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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킹대드 Working Dad Apr 27. 2024

[아빠레터 1] 면접이 어려운 아들에게

첫번째 취업을 위해 면접을 준비하는 사회 초년생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아빠레터]는 십여년 뒤에 사회생활을 시작할 두 아들에게 아빠가 먼저 도전하고 경험하며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편지글로 적어 미래로 보내는 타임캡슐입니다.


아들아, 아빠는 우리 아들이 어느 새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할 때가 되었다는게 믿기지 않는 구나.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우리 아들이 가장 즐겁게 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좋은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사회 생활을 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랄께. 


꼭 가고 싶은 회사에 면접 기회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 아들이 그동안 명확한 목표의식을 갖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단다. 어제도 밤늦게까지 면접 예상 질문들을 만들어서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성실히 노력할 줄 아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한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도 들었고 말이야.


그렇게 열심히 면접을 준비하는 아들을 보고 있자니, 아빠가 지난 오랜 시간동안 직장 생활을 하면서 마주했던 여러 면접의 순간들이 하나둘 떠오르면서 우리 아들이 면접을 잘 볼 수 있도록 몇 가지 조언을 해 주고 싶어서 이렇게 편지를 적어본다. 아빠는 프로이직러여서 여러 회사에 면접을 많이 봤었고, 리더가 되어서는 우리 아들같은 신입사원을 채용하기 위해 면접관으로도 자주 참여 했었기 때문에 아빠의 경험이 아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될 수 있을거야. 요즘은 아빠 시대와는 많이 다를 거라서 꼭 아빠 말을 따를 필요는 없으니까 면접 준비를 하면서 가볍게 읽어 봐 주면 좋겠구나.




1. 대답이 아니고 대화를 한다고 생각하기


참 이상하지? 친구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말이 막힘 없이 나오는데, 왜 사람들 앞에 서서 발표를 할 때나 면접을 볼 때는 긴장해서 손에 땀이 나고 머리 속이 하얘져서 바보처럼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하게 되는 걸까? 아마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잘 보이고 싶고, 멋진 사람, 똑똑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본성 때문일꺼야.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누군가 "자신감을 가져", "긴장할 필요 없어."라고 응원해 준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더라고. 그래서 아빠는 면접장에 들어서기 전에 항상 스스로를 이렇게 세뇌시켰어. 


면접관들은 내 친구다.
나는 지금 친구들과 내 커리어와 일에 대해 대화를 나누러 가는거야.


'대답'은 나 혼자서 답을 찾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지만, '대화'는 나와 상대방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함께 답을 찾아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대화'라는 단어만 머리 속에 떠올려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져서 긴장감이 사라지는 걸 아빠는 자주 경험했어.


물론, 마음만 이렇게 고쳐 먹는다고 해서 면접을 잘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면접 현장에서도 면접관들과 대화를 시도해 보려는 노력이 필요해. 면접관이 먼저 질문을 하면 그에 대한 너의 의견을 말하면서 너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 회사에서는 그러한 문제를 어떻게 풀려고 노력 중인지를 물어보는 식으로 말이야.


p.s. '대화'를 하라고 했다고 해서 면접관을 진짜 친구나 가족처럼 대해서, 반말을 한다거나 예의없는 행동을 할 정도로 눈치없는 아들은 아닐거라고 믿는다. 



2. 경험과 생각을 말로 외우지 말고, 이미지화 해서 기억하기


어제 밤에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죽 적어 놓고 열심히 외우는 걸 보았단다. 일부러 보려고 한 건 아니고 방문이 살짝 열려 있어서 우연히 본 것이니까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해. 아빠도 처음 면접을 볼 때는 너처럼 열심히 답을 외워 가곤 했는데, 몇 번 경험을 해 보니 아래와 같은 3가지 이유로 암기가 면접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어. 


1)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아무리 많은 질문을 예상해 보아도, 실제로 그 안에서 질문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거야. 아빠의 예상 질문 중 유일하게 맞아 떨어진 건 딱 두가지 정도였는데, "우리 회사에 지원하신 동기가 무엇인가요?" 와 "마지막으로 질문하고 싶은 것 있으실까요?"였지. 이런 질문은 어느 회사에서나 똑같이 질문하는 것이니까 굳이 예상할 필요도, 답을 외울 필요도 없겠더라고.


