니라 단맛이 난다. 우리 선조들이 물려준 우리만의 독특한 비타민이나 미네랄을 섭취하는 방식은 무엇일까? 먼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삶고 데치는 요리법으로 만든 나물 반찬이 있다. 중세 시대 와인 맛은 대체로 끈적하고 무거운 질감에 맛은 시큼하고 씁쓸하면서 떫은맛이라면 우리의 숙성 김치나 딱 그 맛이다. 담은 된장이나 간장, 절인 채소에서도 비슷한 맛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채소나 과일을 소금, 술, 식초에 절이거나 말리고, 쨈이나 효소로 만들어 장기 보관한다. 그리고 김치나 젓갈처럼 발효 식품을 만든다. 즉 농축되고 발효된 엑기스를 양념으로 만든 요리로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하는 것이 우리 방식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연산은 비싸서 구경도 못한다. 제대로 발효한 김치나 된장을 먹기도 힘들다. 그나마 대형 식품회사 제품들은 살균과 멸균이라는 이유로 비타민과 미네랄을 거의 죽인 후에 만든 것이다. 위생상 청결하고 깔끔하지만 생각보다 비타민이 없다. 그래도 그런 제품을 먹음으로 조상에 대한 죄책감을 덜어 낼 수는 있다.  

나는 음식을 만들거나 먹을 때마다 오미를 생각한다. 어떤 노래든지 한 가지 악기로 연주할 때보다 악기 수가 많으면 더 아름답게 들리는 것처럼 일부러 다양한 맛을 섞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설탕 시럽을 만들 때 단순히 설탕만 녹이는 것보다 오렌지 농축액을 조금 섞어서 신맛을 추가하면 더 맛있다. 여기에 짠맛의 소금을 쬐끔 넣어주면 신맛과 단맛이 갑자기 찐하게 느껴진다. 또다시 일본에는 있지만 한국에는 없는 쓴맛의 양념을 대신하여 냉동 건조 커피라도 조금 추가하면 엄청나게 고급스러운 맛이 나는 시럽이 된다. 이런 식으로 요리를 할 때 튀지 않게 조금씩 살짝 풍기는 맛이 느껴지도록 신맛과 쓴맛의 양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먹을 때는 차려져 있는 여러 반찬을 이용하여 맛의 조합을 찾아내면서 먹는다. 그리고 나는 ‘걸쳐 먹는다’라는 아주 좋은 식사법을 자주 애용한다. 숟가락에 흰밥을 듬뿍 뜨고 그 위에 다양한 반찬을 걸쳐 먹는다 어차피 현미밥이 아닌 쌀밥이라면 오래 씹어도 단맛밖에 안 난다. 그래서 여러 반찬을 다양하게 걸쳐 먹음으로 흰밥에 변주를 주는 것이다. 

이처럼 다섯 가지 맛을 염두에 두고 서로 질리지 않게 어우러지도록 먹는 것이 나의 방식이다. 그래야 5대 영양소를 한 번의 식사에 모두 먹을 수 있다. 동의보감에 언급한 약식동원도  편식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면 걸쳐먹는 의미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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