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일을 위한 빌드업일 뿐
"끝까지 가면 내가 다 이겨."
예전에 한창 재밌게 보던 웹툰에 자주 나오던 대사입니다.
당장의 실력은 부족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서 처음에는 비웃던 상대들을 결국에는 이겨 버리는 상투적인 만화적 클리셰지만,
"난 절대 포기하지 않아."와 같은 자기 암시적인 각오가 아니라, 그 동안 쌓아온 자신의 경험적 데이터로 미루어 보았을 때, 끈기와 집념이 결국 실력을 압도한다는 강한 확신을 담은 대사라는 점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처럼, 남들보다 먼저 나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함으로써 주변 사람들의 찬사와 인정을 받는 사람들을 자주 봅니다.
특히나, 요즘처럼 스타트업의 성공 혹은 성장 스토리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분위기에서 가까운 주변에도 이렇게나 많은 대단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그런데, 그 성공과 성장이 꾸준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2021년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국내 창업 기업의 5년차 생존율은 29.2%밖에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습니다.
스타트업씬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최근 연예계에서도 벼락처럼 빠르게 스타덤에 올랐다가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나락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렵게 얻은 유명세와 스타성을 꾸준히 이어나가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여러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배출된 수많은 스타들 중에 수년의 시간이 흘러 유명 가수로 자리매김한 이는 몇 되지 않습니다.
한 편,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은 노력의 시간을 통해 결국에는 세상에 드러나 빛을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유퀴즈에 소개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장인들이 좋은 예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꾸준함입니다. 세련되고 멋진 일이 아니더라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당장은 돈벌이가 되지 않아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 혹은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해 오다 보니, 부지불식간에 스스로가 대체 불가능한 인적 자원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를 꾸준함으로 연결해 온 사람들은 미래에도 꾸준하게 그 노력을 이어갑니다. 그래서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에도 의연하고, 거센 폭풍에도 쉽사리 자리를 뺏기지 않습니다. 지난 시간 꾸준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뿌리가 몇 배나 깊습니다.
이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고 들을 때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물론, 그들의 이야기 자체가 감동스러워서 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나에게도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는 안도감이 더 큰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세상이 주목할 만한 대단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지는 못 했지만, 하루하루 찬찬히 쌓아가고 있는 경험과 노력이 언젠가는 나 자신을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아마도... 저만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겁니다. 전 세계의 모든 평범한 직장인들은 다 비슷하지 않을까요?
어제와 오늘은 그저 몇 개월 뒤, 혹은 몇 년 뒤에 완성될 집을 위해 열심히 벽돌을 쌓는 빌드업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나 자신의 노력에 대해 스스로 격려와 응원을 보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확신하건데, 끝까지 가면 당신이 다 이깁니다. 당신의 집을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은 당신 밖에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