2) 두번째 이유는 아주 운 좋게 예상했던 질문이 나왔는데, 떨리고 긴장이 돼서 외운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는 거야. 기억의 조각을 찾아서 또박또박 기계처럼 말하다가 중간에 막혀서 "다시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때 얼마나 부끄럽고 창피했는지 몰라. 


3) 마지막 세번째 이유는 위에 1번에서 말한 것처럼, 내 생각을 잘 표현하려면 면접관과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억 속에서 외운 내용을 꺼내어서 전달하는데만 집중하다 보니 면접관의 표정이나 분위기를 파악할 틈이 없어서 대화라는 것을 할 여유가 없더구나.


그래서 아빠가 사용한 방법은 암송하듯 말로 외우지 않고
이미지로 기억하는 것이었어. 


동아리나 학회에서 내가 리더십을 발휘했던 경험,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었던 상황, 지원한 회사에서 미래에 내가 일하는 모습 등등, 면접관이 나의 강점과 열정, 능력과 경험이 꾸며낸 것이 아닌 진실임을 느낄 수 있도록 최대한 구체적이고 다양한 생각과 상황을 이미지로 떠올려 보는 거야. 그리고 나서 그 이미지를 몇 번씩 재생하면서 기억에 저장해 두었다가 면접 현장에서 질문을 받으면, 그에 대한 나의 생각과 관련된 이미지를 꺼내어서 마치 사진을 보면서 설명하듯이 구석구석 묘사하는 거야. 뭔가를 외워서 틀리지 않고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긴장감을 많이 줄여 줄거야.



3. 정답을 찾으려고 하지 말고, 너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취업에 성공하려면 면접관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건 당연한 거겠지. 여기서 잘 보인다는 건 면접관에게 아부를 떨라는 게 아니고 면접관에게 내가 이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심어 주는 것일테고 말이야. 그래서 많은 지원자들이 질문에 대해 면접관이 원하는 대답을 하고 싶어서 눈치를 보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를 하다가 '망했구나' 하는 표정을 자주 보았어.


사실, (제대로 된 면접관이라면) 면접관들은 대부분 
본인이 질문한 것에 대한 정답을 갖고 있지 않단다. 


회사에서 겪게 되는 대부분의 문제상황들은 정답이 없기 때문에, 정답을 갖고 있는 사람도 존재할 수가 없어. 오로지 문제상황에서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고, 그 노력을 남들과는 다르게, 혹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서 문제를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사람이 더 빠르게 성장하게 되지.


면접에서도 마찬가지야. 면접관들은 본인의 질문에 대한 정답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굳이 애써서 답을 찾으려고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어. 그저 그 질문에 대한 너의 생각과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명확히 설명할 수 있으면 되는 거야. 물론, 그 이유가 구체적이고 현실적일수록 좋고, 여기에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지 못 하는 창의적인 발상, 혹은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 더해진다면 지원자들 중에서 너의 가치는 더욱 크게 빛날거야. 



4. 중간중간 웃음과 손동작으로 면접 분위기를 밝고 활기차게 만들기


왠지 모르게 면접관들은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고, 무섭게 느껴질거야. 그래서 나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서 면접 분위기가 마치 범죄자가 경찰에게 취조받는 듯 것처럼 여겨지기도 할거고 말이야. 특히나, 대기업에 면접을 보게 된다면 너보다 나이가 2배는 많은 아빠 또래의 어른들이 앉아 있을테니 더 부담스럽겠지.


그런데 사실, 그들 또한 그 회사의 직원일 뿐이야. 


만약, 네가 스타트업에 면접을 보러 간다면, 네 앞에 앉아 있는 면접관은 어쩌면 너보다 겨우 6개월, 혹은 1년 먼저 회사에 들어온 직원일 수도 있어. 면접관이 경력이 많지 않다고 해서 쉽게 생각해도 된다는 말은 절대 아니고, 그들 대부분 너의 현재 상황에 공감해 줄 수 있고, 너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줄 수 있는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니까 너무 겁먹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


다만, 그들이 다소 경직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는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될 동료가 본인에게, 그리고 회사에 도움이 될 사람인지 아닌지를 최대한 열심히 가려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네가 싫다거나 너를 아랫사람으로 내려다 보기 때문은 아닐거야. (물론, 정상적인 면접관이라면 말이야.) 


그러니, 위에 1번에서 말한 것처럼, 면접관이 아니라 친구나 가족과 편하게 대화한다는 마음으로 면접 중간중간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웃기도 하고, 필요한 상황에서는 손으로 제스쳐도 취해 가면서 면접 분위기를 즐겁고 밝게 만들기 위해 노력해 보면 좋겠어. 


면접관들이 지원자를 위해 먼저 이런 노력을 해 주면 좋겠지만, 그들은 하루종일 업무에 치여 있다가 헐레벌떡 면접장에 들어왔거나, 너 말고도 다른 지원자들을 하루 종일 만나고 있는 상황일거라서 그렇게 하기가 어려울 거야. 그러니, 네가 먼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면 면접관들 입장에서도 아주 고마운 마음이 들거고, 그 어떤 지원자보다도 우리 아들이 더 강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아.



5. 좋은 대답이 아닌 좋은 질문으로 면접관의 호기심 자극하기


아빠가 면접관으로 참여했을 때를 떠올려 보면, 


좋은 대답을 했던 사람보다는
좋은 질문을 했던 지원자가 항상 기억에 오래 남았던 것 같아. 


여기서 좋은 질문이란, 지원한 회사의 비즈니스, 회사에서 찾는 인재상, 내가 하게 될 직무 등에 대한 뾰족하고 구체적인 질문인데 말이야, 평범한 질문과 좋은 질문의 예를 들어보면 이런게 있을 것 같아. 


(비즈니스에 대한 질문)

- 평범한 질문 : 올 해 매출 목표 달성을 위한 사업 전략이 무엇인가요? 

- 좋은 질문 : 작년부터 신사업으로 A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회사에서는 A 사업이 기존 비즈니스와 어떠한 방향으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까요?


(회사에서 찾는 인재상)

- 평범한 질문 : 회사에서는 어떤 지원자를 선호하나요?

- 좋은 질문 : 회사의 인재상에 대해 찾아보니, A, B, C를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 제가 지원한 직무와 관련해서는 특히, A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 같은데 맞을까요? 


(내가 하게 될 직무)

- 평범한 질문 : 제가 지원한 직무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 좋은 질문 : 채용 공고를 보면, 제가 지원한 직무에서는 A,B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은데,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신규 입사자가 미리 준비하면 좋을 것들이 뭐가 있을까요?


네가 이렇게 뾰족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하게 되면, 면접관들이 자세를 고쳐 앉고 너의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머리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할거야. 그 때부터 그들은 너에게 집중하게 되고, 그들의 머리 속에 너에 대한 강한 인상이 남게 되지.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조언을 하자면 이런 질문들은 반드시 마지막 질문 시간에 해야 하는 것은 아니야. 위에 1번에서 면접관과 '대화'를 하라고 했던 것처럼, 면접 중간중간에 면접관과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관련해서 회사의 내부 사정에 대해 궁금한 것이 생기면 그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질문을 하면 좋아. 그러면, 좀 더 일찍 면접관이 너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만들 수 있을거야.




어떤 보고 자료에 따르면, 사람과 사람이 만났을 때, 처음 3초에 첫인상이 결정된다고 하고, 그 이후의 시간은 그 첫인상이 맞는지 아닌지 검증하는데 사용한다고 해. 반드시 3초는 아니었지만 아빠가 면접관일 때도 지원자에 대한 판단은 대부분 면접 초반부에 이뤄지고, 마지막 질문 시간에 아무리 좋은 질문을 하는 지원자라도 초반의 판단이 뒤집히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 


그러니까 면접관 질문이 모두 끝난 마지막 시간에 좋은 질문으로 멋지게 역전시키겠다는 마음은 하지 않는게 좋아. 대신에 면접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면접관과 대화를 시도하고, 뾰족한 질문과 웃음을 섞어 가면서 면접관들이 너와 함께 한 시간을 즐겁고 의미있는 시간으로 기억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면, 우리 아들은 어느 회사에서나 환영받는 지원자가 될 수 있을거야. 


아무쪼록 아빠의 과거의 경험이 우리 아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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